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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6일 수요일

택시운전사 후기

  <택시운전사>를 보기 전 봤던 작품이 <군함도>였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진짜 뻔하게 흘러가는 전개를 보면서, 다행히 뜬금없는 전개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꼈으니까.

  1.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영화는 철저히 외부인의 시선만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했던 <화려한 휴가>와 극명하게 다른 점이다. 서울에서 온 택시운전사와 외국인 기자의 시선을 빌려 엿보는 그 날의 광주는, 사람사는 곳이 다 그렇듯 유머가 있고 눈물과 분노도 있다. 영화 초반에는 인간미가 풀풀 넘치는 광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여유는 오래가지 못하고...

  2. 처음 10만원이라는 거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던 택시운전사 '김만석'은 아주 전형적인 서민이자 전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줄거리나 연출이나 인물들이나 성격이나 이렇게 전형적일 수가 있을까... 심지어는 김만석이 얹혀살고 있는 집의 안주인마저 전형적이다. 그 당시의 시대를 잘 반영했다고 해야하는 것인지.. 암튼) (그러고보니 변호인의 '송우석'이랑 김만석이랑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모르겠네) 들뜬 마음으로 10만원짜리 귀한 손님을 스틸(..)한 김만석은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뒷좌석에 모시고 광주로 출발한다. 광주에 가까워질 수록 차량의 후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앞까지 다가서자 아예 출입금지 표지판이 붙어있고, 도로 곳곳에 균열이 생겨 그 사이로 잡초가 자라나고 있다. 사람이 산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풍경으로, 사람의 존재 뿐만 아니라 '인간성'까지 부정하는 음침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3. 주인공 김만석이 사우디에 가서 일했던 덕분에 영어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뭐 그렇다 치더라도, 그 시대의 지나가던 대학생이 영어를 술술 한다는 것은 좀 뜬금없었다. 영어를 띄엄띄엄하는 연기를 하려고 했던 것 같긴 한데... 어느 순간부터는 매우 유창한 영어실력을 뽐내고 있다. 팝송만 듣고 가사만 읽어도 이 정도라니... 억지스러움을 느끼면서도 허구한날 팝만 들으면서도 그 정도의 영어도 못하는 나 자신은 대체 뭘까, 하고 생각했다.

  4. 그러나 영화는 관객이 억지스러움을 인지하고 부조화를 느끼기 전에, 아주 전형적인 전개를 보여주면서 아, 그럴수도 있지, 하고 생각해버리게 만든다. 우리가 이미 예상한대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이 되려 매우 자연스러움을 더하는 것이다....

  5. 광주의 진상을 목격하면서 깨달음을 얻은 김만석은 힌츠페터를 돕기로 결심한다. 광주에서 벗어나기 전, 재밌는 연출이 하나 나오는데 바로 김만석과 위르겐 힌츠페터가 앉은 좌석 위치이다. 처음 광주로 갈 때만 해도 김만석에게 힌츠페터는 그저 '손님'이자 '10만원'이었다. 김만석이 백미러로 힌츠페터를 보면서 한국말로 마구 욕하는 모습만 봐도 어떤 마음가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뒷좌석에 앉은 힌츠페터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백미러'라는 수단을 통해서 쳐다본다. 이때만해도 둘 사이는 직접적인 교류관계나 동행자의 관계가 아니라 가운데에 벽을 둔 '남'이었다. 
  그러나 김만석이 힌츠페터를 태우고 광주를 탈출하기로 한 시점에서는 힌츠페터가 뒷좌석이 아니라 조수석에 타고 있다. 김만석과 힌츠페터는 거울이 아닌 눈과 눈을 맞대어 서로를 응시한다. 그리고 힌츠페터가 앉지 않아서 텅 비어버린 뒷좌석을 백미러로 보니, 인적이라고는 없는 쓸쓸하고 처참한 광주의 풍경이 비친다. 힌츠페터를 조수석에 태우는 것은 김만석이 그를 '손님'이 아닌 동행으로 인식했다는 것이고, 비로소 그의 눈에는 광주의 진짜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6. 그런데 이런 좋은 연출을 만들어놓고서는 왜 분노의 질주를 보여주는지...? 어디에선가 갑자기 나타난 택시운전사들이 이니셜D를 몸소 보여주는 모습은 너무 뜬금없었다. 아니 광주와 통하는 도로를 다 막아버렸는데 어디서들 나타나신거야.... 정점은 바로 유해진이 택시를 뒤로 질주하는 장면. 자연스러움을 다 해친 사족이었다고 생각한다.

  7. 송강호 연기 너무 잘한다. 송강호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연출은 진짜 반칙이다. 배우만 너무 믿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2017년 7월 30일 일요일

군함도 후기

  1. 군함도에 대한 평가가 극으로 달리는 것과는 다르게, 기승전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나쁘지 않다. 군함도 내에서 벌어지는 수탈과 같은 민족을 배신한 나쁜 조선인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 영화 중반부까지는 고증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다. 군함도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카메라 테이크도 꽤 볼만했다. 영상미 하나는 잘 뽑은듯.

  2. 작품 중반부까지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황정민과 아역 김수안이 연기한 부녀. 아역의 연기가 일품이고 매너리즘 이야기가 무색하게 황정민의 연기 또한 영화에 너무도 잘 녹아들었다. 그러나 다른 캐릭터들의 힘은 약하다. 이정현과 소지섭의 연기는 영화와 고르게 맞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결말로 치달을수록 영화 속에서 자연스러워지긴 했다. 다만 자연스러워진 이후의 이야기가 너무 허무맹랑한 연애담이라서 문제..

  3. 중반부까지 부녀의 힘으로 이끌어오던 영화는 그러나 송중기의 등장으로 와장창. 송중기의 존재와 연기가 영화의 색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송중기가 맡은 캐릭터가 너무 진부한데다가, 뜬금없고, 허무맹랑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압축하여 폭발시켜 빅뱅을 만들어버린... 차라리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나 테이큰에 딱 어울리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이 캐릭터가 등장함으로써 영화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처럼 보였던 메시지는 흐리멍텅하게 녹아버렸다. 왜 막판에 호화로운 액션을 넣어야 했는지, 왜 슬로우모션을 그렇게 쓸데없는 곳마다 써야 했는지... 좀 착잡했다.

  4. 하기야 상업영화니까 이해는 된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고, 많은 관객을 끌어모을 심산으로 만든 영화니까 눈요깃거리를 반드시 넣어야겠지... 그렇지만 이 좋은 소재가 이렇게 쓰여버린 것은 참 아쉽다. 감독의 역량부족이라고 말하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도 이 영화가 얼마나 큰 흥행을 거두어야 하는지 알았을 것 아닌가. 이럴 수 밖에 없었겠지. 그렇지만...

