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겨울만 되면 가슴이 콩닥거린다. 지난 겨울날들 중 어느 날에 좋은 일이 있었던가?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떠오르는 추억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겨울만 되면 가슴이 뛰는 걸까?
겨울이 언제 시작되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도 아니다. 몇월의 몇일날 바로 겨울이 되는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나의 설렘은 정확히 어느 날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슬며시 고개를 치켜드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야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고 있음을 알게 되고, 겨울이 왔음을 실감한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굵직한 사건들은 겨울에 일어났다. 아무래도 내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도를 넘은 탓이다. 그덕에 좋은 일은 없었다. 늘 마음 졸이고 잘못을 되새겼던 기억들만...
내가 느끼는 겨울은 노래로 치면 이렇다. 차분해보이는 것은 단지 겨울의 겉모습이고, 내 마음은 그 속에서 위험하게 흔들흔들거린다. 나대지 좀 말지.....
그래도 나는 겨울이 좋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그만큼 가슴이 벅차오르는 게 좋다, 그만큼 행복한 날들은 또 없다. 잘못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 흥분이 눈처럼 녹아내린 봄날의 내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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