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피를 조금씩 식게 하고
차가운 손으로 제 가슴을 문질러
온갖 열망과 푸른 고집들 가라앉히며
단 한 순간 타오르다 사라지는 이여
스스로 떠난다는 것이
저리도 눈부시고 환한 일이라고
땅에 뒹굴면서도 말하는 이여
한번은 제 슬픔의 무게에 물들고
붉은 석양에 다시 물들며
저물어가는 그대, 그러는 나는
저물고 싶지를 않습니다
모든 것이 떨어져내리는 시절이라 하지만
푸르죽죽한 빛으로 오그라들면서
이렇게 떨면서라도
내 안의 물기 내어줄 수 없습니다
눅눅한 유월의 독기를 견디며 피어나던
그 여름 때늦은 진달래처럼
나희덕
오늘도 비가 왔다. 모든 것을 떨어져내릴듯한 기세로 많이도 오더라.
사실 떨어지는 것은 제 몸일 뿐이지만...
집 밖이 서늘한 촉촉함으로 채워지는 것을 보니
이제는 비 대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 금방 오겠다.
어느 사이트 게시판에 거의 매일 시를 모아 올려주시는 분이 있다.
시를 쉽게 찾아 읽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분이다. 고마운 분..
옛날에는 지루하기고 어려웠던 시가 요즘에야 겨우 읽힌다.
옛날에는 시인이 뭐 대단한 감상을 갖고 세상을 사는 줄로 알았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인 것 같아서 이해하기 더 힘들었는데,
다수의 간장게장 안티를 양산시켰던 '스며드는 것'을 쓴 안도현 시인이
사실 간장게장을 아주 맛있게 먹다가 그 시를 썼다는 인터뷰를 한 걸 봤다.
물론 지금도 잘 드시고 계신다고 하신다.
환상이나 선입견은 타인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임을 또 한번 깨달은 후에는
예전보다 시가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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