  5. 그래도 류승완은 류승완인게, 비록 어이없이 액션신의 과정이 전개되기는 해도, 액션신 자체는 훌륭하다. 그러니까 보는 맛은 확실한 영화다. 보는 맛만큼은...!

  종종 <덩케르크>와 비교를 당하곤 하는데 둘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영화다. 배경만 좀 비슷하지... <덩케르크>와 <군함도>를 비교해서 어느 하나를 골라 보는 것보다는 그냥 둘 다 보고 비교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2017년 7월 26일 수요일

최근에 본 영화 두 편

  1. 스파이더맨 홈커밍

  '홈커밍'이란 단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스파이더맨의 마블 복귀작. 십대 소년의 유쾌함과 힘을 가진 히어로의 고민과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하는 자아가 즐겁게 뒤섞인 작품. 원작 스파이더맨과 이전 스파이디 영화들에서 뽑아낸 오마주가 관객을 더욱 즐겁게 한다. 그러나 오마주를 모른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없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가벼움으로 인해 앞으로의 활약상을 그려내기가 어렵게 된 것은 아닐지 염려된다. 2018년에 개봉될 인피니티 워는 절대 가벼울 작품이 아닐 것인데... 아니면 그 전에 속편을 제작해서 흐름을 살짝 바꿀 수도 있고.


  2. 덩케르크

  짧은 러닝타임과 조용한 고동. 전장에서 벌어지는 휴머니즘을 훌륭하게 압축한 작품. 액션신이 거의 없지만 오히려 전쟁의 본질과 삶의 무게감이 깊게 느껴진다. 별다른 대사 없이 인물을 담아내는 카메라 워크와 테이크만으로 이루어진 감정묘사가 탁월하며, 날카로운 배경음악이 철수 당시의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준다. 고증도 매우 잘 이루어진 덕분에 역사를 알고 가면 더 재밌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형식 혹은 고요함을 바탕으로 둔 영화에 흥미가 없는 사람은 꼭 피해야 할 영화.... 영화관에서 보다가 자는 사람도 봤다. 또한 전쟁에 별 관심 없는 사람도 피하는게 좋을 듯.

2017년 2월 28일 화요일

Barry Jenkins, Moonlight



  2월 개봉 예정 영화표를 보다가 바로 꽂혀서 보았던 영화. 사실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더 보고 싶어서 개봉관을 열심히 찾아봤지만 해당 작품을 보려면 이수까지 지하철을 타고 사오십분은 가야해서 반쯤은 포기했다. 그런데 운이 참 좋게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영화관에서 아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게 아닌가! 또한 <문라이트>를 선개봉하여 이동진 평론가의 해설까지 곁들여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주저없이 카드를 꺼내서 예매를 마치고,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남은 이틀의 기간이 내게 참 설레었던 순간이었다. 고작 영화 한 편에 뭐 그렇게 설렜느냐고 생각하겠지만, 그래 그렇다, 나도 왜 그렇게 설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색다른 작품을 남들보다 먼저 접한다는 것에서 나온 기대감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영화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아니 슬펐다고 해야할까. 영화가 보여준 서정적인 감정들은 아름다웠지만 그 감정을 요리한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은 전혀, 아름답지가 않다. 슬픔의 미학을 제대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해야 하나.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영화가 그만큼 훌륭했고, 내 언어감각이 그만큼 못하다.

  1. 영화는 3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주인공 '샤이론'의 어린시절을 보여주는 '리틀', 청소년기를 보여주는 '샤이론', 그리고 성인이 된 '블랙'. 차례로 세 파트의 리듬을 따라가다 보면 샤이론의 성장과 함께 커지는 그의 성적혼란이 매우 뚜렷하게 부각된다.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대사들을 따라가다 보면 작품의 주제가 '인종'과 '성정체성' 두 가지인 것 같지만 실상 작품의 끝까지 관통하는 주제는 '성정체성' 하나뿐이다. 물론 흑인들의 게토와 아웃사이더가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크게 부각되진 않는다. 마약과 주인공의 어머니가 등장할 때만 잠시 모습을 보일 뿐.

  2. 하지만 인종문제가 '흑인'과 '성정체성'의 신선한 결합을 엮어내기도 했다. 그동안 동성애자와 관련한 작품은 꾸준하게 등장했지만 그것이 흑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경우를 나는 본 적이 없다. 성의 혼란에 거친 흑인 게토의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샤이론이 겪는 고통은 가중된다. 이것이 동성애를 주제로 하는 다른 영화와 문라이트의 차이점이다. 사랑의 혼란 뿐만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환경의 냄새도 풍기는 것. 특히 마약냄시, 뒷골목냄시...

  3. 인상깊은 연출이 참 많았는데, 영화 제목처럼 푸르스름한 달빛이 샤이론을 종종 내리쬐고는 한다. 샤이론이 달빛을 받을 때는 그의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건이 벌어지는 때이고, 그 때만큼은 샤이론이 현실에서 벗어나 허무맹랑한 꿈을 꾼 것 같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와 천장을 바라보니 달빛대신 죽은 벌레들이 들어있는 낡은 형광들이 그를 비춘다. 또한 달빛을 닮은 푸른 형광등이 등장하는 순간에는 샤이론의 성격이 바뀌기도 한다. 소심하고 마른 소년에서, 큰 덩치를 가진 대범한 남자로, 얼음물과 함께.

  4. 하지만 역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3부에서 '블랙'이 된 샤이론이 케빈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씬. 케빈의 연락을 받고 가게를 찾은 샤이론. 그가 가게문을 열자 울리는 종소리가 마치 복싱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들린다. '지금 이 순간부터 경기시작!'이라고 선언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샤이론과 케빈의 재회는 경기의 긴장간만큼이나 아슬아슬하다. 샤이론이 찾아온 목적을 뻔히 아는 듯하면서도 속편한 이야기를 하는 케빈. 그러나 케빈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결국 가게에서의 대화를 통해 장소가 케빈의 집으로 옮겨지는 변화에도 긴장감과 감정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 샤이론의 마지막 고백은 조용하게 일어난 작은 빅뱅이다. 케빈에 대한 솔직하고 절절한 자기고백을 보면서, 나까지도 참 서러웠다.

  5. 이동진 평론가가 <문라이트>에 대해서 평해놓은 글이 있다. 글을 보면서 많은 공감을 느꼈다. 검색은 구글.

