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누구가 꼽는 최고의 호러영화에 늘 순위권을 차지한 영화 <미스트>. 개인적으로 호러 영화는 찾으면서까지 즐겨보는 편은 아닌지라 <미스트> 역시 이름만 듣고 오랫동안 감상을 미뤄온 작품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말하는 충공깽... 결말이 임팩트가 강한지라 그 결말로 영화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이 영화는 결말로만 평가하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1. 영화 초입부분, 주인공이 그림을 완성시켜가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마치 어느 영웅의 찬란한 뒷모습을 연상시킨다. 초반부터 이 영화가 말해주는 의미를 암시하고 있는 그림.
2. 주인공과 옆집 주민은 관계가 좋지 않다. 감정이 상한 상태인데, 이는 이후 마트에 갇히게 되고, 괴물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서로의 불신을 강화시키는 소재가 된다. 이 때 몇몇 사람들은 이성보다는 상대방의 과거의 과오를 곱씹거나 혹은 굴욕을 당했던 기억을 되살려 상황에 곧이 직면하지 못한다.
3.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늘어난다. 점점 악화되어 가는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4. 극 중 교사로 나오는 여인은 과연 교사답게....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으며 다함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끌고간다. 말그래도 끌고가는 수준... 이후 교사는 현실을 직시하고 희망을 버린다. 제일 입체적으로 변하는 인물이지만, 이후 주인공의 행보가 이상해지면서.. 인물간의 역할이 모호하게 되어버렸다.
5. 집단 광기의 중심에 서 있는 광신도 여자는 영화 내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안함과 짜증을 유발시키며 흥미를 이끌어나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광기에 물들어 가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주인공 일행은 마트 밖의 적보다 마트 안의 적들에게 훨씬 위협을 느낀다.
6. 인간의 적은 결국 인간. 그리고 암울한 상황에서의 광기. 이 두 주제가 영화가 말하는 주된 포인트.
7. 조금 의아했던 것이, 주인공은 그 역경을 해치며 영울 행세를 하다가 왜 막판에 가서는 그런 행동을 택했는지... 아내의 죽음을 본 탓일까. 그렇다고 해도 결말은 조금 뜬금없었다. 이 부분에서는 소설판이 좀 더 납득할만한 결말인듯.
8. 그러나 영화는 극적인 결말을 통하여 영웅주의의 허무함을 단박에 깨우쳐준다. 아무래도 이 때문에 주인공의 행보가 모호해진듯. 본래 이런 재난 영화의 주된 줄거리는 주인공이 사람들을 이끌고 아슬아슬하게 위험을 헤쳐 나오는, 그리고 주인공이 매우 뛰어난 리더십과 능력을 보이는 것이 보통. 그러나 미스트의 결말은 이런 영웅주의 특히 헐리우드 영화의 공식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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