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8일 화요일

성의 담론과 이해 강의 짧은 글

  개인적인 견해로는 개인의 성 정체성 확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이나 가정에서 배우게 되는 기초적인 학습들이나 각종 미디어에서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말들은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큰 흐름에 쉽게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큰 흐름이란 대다수의 시민들이 공유하는 가치관의 공통분모로서, 보통 상식으로 통한다. 역대 가장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은 타인의 반응에 민감하고, 비난을 피하거나 소외를 면하기 위해서 대중이 용납하고 제작한 틀 안에서 의사를 표현하고자 한다. 각각의 의사표현은 모여서 기류를 형성하고 끊임없이 재창조되면서 문화로 발전한다. 문화는 백지 위 찍힌 인감도장처럼 다시 개인의 자아확립에 자국을 남긴다. 다시 말해서, 범 사회적으로 형성된 문화적인 분위기와 그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많은 담론들이 개개인의 자아 정체성 확립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의 분위기를 체감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태어나고 자란 가정에서, 다른 누구는 학교교육을 통해서, 혹은 개인적인 사고경험을 통해서 사회문화를 느낄 수 있다. 나는 주로 미디어, 특히 인터넷을 통해 문화를 습득하고는 했다. 어릴 때부터 붙잡고 살았던 컴퓨터 속 인터넷 세상이 나의 성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 속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모인 군집 또한 무수히 많다. 제각기 군집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다. 어떤 집단은 굉장히 보수적이어서 남성우월주의적 시각으로 쓴 글이 많은 반면에 다른 어떤 곳은 성 담론에 대하여 상당한 진보를 이루어서 그들이 속한 군집에서라도 평등을 추구하기도 한다. 나는 주로 진보적인 입장의 집단에서 활동하며 지내왔기에 그들이 이야기하는 여성과 남성의 공존, 현실적인 국내의 차별문제와 해결방안 등을 습득하고는 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바가 다양한 이라는 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누구 하나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지 못해서 토론과 토의가 계속되는 성별이라는 화두. 나의 교사 노릇까지 했던 인터넷에서는 진보적인 시각이 대세였다. 나는 그것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페미니스트나 동성애를 위시한 독특한 사랑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고 소중하다. 어떤 사상을 갖고 무슨 방식으로 표현을 하던지 본래 각각의 사람 자체는 공평하게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다. 안타깝게도 요즘 네트 상에서의 성에 대한 담론이 주로 남성과 여성의 성 대결로 변질되는 것 같지만 서로는 서로를 찍어 눌러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해야 할 대상이다. 나는 자라오면서 남자는 ~해야 하고 여자는 ~여야 한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손에 꼽는다. 물론 어른들로부터 물려진 구시대의 낡은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있기는 하지만 성 평등은 이제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를 유지시키면서 모든 사람들의 만족과 타협을 이끌어내는 정책 및 입법활동 혹은 캠페인이 이루어지느냐, 아니면 양자간의 성 대결로 시간과 체력을 소모하다가 황금 같은 기회를 저버리느냐 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편견을 벗어 던지고 새로이 올바른 성 정체성과 평등 확립에 힘을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


어제 술을 거른 이유. 이걸 써야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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