  6. 그리고 <문라이트>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라라랜드>를 제치고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해프닝이 일어났으니...


  아카데미 측의 실수로 시상번복이 일어난 것. <라라랜드> 스태프들에게는 안됐지만 상황은 재밌다.

2015년 5월 16일 토요일

토마스 얀,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g On Heaven's Door'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은 밥 딜런의 노래일 것이다. 나 역시 초등학생 시절 학원에 다닐 때 영어 수업 시간에 밥 딜런의 노래를 배웠었다. 그리고 그 때 천국의 문을 처음으로 두드렸다. 죽음의 순간을 깊은 목소리로 노래하며 숨이 끊어질 듯 애처로운 노래는 초등생의 마음조차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이 독일의 영화는 밥 딜런의 노래의 제목 뿐만 아니라 가사의 내용마저 닮아 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매 순간 빠른 속도로 죽음에 가까워진다. 어쩔때는 약이 없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겨우 돌아오기도 할 만큼 극한 상황에 처해있다. 죽음의 문 턱에 서 있는 그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바로 바다.

  바다를 보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생의 갓길을 달리는 모험은 아찔하기 짝이 없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며 죽음을 재촉하는 것도 모자라, 갱의 차와 돈을 훔치고 경찰과 부닥치는 등 오늘만 사는 것처럼 행동한다. 허나 그 과정이 심각하지는 않다. 일련의 모든 과정은 죽음을 앞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처럼 묘사되며, 등장인물들의 바보같음으로 인해 우스꽝스럽고 해학적으로 표현된다. 게다가 시한부 주인공들이 하는 말은 초반의 긴장감을 시원하게 해소시킨다. "우린 지금 천국의 문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거야." 죽음이라는 삶의 가장 큰 비극을 앞두었으면서도 온갖 희극적 상황들로 뒤덮인 주인공들의 여로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을 연상시킨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다."

  자아의 이성으로 그려진 루디와 감정으로 그려진 마틴은 결국 감정의 이끔으로 인하여 바다에 도착한다. 바다라는 목표를 가지고 난관을 헤쳐나온 그들의 인생은, 목표에 도달하자 아름답게 스러지고 만다. 그리고 밥 딜런의 노래가 스며 나오면서 비로소 영화는 우리에게 주제를 각인시킨다.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목적을 향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다만 갱의 보스가 둘을 그냥 풀어준 전개는 개연성이 많이 부족했다.

2015년 5월 7일 목요일

말릭 벤젤룰, 서칭 포 슈가맨



  죽은 영웅을 찾아 나서는 여정.


  1. 낭만적인 영화다. 영화는 로드리게즈의 음악이 한 나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와, 드라마틱한 과정을 보여준다. 고작 한 장의 앨범으로 시작되었던 로드리게즈의 음악은 어느새 남아공 전역을 휩쓴 자유주의 운동으로 발전했다. 아파르트헤이트 등의 각종 규제에 시달리던 젊은이들은 로드리게즈의 음악을 들으면서 용기를 얻었다. 이 얼마나 낭만적인 이야기인지.

  허나 로드리게즈의 상황은 낭만적이지 못했다. 70년대, 로드리게즈의 음악이 남아프리카에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는 미국 가수였으므로 해외에서 자신이 성공했음을 알 수가 없었다. 1970년대는 전화기라는 개념조차 희미했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미국과 남아공은 소식을 주고 받기에 거리가 너무 멀었던 것이다.

  결국 남아공 사람들은 루머를 만들어낸다. 로드리게즈가 공연장에서 자살을 해 일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남아공 국민들은 그들의 영웅이 죽은 줄 알고 있었다.

  2. 그런데 한 덕후가 로드리게즈의 자취를 따라가 보겠다며 뒷조사를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로드리게즈는 미국에서 완전히 실패한 가수였고, 그에 관한 어떤 정보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덕후는 위대하다. 끈질기게 정보를 추적해서 로드리게즈의 프로듀서였던 사람까지 알 게 되었고, 그에게 로드리게즈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3. 드디어 찾아낸 로드리게즈는 가난하지만 성실히 살고 있었다. 밥 딜런과 어깨를 나란히 할 뻔 했던 가수는 아버지가 되어 묵묵히 생계를 꾸리고 있었다. 로드리게즈를 찾아낸 덕후는 그에게 남아공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로드리게즈는 다시 기타를 잡고 콘서트를 위해 남아공으로 향한다.

  4. 로드리게즈의 인생과 그의 음악, 한 인간의 집념 그리고 로드리게즈의 노래를 부르며 규제에 저항했던 70년대. 이들은 참 낭만적이다.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 당시에는 낭만이란 단어가 멀어 보였겠지만, 아픔을 뒤로 하고 곱씹어보는 과거는 낭만적이다. 향긋하고 고소하고.... 가슴을 울렁인다. <서칭 포 슈가맨>은 낭만적인 영화다.

2015년 4월 24일 금요일

조스 웨던,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강스포)

  내 블로그는 어차피 오는 사람이 없을테지만 만일 그 누군가 우연히 블로그에 들어왔는데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이라면, 조용히 다른 곳으로...



  1. 액션이 전작보다 많고 화려하다. 그리고 굉장히 빨리 지나간다. 때문에 잠시 한눈을 팔면 영화 장면을 놓치기 쉽다. 액션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라 하겠으나, 빠른 전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정말 싫어할만하다.

  2. 분위기가 보다 심오해졌다. 그리고 나름의 철학을 드러내려고 했는데, 잘 안된 느낌이다. 철학을 하다가 말았다. 히어로 영화이니 심도있는 철학을 하기 어려웠겠지만, 이 때문에 울트론의 역할이 한계를 가지게 되었다. 본인에 대한 자아 확립과 목표가 굉장히 단순... <공각기동대>나 <아이로봇> 비슷하게 철학을 하려다가 만듯한 모습. 또한 토니 스타크도 마찬가지. 시리어스한 아이언맨3에서의 토니 스타크의 모습과 다르다. 다시 단순한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3. 블랙 위도우나 호크아이, 헐크 등 영화에서 비교적 비중이 적었던 인물들의 비중이 확 늘어났다. 그러나 그들까지 챙기다보니 스토리 상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다. 조잡하다는 뜻은 아니다. 고루 조명하는 시도는 좋았으나 '완벽하지 못했다'.

  4. 퀵 실버가 너무 일찍 팽 당했다.... 아직 캐릭터의 매력을 드러내지도 못했는데 그냥 아웃되어버렸다. 스칼렛 위치 또한 캐릭터의 매력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어벤져스 합류 후 매력 발산할 기회는 몇 번 더 있을터이니 기대해봐도 좋을 듯. 따로 영화를 만들 것 같지는 않고 캡틴 아메리카에서 출연할 듯하다.

