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일 금요일

나도 왕년에는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식당엔 사내들 몇이서 밥 대신 소주를 들이켜며
  저마다의 왕년을 안주 삼고 있었습니다
  나도 왕년에는 소주에 밥 말아먹던 시절 있었나요
  사내들의 뒷덜미를 움켜쥔 그림자 흔들리고
  불빛에 베인 눈시울은 붉다 못해 황량했습니다
  쓰디쓴 왕년을 입 안에 털어넣으며
  사내들은 헐거운 삶을 더욱 풀어놓았구요
  쓰디쓴 밥알들을 입 안에 털어넣고
  왕년인 듯 오래오래 씹고 또 씹었습니다
  덧난 눈시울 쉽게 아물지 않았습니다

  강연호




  나흘째 술.
  그래도 오늘은 처음처럼 한 병 반을 마시고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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