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28일 화요일

홉고블린...

http://fatpig.tistory.com/entry/HobGoblin-%ED%99%89%EA%B3%A0%EB%B8%94%EB%A6%B0-52


  이분 블로그는 정말 유익하다.

  나도 얼마전에 홉고블린을 마셔봤다. 대형마트에서 3개 교차묶음으로 만원하길래, 멋모르고 집었던 병이 이거였다. 맥주병 디자인이 느낌이 괜찮아서 가져왔는데 참 놀랄만한 발견이었다. 너무 맛있었기 때문이지...

  홉고블린과 같이 사왔던 미국 맥주 두 놈도 괜찮았지만 클래스가 영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자꾸만 영롱한 고블린의 큰 눈과 삐죽한 턱과 위협적인 매부리코가 매일 떠올랐다. 이래서 마물이 위험한거구나, 나는 RPG같은 거 바람의 나라밖에 안해봤는데... 게다가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니까 도토리 주는 다람쥐나 있지 고블린 같은 건 없는데.. 그래서 마물을 접한 적도, 당연히 경험해본 적조차 없는 나에게 악랄한 마력의 무서움을 깨닫게 해준 맥주였다.

  하지만 지난 번 화요일에 술을 몇 병 마시고는 이제 스스로에게 일주일에 딱 한 번만 음주를  허락하겠다고 크게 결심한 후로는 마실 수가 없었다. 적어도 다음 화요일까지는 참고 기다려야 했고, 실제로 참고 기다렸으며, 그동안 우리 엄마 아빠는 나 빼고 충북 진천군 덕산면 덕산양조장에서 제조하는 덕산막걸리 한 통 남은걸 다 비우셔서 나를 분노하고 좌절케 했다. 이름부터 맛있어 보였는데... '덕산 막걸리'.....

  아무튼 그래서 쭉 참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화요일이 되었고, 운동을 마친 후 신나는 마음으로 홈플러스로 갔다. 지난번에도 홈플러스에서 샀으니까 당연히 있겠지 뭐ㅎ 이런 마음으로.




  근데 없음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업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할 고블린 놈들은 그새 용사가 와서 다 때려부쉈는지 종적을 감춘채 행방을 알 길이 없고, 대신 다른 상품들이 상품 진열대를 대신 채우고 있었다. 새로 들어온 맥주들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만, 그 맥주들이 괜히 미웠다. 맛없는 버드와이저도 미웠고, 호주에서 왔다는 캥거루가 그려진 맥주도 미웠고, 제초제가 검출되어서 인기가 꺾였는지 세일을 하는 크롬바커도 미웠고, 생각보다는 별로였던 인디카 페일에일과 듀벨, 에델바이스, 다섯 개 사면 세일인데 두 개 진열된ㅋ 산 미구엘도 미웠다. 새뮤얼 아담스 빼고 다 나가줬으면 좋겠어....

  그래서 마트와 주변을 배회하다가 캔에 담긴 홉고블린을 발견해서 캔맥주라도 샀다. 뭔가 캔맥주로 사는 게 억울해서 홉고블린이 아니라 홉고블린 골드를 구매했다. 추천받은 코젤 다크 500ml까지 구매완료. 아 낮에 기네스 마시는 게 아니었다. 기네스랑 감자탕이랑은 안어울렸어. 애 때문에 합의이혼도 안하고 입 닫고 사는 부부를 보는 듯한...그런 조화.

Hello stranger



  It seems so good to see you back again.

  <문라이트> 삽입곡. 케빈에게 샤이론을 떠올린 노래.

Barry Jenkins, Moonlight



  2월 개봉 예정 영화표를 보다가 바로 꽂혀서 보았던 영화. 사실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더 보고 싶어서 개봉관을 열심히 찾아봤지만 해당 작품을 보려면 이수까지 지하철을 타고 사오십분은 가야해서 반쯤은 포기했다. 그런데 운이 참 좋게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영화관에서 아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게 아닌가! 또한 <문라이트>를 선개봉하여 이동진 평론가의 해설까지 곁들여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주저없이 카드를 꺼내서 예매를 마치고,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남은 이틀의 기간이 내게 참 설레었던 순간이었다. 고작 영화 한 편에 뭐 그렇게 설렜느냐고 생각하겠지만, 그래 그렇다, 나도 왜 그렇게 설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색다른 작품을 남들보다 먼저 접한다는 것에서 나온 기대감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영화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아니 슬펐다고 해야할까. 영화가 보여준 서정적인 감정들은 아름다웠지만 그 감정을 요리한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은 전혀, 아름답지가 않다. 슬픔의 미학을 제대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해야 하나.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영화가 그만큼 훌륭했고, 내 언어감각이 그만큼 못하다.