  5. 새로운 히어로 비전의 탄생. 비전이 나온다는 사실은 영화를 보면서야 알았다. 울트론과는 다른 인간과 기계를 결합한 오묘한 존재로써, 인피니트 젬 중 하나를 소유하였다. 비전의 성격은 정말 모호하다. 신체 외관은 인간이지만 실상 내부는 기계에 가까우며, (아직) 단순한 사고밖에 하지 못한다. 이후 마블 영화가 나오면서 점차 고민하는 모습이 많아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아직은 새로운 히어로라는 것 빼면 활약은 그닥.... 강하기는 참 강하다.

  6. 이 영화는 그냥 호크아이 하나로 정리된다. 호크아이에서부터 시작해서 호크아이로 끝났다. 호크아이만 봐도 영화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7. 스토리가 불친절하다. 이전의 MCU영화들을 보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마블 코믹스에 대해 지식이 거의 전무한 사람들은 이게 당최 뭔 소리인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 조스 웨던이 자른 부분이 많다고 했으니, 감독판이 나온다면 명확하게 이해가 가능할 듯.

2015년 4월 22일 수요일

늑대아이 유키와 아메



  호소다 마모루의 역작. 작화가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분이라 더 좋았던 영화...

  1.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영화가 '남성'이 주인공인 데 반해, 늑대아이는 철저한 여성 중심의 영화이다. 그 중에서도 싱글맘의 이야기인데, 그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다만 작중 주인공 '하나'가 엄청나게 강인해서 현실성은 조금 떨어진다. 게다가 늙지도 않는다.

  2. 싱글맘의 이야기지만 이를 떠나서 모든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마지막에, 자아를 확립하고 숲으로 향해 떠나는 아들에게 "엄만 아직 너에게 아무것도 해준게 없는데..."라고 말하는 하나의 말은 부모들의 가슴을 대변하는 명대사.

  3. 보통과 '다르다'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살아가는데 힘든지, 구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어머니의 위대함과 동시에 이런 사회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핀트를 맞주고 있는데, 그 시선이 날카롭기 보다는 안타까워서 영화의 분위기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4. 이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것은 유키와 아메가 각각 자신의 자아를 성립하고 그 길로 나아갈때, 그것을 바라보는 어머니 하나의 심정이다. 유키야 인간의 삶을 살기로 했으나, 아메는 늑대의 삶을 살기로 결정한 것으로, 결국 아메와는 헤어져야 하는데 이에 어머니로서의 마음과 충고가 슬픔에 범벅이 되어 드러나는 후반부가 압권.

  5. 아이들을 키우는 긴 세월을 영화에 무리없이 개운하게 담아냈으며, 한 사람의 일생을 나즈막히, 그러나 또박또박 힘 있게 들려주는 영화이다. 애니메이션 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

  6. 늑대아이를 보면서 '내 어머니의 모든 것'과 '보이후드'가 떠올랐다. 같이 보면 좋을 듯.

  7. 그러고보니 등장인물들 이름이 스포일러.....

2015년 4월 15일 수요일

벤 스틸러의 트로픽 썬더



  잘도 이런 정신나간 영화를!


  트로픽 썬더의 굵직한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감독이자 주연인 벤 스틸러, 잭 블랙, 로버트 나우니 주니어, 매튜 매커너히, 톰 크루즈.....
  그러나 이 배우들이 정상적인 인간을 연기하지는 않는다. 뭐 매커너히가 맡은 릭 정도면 괜찮다 싶겠지만...

  최고의 배우들로 이루어진 B급 영화...를 디스하는 액션 코미디 영화.....라고는 하지만 그냥 생각없이 보기에 좋은 킬링 타임 영화이다. 4chan이나 9gag, reddit등을 슬쩍 건드려본 사람이라면 이 미국식 유머 코드에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웃길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 없이 웃기다.

  이 모든 백미를 장식하는 것은 아무래도 톰 크루즈.... 인데 욕을 지껄이는 것이나, 춤을 추는 것이나 뭐하나 충격적이지 않은 연기가 없다. 씬 스틸러의 충격을 선사한다. 여하튼 재미있는 작품.

2015년 4월 11일 토요일

벤 스틸러,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of Walter라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영화. 이미 이전에 영화로 제작된 적이 있다고 한다. 조사하면서 이제야 알았다. 그래서 예전 작품을 찾아보니 고전이라 그런지 찾기가 힘들다. 안타까울 따음.

  내 추억 속 벤 스틸러는 그저 코믹한 아저씨인데, 이런 진지한 연기를 보자니 괴리감이 들었다...

  1. 주인공 월터 미티의 대범하지 못한 성격은 작품이 앞으로 나아가는 역할을 한다. 초반의 월터는 전형적 소시민의 모습으로, 기껏 용기를 내어 짝사랑 상태에게 어필을 하려 해도 에러가 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매우 평범한 인물.

  2. 이런 소시민적 모습은 그의 상상으로 인해 더욱 비참하게 보이는데... 말이 상상이지 월터의 그것은 판타지아의 영역이다. 이런 판타지와 상반되는 현실은 월터의 소심함을 부각시킨다.

  3.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라이프'지의 모토는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라이프'지의 모토 그 자체이고, 하나는 월터의 '삶의 목표', 즉 월터가 나아갈 방향이다. 영화 초반에는 라이프지의 모토와 월터의 삶이 동떨어져 있으나 이후 중첩된다.

  4. 생일날 받은 것은 여동생을 통해 엄마가 보내준 클레멘타인 케이크. 그리고 '숀 오코넬'이 보낸 지갑 뿐. 축하해주는 동료 사원은 없다. 회사에서의 월터의 지위를 알 수 있음.

  5. 영화는 숀 오코넬의 사라진 25번 필름을 찾아다니며 전개된다. 카메라가 탑 뷰로 월터의 이동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나타난다. 아기자기 하면서도 영화가 마치 필름의 현상, 인화 과정처럼 보이도록 한다.

  6. 중간중간 걸려오는 'e-하모니'의 '토드'의 전화는 영화를 환기시켜 주며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는다. 사실 이는 복선의 한 종류인데, 사소하기 때문에 가볍게 영화의 긴장감을 해소시켜주는 역할 정도로 쓰인듯.

  7. 월터의 삶은 오코넬을 찾으며 점차 풍요로워 진다. 그에 대한 반응으로 윙크를 300개나 받는데, 이미 월터는 필요가 없어진 후.

