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군함도에 대한 평가가 극으로 달리는 것과는 다르게, 기승전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나쁘지 않다. 군함도 내에서 벌어지는 수탈과 같은 민족을 배신한 나쁜 조선인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 영화 중반부까지는 고증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다. 군함도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카메라 테이크도 꽤 볼만했다. 영상미 하나는 잘 뽑은듯.
2. 작품 중반부까지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황정민과 아역 김수안이 연기한 부녀. 아역의 연기가 일품이고 매너리즘 이야기가 무색하게 황정민의 연기 또한 영화에 너무도 잘 녹아들었다. 그러나 다른 캐릭터들의 힘은 약하다. 이정현과 소지섭의 연기는 영화와 고르게 맞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결말로 치달을수록 영화 속에서 자연스러워지긴 했다. 다만 자연스러워진 이후의 이야기가 너무 허무맹랑한 연애담이라서 문제..
3. 중반부까지 부녀의 힘으로 이끌어오던 영화는 그러나 송중기의 등장으로 와장창. 송중기의 존재와 연기가 영화의 색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송중기가 맡은 캐릭터가 너무 진부한데다가, 뜬금없고, 허무맹랑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압축하여 폭발시켜 빅뱅을 만들어버린... 차라리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나 테이큰에 딱 어울리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이 캐릭터가 등장함으로써 영화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처럼 보였던 메시지는 흐리멍텅하게 녹아버렸다. 왜 막판에 호화로운 액션을 넣어야 했는지, 왜 슬로우모션을 그렇게 쓸데없는 곳마다 써야 했는지... 좀 착잡했다.
4. 하기야 상업영화니까 이해는 된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고, 많은 관객을 끌어모을 심산으로 만든 영화니까 눈요깃거리를 반드시 넣어야겠지... 그렇지만 이 좋은 소재가 이렇게 쓰여버린 것은 참 아쉽다. 감독의 역량부족이라고 말하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도 이 영화가 얼마나 큰 흥행을 거두어야 하는지 알았을 것 아닌가. 이럴 수 밖에 없었겠지. 그렇지만...
5. 그래도 류승완은 류승완인게, 비록 어이없이 액션신의 과정이 전개되기는 해도, 액션신 자체는 훌륭하다. 그러니까 보는 맛은 확실한 영화다. 보는 맛만큼은...!
종종 <덩케르크>와 비교를 당하곤 하는데 둘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영화다. 배경만 좀 비슷하지... <덩케르크>와 <군함도>를 비교해서 어느 하나를 골라 보는 것보다는 그냥 둘 다 보고 비교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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