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6일 목요일

부산 여행 후기.

  24일부터 26일까지 2박 3일로 부산을 다녀왔다. 생에 두번째로 가보는 부산이었는데, 지난번에 갔었을 때는 돈도 시간도 빡빡해서 뭣하나 제대로 즐기지를 못했었다. 패키지 여행을 떠난 느낌이라 돌아와서도 영 개운치 못했는데, 이번에는 여유롭게 다녀온 덕에 많이 즐길 수 있었다.

  나는 어느 지역을 여행하던간에 늘 그 지역의 맛거리를 중시한다. 누군들 안그러겠느냐마는 어느새인가 여행의 주제가 식도락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좋다. 다만 가끔 내 자신이 너무 먹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자괴감에 빠져들뿐... 그래도 맛있게 먹는다.

  숙소가 해운대 근처 호텔이었기 때문에 해운대 근처로 놀러나갈까 생각을 했는데.. 일정을 짜보다 보니 서면과 남포 중심으로 일정이 갖춰졌다. 결국 해운대에서는 먹고 마시고 바다보는 게 전부였음^0^

  출발은 수원에서 했다. 우리 집 근처에는 기차가 다니는 곳이 없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이 용산과 수원. 같이 가는 일행이 화성에 살기에 수원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오전 8시 45발 기차였는데, 혹시나 늦잠을 잘까봐 전날 일직 잠에 든 탓인지 너무 일찍 일어나버렸고, 너무 일찍 도착해버렸다. 아파트 근처에서 돌아다니던 흰 고양이의 애교를 받고 춥고 쌔까만 거리를 걸어가는데, 이렇게 새벽녘에 집을 나선게 얼마만인지, 초등학생때 성당에 가느라 늘 이 새벽에 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새벽거리는 어둠 속에 빛을 받아 은은했다. 풍경을 기억한 채 갈아타기 위해 가산역에서 내리자 어느새 아침이 밝아 하늘이 온통 퍼래졌다. 수원역에 도착한 것은 오전 8시. 상가들이 이제 막 개장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아침 열차를 타기 위해 티비 앞에서 쌔까맣게 모여있는 사람들이 추위에 몸을 떨고 있었다. 수원역은 AK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 AK는 오전 10시 즈음에 개장한다. 그래서 그 즈음에야 역 상가들도 개장하겠거니 했는데 던킨도너츠는 이미 가게를 연 후 였고, 뒤따라서 다른 가게들도 아침을 맞고 있었다. 세상에 가게들이 이렇게나 빨리 여는구나, 솔직히 조금 감탄했다. 때마침 배가 고팠기 때문에 던킨에서 아침 머핀을 사먹었다. 일행과 합류해 40분에 기차를 탔다.

  수원역에서 부산역까지는 5시간이 걸린다. 어지간히 흥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꾸준히 깨어있기 힘든 시간이다. 그래서 나도 잤다. 친구도 잤다. 간간히 깨어나면 가져온 과자를 까먹고 다시 잤다. 그래도 부산은 마냥 멀었다. 다음번에는 그냥 ktx를 타고 오자... 아니 비행기를 타고 오자... 그런 말을 나누었다. 잠깐 지금 손이 시려워서 다음에 이어서 다시 써야겠다.

2015년 2월 23일 월요일

Loro's, U




  2014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인 로로스의 <W.A.N.D.Y> 수록곡. 뮤비까지 있는걸 보니 타이틀인듯.

자꾸 블로그질 하는 걸 잊어버린다.

  하하 부산 다녀와서 써야지.

2015년 2월 14일 토요일

달회사의 페이트를 보면서 갑자기 느낀건데...

  왜 이 학교는 여자 교복은 이쁘게 만들어놓고서는 남자 교복은 북한 인민군처럼 만들어 놓은거지?

2015년 2월 13일 금요일

오랜만에 정치글.

  노 전 대통령이 서거 후, 비이상적인 열풍이 일어나면서 국민들 중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을 재평가했고 그의 추종자가 되었다. 이 기이한 현상은 곧 각종 언론사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당시 노무현을 비판했던 보수언론은 물론이고, 비판을 넘어서 질타조차 서슴치 않았던 진보언론들 역시 호된 비난을 받아야했다. 그리고 지금, 그 진보언론들은 어떠한가? 경향신문을 비롯, 한겨레와 오마이뉴스와 같은 진보언론들은 보수언론들과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는 이전의 김영삼, 김대중 때보다도 더욱 입장차가 완고해졌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싸움 및 이념이 번져나가 물들인 세대간 갈등과 지역갈등, 빈부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것처럼 보인다. 이 모든 것이 노무현의 서거 이후로 더욱 심화되었다. 왜 어째서 사람들은, 심지어는 노무현을 질타했던 이들좌 왜 그의 죽음에 이렇게 갑작스런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인가?