  8. 화면에 문자 텍스트등을 표시하는 기법으로 영화와 관객간의 거리감을 줄이는 방법을 썼다.

  9. 월터가 그토록 험하게 구르면서 숀 오코넬을 찾았건만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은 맥거핀... 혹은 월터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주는 장치였다. 애초에 가게에서 멍때리지만 않았어도 개고생은 안했겠지만, 삶의 다른 방식이나 목적 역시 찾지 못했을 것이다.

  10. 결말까지 보고나면 전형적 미국 영화임을 깨닫게 된다. 중간 과정이 스릴있기 전개된 미국 영화.  

2015년 4월 10일 금요일

뒤늦은 <초속 5cm> 리뷰

  아니 분명 지난글에서 '초속 5센티미터나 봐야겠다'라고 써놓고 신나게 룰루랄라 영화를 봐놓고는 왜 아직까지 리뷰를 안쓴것일까. 안타깝게도 지금 내 기억속엔 당시 영화를 보았던 감상의 단편이 얼마 없다. 이래서 바로 써야하는데. 멍청이. 영화를 분석하면서 봤던 게 아니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려고 했던거라 분석해둔 글 같은 것도 없다. 그냥 단편적인 느낌밖에 생각이 안난다.

  영화는 그 내부에서 3편으로 나누어진다. 나이로 따지면 유년기, 청소년기, 성인기, 연애기로 따지면 연애초기, 중기, 말기이다. (사실 말이좋아 연애 중기, 말기이지 실상은 권태기나 다름없다.) 1편의 내용은 그 유명한 대사가 나오면서 전개된다. 두 초등학생이 벚꽃잎이 떨어지는 속도를 이야기하면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초등학생이 수학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낭만을 뿜어낸다는 것이, 참 대견하다. 아무튼 1편의 전개는 그 낭만적인 대사가 표현하듯, 귀엽고 예쁜 사랑의 이야기이다. 신카이 마코토는 아름답고 예쁜 1편의 사랑을 화사한 봄의 색깔과 새벽 어스름의 청아한 파란빛으로 감싼다. 관객은 그 색깔로 하여금 이 두 학생의 사랑을 머릿속에 좀 더 깊이 각인시킬 수 있다. 분홍과 파랑. 1편의 사랑은 이 두 색깔이다.

  2편에서부터는 바로 내리막을 걷는데, 1편과의 연계가 부족한 부분이 드러난다. 여자애야, 남자애가 편지를 보내다가 뚝 끊어버렸으니 관계에 소홀해질 수도 있지만, 남자애가 편지를 갑자기 끊어버린 이유는 나오지 않기 때문. 때문에 남자의 태도에 거센 답답함이 밀려온다. 이유를 알 수 없으니. 게다가 이런 남자의 성격은 문자를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는 행동에서 더욱 강조된다. 이를 더욱 애처롭게 하는 것은 남자 곁에서 맴돌며 그를 짝사랑하고 있는 여동급생. 고백을 하려 하지만 남자의 시선에 자신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포기해버리고 만다. 궁금증은 증대된다. 남자는 주변의 여자애를 보지도 않으면서 왜 그녀에게 편지나 문자를 보내지 않는 것일까? 단편적으로만 보면 남자의 행동이 답답한데서 그칠 수 있지만, 더욱 깊숙히 들어가보면 나름의 이유를 추리하기 시작한다. 2편에서 나오는 우주가 바로 남자의 마음상태를 대변하는 부분. 그녀와 함께 우주를 바라보고는 있지만 그녀와 닿지는 않는다. 거리가 멀어지면 사랑도 멀어진다는 말을 대변하듯이 2편의 찝찝한 여운을 남기고 끝난다.

  3편은 엇갈리는 둘을 보여준다. 남자는 졸업 후 다른 여자와도 연애를 해보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나. 그 내면만은 무언가 텅 비어버린 채 인형처럼 살고 있다. 반면 여자는 이미 남자를 잊고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건설한 상태. 이 둘의 엇갈림은 그 옛날 둘이 어렸던 시절 함께 벚꽃을 보고 돌아가던 기찻길에서 이루어진다. 기찻길은 1편에서나 3편에서나 헤어짐의 길이다. 1편에서는 여자애가 '다음에 또 보러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는 그대로 기차가 지나가버려 모습을 가린다. 3편에서는 서로 엇갈려 걷다가 뒤를 돌아본 순간 열차가 지나가버려서 결국 재회하지 못한다.

  생각이 나지않아서 주섬주섬 억지로 기억을 모아가며 쓴거라 글이 좋지 않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라는 느낌이었다. 한때의 실수로 헤어졌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감정이입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의 전개에 나사가 하나 빠져있다. 영화 자체의 훌륭함보다는 스토리와 그림이 잘 맞아떨어져 입소문을 탄 듯.

2015년 2월 1일 일요일

리처드 링클레이터, <보이후드>



  2014년 최고의 영화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영화, <보이후드>. 지난해 영화를 거의 안보다시피 한 탓에 이 영화 역시 거르고 말았다. 뒤늦게나마 영화를 감상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중후반까지 긴장을 끌고가다가 후반부에 그 맥이 풀리면서 인생에 대한 환기를 시켜주는 전개로 흐른다. 긴장은 대부분 새 아빠 두명의 꼰대스러움(...)으로 인해 생성된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볼수록 꼰대라는게 얼마나 답이 없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혹은 엄마와 친부 사이의 긴장감도 있는데 이는 후반부에 해소가 되는데다가 크게 일어나지도 않으니 패스. 후반부 해소는 메이슨이 인생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얻으면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본 영화는 흐르는 인생에 대한 영화이다. 감독도 이를 드러내기 위해 1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영화를 촬영했으니, 그 노력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만일 중간에 감독이 불의의 일을 당해 에단 호크가 스피커폰을 이어 받았다면 영화의 색이 또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일단 링클레이터가 의도한 인생의 환기는 영화에 매우 깊은 숨을 불어넣어 준다. 다만 러닝타임이 3시간 가까이 되다 보니 조금 지루함을 느낀다. <반지의 제왕>같은 판타지물도 아니고, 일상을 3시간 동안 보여주다 보니, 영화 속 긴장감이 아무리 크더라도 질리는 감이 있다.

  추가로 인생에 대한 소년의 여정뿐만 아니라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 부모와 자식간의 괴리, 부모로서의 도리 등이 작품 전반에 드러나는데, 특히 부모가 자식을 낳고 기르고 독립시키는 과정에서의 허망함까지 다 드러나 있다보니 부모님들에게 보여줘도 아주 좋은(?) 영화가 될 듯. 좋다기보다 공감이 매우 될 듯.

