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4일 목요일

J.마키에 그러버의 <나비효과>

 디렉터스 컷.


 사람들이 추천하는 영화는 대부분이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류 영화들이다. 한 사람의 인생의 성공 스토리를 담아내거나,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나 혹은 잔잔한 연애 소설 같은 영화. 추천글 중 열에 여덟은 감동을 선사하는 드라마를 추천한다. 하지만 그런 드라마만큼 쉽게 질리는 것도 없다.

 감수성이 풍부하야 눈물이 많은 사람은 몇번을 보던간에 낭만적이고 야리꾸리한 기분에 푹 젖을 테지만, 나같이 따분한 걸 싫어하는 족속은 드라마류의 영화를 몇편이고 연속해서 보지 못한다. 그래서 중간중간마다 호러나 스릴러, 액션 영화 등을 부러 찾아보는 편이다. <나비효과>도 사실 그래서 찾아본 영화이다. 이마저도 극장판의 엔딩은 감동이 밀려온다기에, 일부러 감독판을 찾아보았다.

 1. 도입부부터 강렬하다. 관객의 주의를 끌기에 알맞게 처음부터 문을 쳐부수고 나온다...
이런 강렬한 도입은 자칫 용두사미의 영화일 경우, 그 지루함을 더욱더 증폭시킬 수 있으나 다행히도 영화는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2.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연출로써 중간중간 큰 효과음과 함께 장면이 순식간에 바뀌는 방법이 사용되었다. 다만 이는 영화 초입에만 몇 번 나온다. 카오스 이론을 따온 영화답게, 효과음과 함께 바뀌어 나오는 장면들 역시 카오스 상황을 담아내고 있다. 무언가가 불타고, 터지고, 목을 조르고...

 3. 영화는 주로 주인공을 포함한 4인방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은 이 모든 이들의 행복한 삶을 지켜주고 싶어 한다. 다만 의아했던 것이, 이들중 3인방은 아주 어릴때부터 알고 지낸 가까운 사이지만, 중간에 껴든 '레니'라는 이름의 인물은 조금 뜬금없다. 영화를 이끄는 중요 요소이기는 하나, 비행기 조립이나 뾰족한 물건으로 사람을 찌르는 것이나, 무언가 겉도는 느낌. 약간 어색하고... 맞물리지 않는 인물같다.

 4. 주인공의 아버지가 말하듯, '신을 거스러서는 안된다.'. 이것은 아버지이자 경험자로써의 조언이었으나, 주인공은 급한 상황인지라 이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이후 주인공이 능력을 쓰면 쓸수록 상황은 더 나빠지기만 한다.

 5. 능력에는 매개체가 필요한데 주인공에게 있어서 일기장이 바로 그 매개체가 되겠다. 주인공이 어릴때부터 꾸준히 일기를 써왔다는 것이 영화의 진행을 가능하게 해준 전제조건. 만약 일기를 안썼더라면 영화고 뭐고 없었겠지...

 6. 영화 내내 운명론적 분위기가 감돈다. 어떻게 하더라도 결국 전부 행복해지는 미래는 나오지 않는다. 물론 주인공의 욕심이 과한 탓도 있지만, 제목이 <나비효과>인 것 치고는 너무 운명론적.

 7. 주인공은 꼭 죽어야만 했는가? 굳이 태아때로 돌아가 죽어야만 했는지도 의문. 물론 남아있는 비디오 테잎이 태아때 것밖에 없다면 모를까, 굳이 죽지 않아도 미래를 바꿀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감독판은 결말이 너무 극단적이다. 그래서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개운하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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