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6일 토요일
토마스 얀,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g On Heaven's Door'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은 밥 딜런의 노래일 것이다. 나 역시 초등학생 시절 학원에 다닐 때 영어 수업 시간에 밥 딜런의 노래를 배웠었다. 그리고 그 때 천국의 문을 처음으로 두드렸다. 죽음의 순간을 깊은 목소리로 노래하며 숨이 끊어질 듯 애처로운 노래는 초등생의 마음조차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이 독일의 영화는 밥 딜런의 노래의 제목 뿐만 아니라 가사의 내용마저 닮아 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매 순간 빠른 속도로 죽음에 가까워진다. 어쩔때는 약이 없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겨우 돌아오기도 할 만큼 극한 상황에 처해있다. 죽음의 문 턱에 서 있는 그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바로 바다.
바다를 보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생의 갓길을 달리는 모험은 아찔하기 짝이 없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며 죽음을 재촉하는 것도 모자라, 갱의 차와 돈을 훔치고 경찰과 부닥치는 등 오늘만 사는 것처럼 행동한다. 허나 그 과정이 심각하지는 않다. 일련의 모든 과정은 죽음을 앞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처럼 묘사되며, 등장인물들의 바보같음으로 인해 우스꽝스럽고 해학적으로 표현된다. 게다가 시한부 주인공들이 하는 말은 초반의 긴장감을 시원하게 해소시킨다. "우린 지금 천국의 문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거야." 죽음이라는 삶의 가장 큰 비극을 앞두었으면서도 온갖 희극적 상황들로 뒤덮인 주인공들의 여로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을 연상시킨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다."
자아의 이성으로 그려진 루디와 감정으로 그려진 마틴은 결국 감정의 이끔으로 인하여 바다에 도착한다. 바다라는 목표를 가지고 난관을 헤쳐나온 그들의 인생은, 목표에 도달하자 아름답게 스러지고 만다. 그리고 밥 딜런의 노래가 스며 나오면서 비로소 영화는 우리에게 주제를 각인시킨다.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목적을 향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다만 갱의 보스가 둘을 그냥 풀어준 전개는 개연성이 많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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