  얼마전 당대표로 당선된 문재인 대표는 많은 이들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그를 따르는 움직임을 보인 원인에 대하여 1. 노통이 죽고 나서야 많은 이들이 노통의 진정성을 깨닫게 되었다. 2. 노통 정권이 부정되어가면서 후퇴되어가는 것들-복지나 민주자유 등-을 보면서 사람들이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아니 그런데, 자살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만한 힘을 가지고 사람들로 말미암아 1,2와 같은 생각을 갖게 할 수 있었단 말인가? '자살'이라는 키워드는 한국 사회에서 비극적 이미지를 갖는다. 하긴 어느 나라든지 안그렇겠느냐마는, 한국 사회에서는 공인의 자살까지 비극적 주제로 쓰인다는 말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라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머리에 스쳐 지나갔을 것이고 이는 곧 이 큰 열풍을 불러오게끔 했다. 결국 이는 지금까지도 유효하여 민주당은 노 정권 직후 노무현의 모든 것을 버리려고 했으면서도, 서거 이후에는 '노무현의 뒤를 잇겠다'라는 자세로 급변하게 되었다. 이 스탠스는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러하다면 노통은 왜 대통령 임기 동안 그렇게 많은 비난을 받았던 것일까? 그것도 대부분 그를 지지하던 사람들로부터 말이다. 이는 곧 강남 좌파라 불리는, 노 정권 때 급부상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강남 좌파는 쉽게 말해 '배부른 좌파'를 말한다. 이념적으로는 진보 성향을 띄면서, 진보당원으로 활동하고, 진보당에게 지원금을 주기도 하지만 실상 생활면으로는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럭셔리 라이프를 살고 있는, 생활면으로는 진보와 거리가 먼 사람들을 말한다. 이는 참 모순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상 한국인의 대부분이 이념적으로는 진보적이면서 생활은 보수적인 것을 생각하면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모델임을 알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머리로는 복지나 노동과 관련되어 진보적 스탠스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학원을 보내며, 재산을 더욱 불리기 위해 애쓴다. 아니 그러면 진보적인 삶은 아이를 막대하고, 돈에 욕심도 없는 삶을 말하는 것인가? 그게 가능해? 물론 진보적 삶은 그게 아니다. 리버벌한 삶은 보다 자유를 꿈꾼다. 아이를 굳이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마음가짐도 없고, 먹고 살 만큼의 재산 외에는 더욱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진보적 삶일 터이다. 아 근데 왤케 길어지지 하려는 애기는 시작도 안했는데... 다음에 계속....

2015년 2월 11일 수요일

짬뽕.

  나는 원래 짬뽕보다는 자장면을 선호한다. 자장면은 가끔 생각날때마다 중국집을 가서 먹든, 자장라면을 해먹든 먹는 편이나, 짬뽕은 잘 먹지도 않고 생각날때도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어딜가서 짬뽕을 먹을 일이 있으면 대부분 남기기 십상. 저번에 갔던 연경에서 짬뽕을 그마만치 남긴 것도 아마 내가 짬뽕을 잘먹지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제 술을 마셔셔 그런지 오늘은 짬뽕이 너무 끌렸다. 짬뽕. 그 두글자에 가슴이 저릿저릿하고 두근거렸던 것도 처음이었다. 결국 점심시간에 학교 앞 중국집으로 가서 시켜먹었다. 아... 그리고 나는 오늘 처음으로 짬뽕그릇을 전부 비워내었다. 내가 먹은 최고의 맛이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당기지도 않더니... 너란 짬뽕...

주저리

  글을 쓰려고 생각해놓은 주제가 있는데 아 점점 글 쓰기가 귀찮아져서 문제다. 뭐든지 꾸준하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2015년 2월 7일 토요일

차이나타운을 다녀왔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바글바글... 그래도 명동이나 신촌같은 서울의 명소에 비할 바는 못되었지만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야 할 정도로는 충분히 많았다. 그것도 동화마을로 가는 골목이나 경찰서 쪽으로 건너가는 길목에는 사람이 없이 조용했는데, 화덕만두 가게가 집중적으로 늘어선 골목이나 유명 중국 레스토랑 앞에만 사람들이 들어차, 그곳만 소란스럽고 왁자지껄 했던 것이 꼭 체하는 기분이었다. 차이나타운도 그 많은 가게들 중에서 방금 말한 이곳, 가게들이 싹 다 몰려있는 삼거리 근처 가게들만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을 보고 어딜가나 사람들 심리는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 근처에서 사먹었다만...

  항구 근처라 그런지 날씨는 꽤 쌀쌀했다. 열차에서 내린 직후에는 얇고 조그마한 비가 똑똑 내리기도 했다. 얼마 안가서 그치기는 했지만 확실히 날이 더 추워지는 데에는 어느정도 역할을 했을 것이다. 채 젖지도 못해 검게 적셔지다가 만 회색 시멘트 바닥 위라서 그런지 더 추운 기분. 셔츠에 니트까지 입고 갔지만 결국 겉옷으로 입고 간 야상의 앞 지퍼마저 모조리 올리고 말았다.