  1. 영화는 3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주인공 '샤이론'의 어린시절을 보여주는 '리틀', 청소년기를 보여주는 '샤이론', 그리고 성인이 된 '블랙'. 차례로 세 파트의 리듬을 따라가다 보면 샤이론의 성장과 함께 커지는 그의 성적혼란이 매우 뚜렷하게 부각된다.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대사들을 따라가다 보면 작품의 주제가 '인종'과 '성정체성' 두 가지인 것 같지만 실상 작품의 끝까지 관통하는 주제는 '성정체성' 하나뿐이다. 물론 흑인들의 게토와 아웃사이더가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크게 부각되진 않는다. 마약과 주인공의 어머니가 등장할 때만 잠시 모습을 보일 뿐.

  2. 하지만 인종문제가 '흑인'과 '성정체성'의 신선한 결합을 엮어내기도 했다. 그동안 동성애자와 관련한 작품은 꾸준하게 등장했지만 그것이 흑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경우를 나는 본 적이 없다. 성의 혼란에 거친 흑인 게토의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샤이론이 겪는 고통은 가중된다. 이것이 동성애를 주제로 하는 다른 영화와 문라이트의 차이점이다. 사랑의 혼란 뿐만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환경의 냄새도 풍기는 것. 특히 마약냄시, 뒷골목냄시...

  3. 인상깊은 연출이 참 많았는데, 영화 제목처럼 푸르스름한 달빛이 샤이론을 종종 내리쬐고는 한다. 샤이론이 달빛을 받을 때는 그의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건이 벌어지는 때이고, 그 때만큼은 샤이론이 현실에서 벗어나 허무맹랑한 꿈을 꾼 것 같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와 천장을 바라보니 달빛대신 죽은 벌레들이 들어있는 낡은 형광들이 그를 비춘다. 또한 달빛을 닮은 푸른 형광등이 등장하는 순간에는 샤이론의 성격이 바뀌기도 한다. 소심하고 마른 소년에서, 큰 덩치를 가진 대범한 남자로, 얼음물과 함께.

  4. 하지만 역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3부에서 '블랙'이 된 샤이론이 케빈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씬. 케빈의 연락을 받고 가게를 찾은 샤이론. 그가 가게문을 열자 울리는 종소리가 마치 복싱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들린다. '지금 이 순간부터 경기시작!'이라고 선언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샤이론과 케빈의 재회는 경기의 긴장간만큼이나 아슬아슬하다. 샤이론이 찾아온 목적을 뻔히 아는 듯하면서도 속편한 이야기를 하는 케빈. 그러나 케빈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결국 가게에서의 대화를 통해 장소가 케빈의 집으로 옮겨지는 변화에도 긴장감과 감정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 샤이론의 마지막 고백은 조용하게 일어난 작은 빅뱅이다. 케빈에 대한 솔직하고 절절한 자기고백을 보면서, 나까지도 참 서러웠다.

  5. 이동진 평론가가 <문라이트>에 대해서 평해놓은 글이 있다. 글을 보면서 많은 공감을 느꼈다. 검색은 구글.

  6. 그리고 <문라이트>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라라랜드>를 제치고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해프닝이 일어났으니...


  아카데미 측의 실수로 시상번복이 일어난 것. <라라랜드> 스태프들에게는 안됐지만 상황은 재밌다.

2017년 2월 27일 월요일

파도소리가 밀려와, 잠들기 직전 내 귀엔 소리가 들려와



  16년도 힙합 앨범 중 가장 재밌게 들었던 넉살의 <작은 것들의 신> 앨범 중 2번 트랙.
  Make it slow는 아니지만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익살맞은 구석들이 있다.
  진지함과 익살스러움 그 중간에서 피어난 앨범.

2017년 2월 25일 토요일

You just can't stand the way




  that I walk out from the wreckage.

  한 해를 꼬박 군에 있었던 2016년에도 영화는 봤다, 대견하게도!
  원래는 영화리뷰를 쓰려고 했지만 피곤해서 음악만...

  근데 이 노래 제목이 참 멋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