2014년 8월 26일 화요일

이누노 잇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한 너무나도 유명한 일본의 멜로 영화. 2004년 국내에 처음 개봉할 당시만 해도 큰 인기를 끌지 못했으나, 이후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게 된 영화 중 하나.

 사실 내가 이 영화를 알게 된 것은 2004년 개봉할 당시 바로 그 때였다. 처음 느껴본 난해한 제목과 함께 당시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다른 영화의 아주 걍렬한... 타이틀 덕분에 그 둘을 같이 묶어서 외워버린 기억이 있다. 10년이 흘러서야 찾아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조그만 새싹일 당시의 일이다.

 1. 영화 도입부부터 시작해 영화 중간중간마다 나오는 나레이셔는 내내 담담한 어조로 흘러간다. 영화의 담백한 맛을 살려주는 기법. 인물 대신의 풍경과 함께 나레이션을 흘려 보내는 연출은 유독 일본 작품에서 많이 보이는 듯.
 (간혹 이런 나레이션 연출을 금전적인 문제로...이용해 먹는 대표적 작품 역시 일본작. 은혼이라던가...은혼...이라던가....)

 2. 사강의 책이 영화의 큰 틀로서 나온다. 조제란 이름의 출처와 영화의 줄거리 모두 사강의 책에서 나왔기 때문. 줄거리는 책에서 나왔다기 보다는 책을 따라갔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원작의 소설은 영화와 엔딩이 다르기 때문에, 영화만이 사강의 책을 따르고 있다.

 3. 장애에 대한 나쁜 인식 때문에 늘 해저 깊은 바다 속에서 헤엄칠 수 밖에 없던 조제는 스스로를 물고기라고 부른다. 영화 타이틀의 물고기는 조제 자신을 가리키는 것. 그래서인지 조제는 영화 말미에 물고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4. 조제가 물고기에 집착하는 것은 이별의 전조라고 해석해본다. 스스로를 물고기라고 부르는 조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다시금 스스로를 물고기라고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 물론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깊은 해저 속 조제와 사랑을 경험한 조제는 활동하는 수면이 다르겠으나, 결국 둘은 어쨌거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인걸.

 5. 조제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호랑이를 보러 오고 싶었다고 말한다. 호랑이는 조제에게 있어 장벽이나 턱과도 같은, 그간 넘지 못했던 장애물이다.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 턱을 넘고 싶었던 것.

 6. 카나이 하루키는 은근히 맥거핀으로 쓰이는 눈치. 엄청 중요해 보이지만 사실 얘가 없었더라도 사건은 잘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 아무리 사랑했던 사이라도 언젠가는 식어버리기 마련, 이라는 주제를 담백하게 뽑아낸 영화. 비슷한 영화로 <500일의 썸머>가 생각났는데, 둘 다 헤어지고 바로 교제를 시작하는 것도 그렇고 ㅂㄷㅂㄷ.... 다음에 한 번 비교해보고 싶은데 시간이 있을지.

 8. 멜로는 역시 일본.

2014년 8월 14일 목요일

J.마키에 그러버의 <나비효과>

 디렉터스 컷.


 사람들이 추천하는 영화는 대부분이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류 영화들이다. 한 사람의 인생의 성공 스토리를 담아내거나,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나 혹은 잔잔한 연애 소설 같은 영화. 추천글 중 열에 여덟은 감동을 선사하는 드라마를 추천한다. 하지만 그런 드라마만큼 쉽게 질리는 것도 없다.

 감수성이 풍부하야 눈물이 많은 사람은 몇번을 보던간에 낭만적이고 야리꾸리한 기분에 푹 젖을 테지만, 나같이 따분한 걸 싫어하는 족속은 드라마류의 영화를 몇편이고 연속해서 보지 못한다. 그래서 중간중간마다 호러나 스릴러, 액션 영화 등을 부러 찾아보는 편이다. <나비효과>도 사실 그래서 찾아본 영화이다. 이마저도 극장판의 엔딩은 감동이 밀려온다기에, 일부러 감독판을 찾아보았다.

 1. 도입부부터 강렬하다. 관객의 주의를 끌기에 알맞게 처음부터 문을 쳐부수고 나온다...
이런 강렬한 도입은 자칫 용두사미의 영화일 경우, 그 지루함을 더욱더 증폭시킬 수 있으나 다행히도 영화는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2.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연출로써 중간중간 큰 효과음과 함께 장면이 순식간에 바뀌는 방법이 사용되었다. 다만 이는 영화 초입에만 몇 번 나온다. 카오스 이론을 따온 영화답게, 효과음과 함께 바뀌어 나오는 장면들 역시 카오스 상황을 담아내고 있다. 무언가가 불타고, 터지고, 목을 조르고...

 3. 영화는 주로 주인공을 포함한 4인방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은 이 모든 이들의 행복한 삶을 지켜주고 싶어 한다. 다만 의아했던 것이, 이들중 3인방은 아주 어릴때부터 알고 지낸 가까운 사이지만, 중간에 껴든 '레니'라는 이름의 인물은 조금 뜬금없다. 영화를 이끄는 중요 요소이기는 하나, 비행기 조립이나 뾰족한 물건으로 사람을 찌르는 것이나, 무언가 겉도는 느낌. 약간 어색하고... 맞물리지 않는 인물같다.

 4. 주인공의 아버지가 말하듯, '신을 거스러서는 안된다.'. 이것은 아버지이자 경험자로써의 조언이었으나, 주인공은 급한 상황인지라 이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이후 주인공이 능력을 쓰면 쓸수록 상황은 더 나빠지기만 한다.

 5. 능력에는 매개체가 필요한데 주인공에게 있어서 일기장이 바로 그 매개체가 되겠다. 주인공이 어릴때부터 꾸준히 일기를 써왔다는 것이 영화의 진행을 가능하게 해준 전제조건. 만약 일기를 안썼더라면 영화고 뭐고 없었겠지...

 6. 영화 내내 운명론적 분위기가 감돈다. 어떻게 하더라도 결국 전부 행복해지는 미래는 나오지 않는다. 물론 주인공의 욕심이 과한 탓도 있지만, 제목이 <나비효과>인 것 치고는 너무 운명론적.

 7. 주인공은 꼭 죽어야만 했는가? 굳이 태아때로 돌아가 죽어야만 했는지도 의문. 물론 남아있는 비디오 테잎이 태아때 것밖에 없다면 모를까, 굳이 죽지 않아도 미래를 바꿀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감독판은 결말이 너무 극단적이다. 그래서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개운하지도 않고.

