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2일 월요일

서양 철학이 고대 그리스로부터 발생한 이유 (1)

  고대 그리스인들의 철학적 탐구는 그들의 종교적 사유에서 나왔다. 철학은 이성의 영역이고 종교는 신앙의 영역인데, 철학이 어떻게 종교적 믿음에서 나올 수 있었는가? 사실 그리스인들의 종교적 사유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종교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리스인들의 종교는 가족종교에서 발전하였는데, 그 가족종교라는 것은 원시시대의 각 가정이 집 중앙 화덕에 불을 피워놓고 그 불을 수호신으로 기렸던 것을 말한다. 가정의 가장은 그 불이 꺼지지 않도록 보존하는 것을 가장 큰 임무로 생각했다. 모든 것은 불로 이루어졌다. 새 가족이 태어났을 때도, 혹은 결혼을 하여 외부인을 들여왔을 때에도 모두 불 주위에서 특정한 의식을 행했다. 바로 이러한 의식이 고대 그리스 종교의 밑바탕이었으며, 국가로서의 종교가 된 시점에도 그 성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스인들은 종교를 통하여 나라의 번영과 기원 그리고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기를 빌었다. 이는 정치적인 영역과 밀접하게 관련이 닿아있는 것으로, 이러한 그리스의 종교적 성격을 이해해야만 고대 그리스의 종교와 정치의 관계 또한 이해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종교의식에는 두 가지가 존재했는데, 하나는 청동기 시대의 신들을 다루는 '올림피아' 의식이었고, 다른 하나는 구석기와 신석기의 신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카타크토니아' 의식이었다. 올림피아 의식의 경우, 올림포스 신들을 모시는 의식이었으므로 주로 낮에 이루어졌으며, 나라의 안녕과 질서를 기원하는 국가 주도적 의식이었다. 따라서 참여자는 그리스 시민으로 인정된 자들로 한정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권리인 동시에 의무였는데, 만일 그리스 시민된 자가 의식에 참여하지 않으면 시민권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이런 종교의식은 국가 전체를 지배하였고, 나라의 법과 질서를 체계화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올림피아 의식을 통해 그리스인들이 종교와 정치를 밀접하게 관련시키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카타크토니아 의식은 주로 다산성을 기원하는 의식이었다. 이 의식에는 시민권을 가진 자들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었다. 올림피아 의식이 종교와 정치의 관련성을 설명해준다면, 카타크토니아 의식은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엘레시우스 비밀 의식을 살펴보자. 이 의식은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신화의 의미가 곡물 정령의 죽음과 부활에 있음을 사제가 말해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를 통해 그리스인들은 만물의 생성과 소멸을 지배하는 자연법칙이 무엇인지 사유할 힘을 갖는다. 다음으로는 이러한 신화를 극으로 연출한다. 여기까지는 비단 고대 그리스 뿐만 아니라 다른 문명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인 행위이다. 그러나 다른 문명권들이 의식의 주체를 왕과 여사제로 국한시켰던 것과는 달리, 그리스에서는 모두가 의식의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신과 하나되는 경험을 통해 신적 질서로서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해주는 철학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사제가 한 알의 밀알을 보여주는 세번째 단계에서는 마침내 모든 존재가 가시적으로는 유한한 존재이지만, 종적 차원에서는 비가시적 영역에 속한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무한한 존재의 현현임을 직관하는 경지에 이른다.

  이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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