  동화마을은 커플들로 가득했다. 사랑이 넘치는 동화마을 전경에 어린아이들은 다소 밀려난 모습이었다. 누구를 위한 동화인가. 그렇다고 볼 것이나 찍을 것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결국 동화마을을 슥 한번 둘러보고는 자유공원을 향했다.

  자유공원은 더 추웠다. 높아서 그런걸까. 마침 바람도 제법 강하게 불어서 추위를 타는 나와 일행의 앞으로는 연을 날리고 있는 부자도 있었다. 실타래에 감긴 실을 풀었다 당겻다하는 방식으로 날리는 전통적인 연은 참 오랜만에 보았다. 아들이 먼저 연을 높이 올린 후에 연이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하늘을 구경하고 있으면 아빠가 다른 연을 들고 그 옆에 다가가 서로 높이를 비교하고는 했다. 좋은 풍경이었다. 추웠지만.

  이 글을 쓰는 결정적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차이나타운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유명 음식점인 연경에 들어갔다. 주문한 메뉴는 삼선짬뽕. 하얀 자장면을 시켰어야 했는데 그만 깜빡하고 짬뽕을 시킨것이 비극의 원인이었다. 짬뽕은 우선 참 희한했다. 이상한것이 아니라 희한했다. 짬뽕에 새우튀김이 올려져있다. 새우가 아니라 튀김이. 먹으면서도 아니 왜 튀겨서 올리는걸까 의아했다. 그리고 면을 맛본 순간, 아... 이건 차이나타운이라서 잘 팔리는 것 뿐이구나... 그냥 학교 앞 중국집에서 먹는 것이랑 똑같은데... 어딜가나 그렇지만 역시 장사는 맛이 아니라 언플과 광고로 하는 것이었다. 이를 뼈저리게 느낀 나는 내 자신에 대한 서운함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이과두주와 칭따오를 시키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화덕만두는 먹을만 하더라.

2015년 2월 5일 목요일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좋게 말하면 낭만이 들어있는 책이고, 나쁘게 말하면 불륜을 포장해놓은 책. 어쨌거나 책은 매우 좋다. 내로남불이기는 하지만...
  크게 세 부분으로 끊어지는 줄거리는 시마무라가 다시 국경의 터널을 지나 눈의 고정, 설국으로 가서야 이어진다. 시마무라의 개인적 감상과 고마코와의 대화가 줄거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작가 가와바타의 섬세한 표현력과 묘사가 경지에 다른 수준이다. 때문에 시마무라의 감상과 표현은 (그가 서양무용 연구가이기는 하지만)바로 작가 데뷔를 해도 될 정도. 고마코와의 대담은 평온하면서도 가끔씩 터져나오는 애잔함이 안쓰럽다.

2015년 2월 1일 일요일

리처드 링클레이터, <보이후드>



  2014년 최고의 영화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영화, <보이후드>. 지난해 영화를 거의 안보다시피 한 탓에 이 영화 역시 거르고 말았다. 뒤늦게나마 영화를 감상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중후반까지 긴장을 끌고가다가 후반부에 그 맥이 풀리면서 인생에 대한 환기를 시켜주는 전개로 흐른다. 긴장은 대부분 새 아빠 두명의 꼰대스러움(...)으로 인해 생성된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볼수록 꼰대라는게 얼마나 답이 없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혹은 엄마와 친부 사이의 긴장감도 있는데 이는 후반부에 해소가 되는데다가 크게 일어나지도 않으니 패스. 후반부 해소는 메이슨이 인생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얻으면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본 영화는 흐르는 인생에 대한 영화이다. 감독도 이를 드러내기 위해 1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영화를 촬영했으니, 그 노력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만일 중간에 감독이 불의의 일을 당해 에단 호크가 스피커폰을 이어 받았다면 영화의 색이 또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일단 링클레이터가 의도한 인생의 환기는 영화에 매우 깊은 숨을 불어넣어 준다. 다만 러닝타임이 3시간 가까이 되다 보니 조금 지루함을 느낀다. <반지의 제왕>같은 판타지물도 아니고, 일상을 3시간 동안 보여주다 보니, 영화 속 긴장감이 아무리 크더라도 질리는 감이 있다.

  추가로 인생에 대한 소년의 여정뿐만 아니라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 부모와 자식간의 괴리, 부모로서의 도리 등이 작품 전반에 드러나는데, 특히 부모가 자식을 낳고 기르고 독립시키는 과정에서의 허망함까지 다 드러나 있다보니 부모님들에게 보여줘도 아주 좋은(?) 영화가 될 듯. 좋다기보다 공감이 매우 될 듯.

Maktub, 연가.




  피쳐링 임도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