2014년 8월 10일 일요일

이상과 현실의 거리, 조 존스턴의 <옥토버 스카이>

 최근 즐겨보는 예능프로가 있다. jtbc에서 하는 비정상회담. 패널들도 전부 매력적이고 mc들 특히 유세윤의 역량이 무지막지하게 드러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에서 3화쯤이었던가, 현실과 꿈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을 두고 비정상인가, 정상인가를 토론해보았다. 사연의 남자는 7년째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사람이었고, 패널들 대부분은 비정상이라고 답했다. 7년동안이나 했으면 슬슬 현실을 깨닫고 본인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사람은 7년이라는 시간을 공부하며 고민했지만 우리는 종종 몇개월도 안되어서 본인의 꿈과 현실에 대하여 줄타기를 하고는 한다. <옥토버 스카이>는 그런 사람들의 영화이다.

 1. 제이크 질렌할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어필이 될 수 있는 영화이다. 질렌할은 매력적이면서도 고민하는 소년 주인공의 역할을 잘 표현해내어 영화에 감칠맛을 더했다.

 2. 크리스 쿠퍼는 아버지 역이 정말 잘 맞는다. 특히 꼰대...라고 불릴 만한 전통적인 아버지상. <아메리칸 뷰티>에서도 드러난 그의 아버지 연기란....

 3. 철없어 보이는 개구쟁이 소년이 위성을 한 번 본것으로 곧바로 로켓 발사 작업에 돌입한다는 것이 조금 벙쪘다. 고작 딱 한번, 물론 그 때 당시의 위성의 위엄이야 지금보다도 더 했겠지만 고작 한 번 본 것으로 꿈을 갖고 로켓을 만든다는 것은 조금 어색하게 보였다. 뭐 그럴수도 있겠지만. 여자대신에 로켓에 반한 거라고 쳐두려 한다.

 4. 소년의 성장이나 꿈을 쫓는 영화는 늘 그렇듯 도우미가 있다. 여기서는 그의 세 친구들과 선생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무정해보이는 아버지도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주는데, 이는 영화의 감동적인 면을 더한다.

 5. 이제껏 소년을 보고 광부나 되라던 아버지가 소년의 꿈을 지원해준다는 것은 굉장한 감동 포인트지만, 조 존스턴은 이 장면을 과장되어 억지로 표현하지 않았다. 흔한 한국영화의 산파처럼 음악이 깔리고, 인물의 모습이 점차 클로즈업되며, 굵은 눈물을 흘리는 그런 연출보다는 약간의 조크로서 감동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연출을 보여준다.

 6. 탄광은 일종의 덫과 같다. 또한 아버지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탄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영원히 아버지의 그림자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과 같다. 때문에 주인공은 절대 탄광으로 내려가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을 한다.

 7. 그러나 결국 어쩔 수 없이 광산으로 가게 되는데, 그때가 주인공에게 있어 가장 비참했던 시기로 묘사된다. 산불 누명보다도 더.

 8. 영화는 약간 하이틴스러운 모습도 보이는데,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바라보는 한 명의 소녀 때문. 거기에 도로시라고 하는 철없는 소녀 한명이 곁들여져서 10대 소년의 사랑 심리가 조금 엿보이는 연출.

 9. 마지막 로켓은 아주 높이 솟아오른다. 소년과 그의 아버지가 어깨동무를 하고 로켓을 바라보는 것과 마을 사람들과 도움을 준 선생님이 병실에서 로켓을 바라보는 연출은 보다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한국 영화들이 좀 배웠으면 하는 부분.... 괜히 산파로 끌고가는 것보다 이 편이 훨씬 자연스럽고 여운이 보다 더 길게 남는다.

 10. 가족들 중 형은 유일하게 한 게 없다.

미국 영웅주의의 파괴, 프랭크 다라본트의 <미스트>

 누구누구가 꼽는 최고의 호러영화에 늘 순위권을 차지한 영화 <미스트>. 개인적으로 호러 영화는 찾으면서까지 즐겨보는 편은 아닌지라 <미스트> 역시 이름만 듣고 오랫동안 감상을 미뤄온 작품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말하는 충공깽... 결말이 임팩트가 강한지라 그 결말로 영화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이 영화는 결말로만 평가하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1. 영화 초입부분, 주인공이 그림을 완성시켜가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마치 어느 영웅의 찬란한 뒷모습을 연상시킨다. 초반부터 이 영화가 말해주는 의미를 암시하고 있는 그림.

 2. 주인공과 옆집 주민은 관계가 좋지 않다. 감정이 상한 상태인데, 이는 이후 마트에 갇히게 되고, 괴물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서로의 불신을 강화시키는 소재가 된다. 이 때 몇몇 사람들은 이성보다는 상대방의 과거의 과오를 곱씹거나 혹은 굴욕을 당했던 기억을 되살려 상황에 곧이 직면하지 못한다.

 3.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늘어난다. 점점 악화되어 가는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4. 극 중 교사로 나오는 여인은 과연 교사답게....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으며 다함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끌고간다. 말그래도 끌고가는 수준... 이후 교사는 현실을 직시하고 희망을 버린다. 제일 입체적으로 변하는 인물이지만, 이후 주인공의 행보가 이상해지면서.. 인물간의 역할이 모호하게 되어버렸다.

 5. 집단 광기의 중심에 서 있는 광신도 여자는 영화 내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안함과 짜증을 유발시키며 흥미를 이끌어나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광기에 물들어 가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주인공 일행은 마트 밖의 적보다 마트 안의 적들에게 훨씬 위협을 느낀다.

 6. 인간의 적은 결국 인간. 그리고 암울한 상황에서의 광기. 이 두 주제가 영화가 말하는 주된 포인트.

 7. 조금 의아했던 것이, 주인공은 그 역경을 해치며 영울 행세를 하다가 왜 막판에 가서는 그런 행동을 택했는지... 아내의 죽음을 본 탓일까. 그렇다고 해도 결말은 조금 뜬금없었다. 이 부분에서는 소설판이 좀 더 납득할만한 결말인듯.

 8. 그러나 영화는 극적인 결말을 통하여 영웅주의의 허무함을 단박에 깨우쳐준다. 아무래도 이 때문에 주인공의 행보가 모호해진듯. 본래 이런 재난 영화의 주된 줄거리는 주인공이 사람들을 이끌고 아슬아슬하게 위험을 헤쳐 나오는, 그리고 주인공이 매우 뛰어난 리더십과 능력을 보이는 것이 보통. 그러나 미스트의 결말은 이런 영웅주의 특히 헐리우드 영화의 공식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2014년 8월 7일 목요일

한동안 뜸했었지 - <그녀에게>

 4월부터 블로그 관리가 귀찮아지기 시작하더니 5월에는 아예 그냥 손을 놔버리고야 말았다. 이후 가끔 생각이 나고는 했지만 귀찮기도 하고, 흥미를 느끼지도 못하여 방치하고 있던 것을 오늘 다시 끄집어내고자 한다. 한동안 정말 뜸했다.

 <그녀에게> 역시 내가 한동안 관심을 끄고 있던 영화였다. 몇년전 영화들을 닥치는 대로 찾아보다가 접하게 된 영화. 당시에는 어렴풋이 이해를 하고 넘어갔던 영화의 감성을 이제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영화의 감독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알모도바르의 이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차분하고 애절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누군가가 그저 흘깃 스쳐본 영화의 겉표면은 잔혹한 사랑 영화로 보여질 수 있겠으나, <그녀에게>는 사실 엉뚱한 넌센스 영화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둔 남자가 게이로 오해받으며, 그 남자의 지극한 간호로 깨어난 여자는 남자를 다시 만날 수가 없다. 넌센스의 중심에 선 인물은 남자 간호사 베니그노이다. 알리시아가 발레리나로써 할동했을 때 부터 그는 그녀를 짝사랑한다. 매일 창 밖으로 보이는 모습을 훔쳐보며 사모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그녀의 집을 알아내어 머리핀을 훔쳐가기도 한다. 영락없는 스토커의 모습이자,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행동이지만 알모도바르는 이를 베니그노의 감성에 덧대어 조금더 이질적인 느낌으로 만들어 낸다. 때문에 베니그노의 분명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분노가 아닌 이질적이고 기묘하게 생각되고는 한다.

 환자와 간호사로 만난 후의 행동은 이제 베니그노의 탁월함을 과시한다. 베니그노는 의식불명의 알리시아에게 매일 말을 걸면서 그녀가 깨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다. 그 스스로도 그것이 기적임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이 본인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절대 놓지 않는다. 마르코는 베니그노의 행위를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얼마 안가 그의 생각에 일부 동조하게 된다. 허나 마르코가 혼수상태의 연인, 리디아에게 말을 거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것은 이후 나오는 리디아의 전 연인과는 대조되는 부분인데, 전 남자친구는 리디아의 손을 잡으며 의식이 없는 그녀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것도 자신이 발목을 다쳐 2주동안 리디아의 곁에 있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말을. 사실 마르코는 베니그노만큼 기적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베니그노는 그렇게 사랑하는 알리시아를 강간하기에 이르는데, 이는 분명 사회적으로 볼 때 크게 규탄받을 행위이다. 하지만 알모도바르는 이를 넌센스하게 풀어 나가는데, 바로 알리시아가 베니그노의 보살핌으로 마침내 깨어난 것이다. 감옥에 들어간 베니그노에게는 이러한 사실이 전달되지 않았으며, 결국 베니그노는 알리시아가 없는 세상에서 자살을 택하고 만다. 넌센스에 이은 넌센스가 빛나는 장면이다. 이로 인해 베니그노에 대한 규탄적 시선보다는 한 남성의 짙은 로망이 만들어낸 잔혹한 결말로 보여지게 된다.

2014년 3월 17일 월요일

나치에 대한 단상들.
























 배열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막 놓은 포스터들. 이 영화들은 모두 나치들과 관련한 영화들이다. 나치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를 그린 <몰락>에서부터, 나치로 인해 고통받은 이들의 삶을 그린 <인생은 아름다워>나 <피아니스트>까지 그 분야는 다양하다.

 <인생은 아름다워>와 <쉰들러리스트>, <피아니스트>는 나치가 아닌, 나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조명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들은 감동적이고 서정적인 서사를 보여줌과 동시의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피해자이면서도 끝까지 삶을 영위하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이들과, 그런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을 내려놓은 사람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세 영화에서, 그들의 노력은 확실한 결실을 맺고 끝이 난다.

 반면 <몰락>과 <바스터즈>는 그 성격이 좀 다르다. <몰락>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나치의 몰락을 다룬 영화이고, <바스터즈>는 제 2차 세계대전을 재해석하여, 나치를 때려잡는 특공대를 그린 작품이다. 두 영화는 감동적이거나 서정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나치가 행한 폭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바스터즈>같은 경우레는 폭력을 때려잡는 폭력이 그려지기도 한다.

 이렇듯 나치는 영화계에도 큰 영향을 미쳐왔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앙이 영화판의 양분이 된 것이다.

2014년 3월 15일 토요일

시네마 천국의 Love Theme.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시네마 천국. 몇번을 봤지만 아직도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정말 훌륭한 영화라서 뭐라고 글을 쓰기도 어려운 작품이다. 오늘은 노래를 많이 올리네...

 곡의 작곡가는 엔니오 모리코네.

2014년 3월 8일 토요일

자움 콜렛 세라, 논스톱.




 이 영화는 총 3단계로 설명된다. 1. 빠르게 넘어가는 시퀀스로 속도감있는 초반. 2. 본격적인 액션과 함께 긴장이 더해지는 중반. 3. 영화를 갈아엎어버려도 시원찮을 마무리.

 의문점이 많이 남는 영화다. 아니, 승객을 어떻게 죽인 것일까? 화장실에 분명히 아무도 안들어갔다고 나온다. 들어갔던 이는 어느 할머니와, 제이미 밖에 없는데, 이 둘은 (스포) 범인이 아니다. 화장실 대목은 그저 제이미의 과거를 밝히기위한 도구로 쓰여진다. 결국 범인을 찾는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범인은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고도 승객을 죽였네? ^오^

 그리고 기껏 이리저리 뛰면서 범인을 찾아내려고 하는데, 그렇게 힘들게 뛰면서도 결국 못찾는듯 하다가, 막판에 전화 한통 받고 승객 휴대폰 빼앗아서 손쉽게 범인을 찾아낸다. 맥이 탁 풀린다. 그럼 진작에 동영상을 보던가. 대놓고 자신을 찍어댔는데도 그걸 몰랐나.

 액션 좋아하는 사람이면 봐도 좋은데, 왠만하면 보지 말아라.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영화다. 너무 전형적이라 뭐라 할 말이 없다. 하기야 나는 영화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 가서 본거였지만. 영화는 별로였어도 같이 본 사람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근데 진짜 보지마라. 솔로라면 허무해질 것이고, 커플이라면 누가 영화를 추천했느냐며 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