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5일 월요일

곽정은의 발언이 불편한 이유

  곽정은이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내용은 대충 택시를 타고 일하러 가는데, 택시기사가 '이랗게 예쁜 공주님들도 일을 하러 가느냐'라고 말한 것에 불쾌함을 느끼고 택시에서 내렸다는 것. 뒤이어 왜 택시기사의 말이 불쾌했는지 짤막한 이유도 적었다. 낯선 사람에게서 외모에 대한 평가를 듣는 것과 예쁜 여자가 왜 일을 하느냐는 전제, 그리고 공주라고 지칭하며 미성숙한 애 취급을 하는 일련의 말투에 불쾌함을 느꼈다 - 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솔직히 곽정은의 말이 불편하다. 이유는 이러하다.

  1. 택시기사가 한 발언은 그냥 칭찬으로 건넨 말인게 뻔한데 그것을 굳이 꼬아서 해석한 것.
  2. 곽정은 자신이 했던 지난 날의 발언과는 그 행동이 모순된 것.
  3. 마지막으로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한 사람들에게 '설득해서 이해시켜줄 이유가 없다.'라고 일축해버린 것.

  우선 1번부터. 택시기사가 건넨 말은 어딜봐도 칭찬이다. 곽정은 본인도 그 말이 칭찬임을 알 것이다. 택시기사가 힘 준 단어는 역시 '예쁜 공주님'일 것이고. 다시 말해 그냥 예쁘다고 칭찬을 한 것이다. 헌데 그것에 대해 '외모에 대한 평가 섞인 말'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 곽정은은 이를 '외모에 대한 평가'라고 했는데, '평가'라는 일상적인 행위이자 단어를 부러 불쾌한 의미의 것으로 바꾸어 썼다. 개인적인 느낌이나 판단까지 불쾌한 의미의 '평가'라고 할 수는 없다. 곽정은 자신도 다른 사람을 보고 오 예쁘네, 잘생겼네, 라고 말한 적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역시 타인의 외모에 대한 불쾌한 평가인가? 일상에서 쉽게 쓰이고 받아들이는 말을 어거지로 불쾌한 의미로 바꾸면 본인의 삶 역시 언행불일치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공주'라는 말에 미성숙한 애 취급을 받았다고 하는 것도 이상하다. 그녀가 아는 공주들은 디즈니에 나오는 공주들이나, 어린 아이에게 하는 공주님 소리가 전부인 모양이지만, 사실 공주는 그냥 어떤 위치를 지칭하는 단어일 뿐 나이와는 하등 상관이 없다. 때문에 '미성숙한 애'의 나이를 훌쩍 넘은 공주들도 많다. 또한 택시기사가 딱 봐도 어른인 사람에게 애 취급할 목적으로 '공주'라는 말을 썼을리도 없으며, 에X드 하우스만 가도 들을 수 있는 것이 공주소리인 만큼 그 대상이 '미성숙한 애'인 것은 아니다.
  다만 예쁜 여자가 일을 하러 가느냐, 라는 것은 불쾌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못생긴 사람만 일을 해야 한다' 라는 의미가 느껴지기 때문.

  2번에서 서술할 내용은 논리적인 반박이 아니다. 다만 왜 마음이 불편한지에 대한 이유이다. 2번의 예시는 그 유명한 장기하와 침대 발언을 예시로 들 수 있겠다. 곽정은이 모 프로그램에서 장기하에게 '저 남자는 침대에서는 어떨까?'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본인은 그럴 목적이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그럴 목적이 없었다고 해서 무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본인이 성을 주제로 한 글을 쓰는 사람이니 만큼, 은어에 관련해서는 지식이 풍부했을 것이고, '침대'라는 것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너무도 잘 알았을 것이기에 조심했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이후 둘이 이야기를 잘 마쳤다고는 해도 이미 전파를 타고 각 가정에 나가버린 이상, 그 발언으로 불쾌감을 느꼈을 많은 사람들에게도 사과를 해야 했었다. 그러나 곽정은은 단호히 '사과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라며 그 이유에 대해 '나 자신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나는 본인의 벌언에는 관대하고 타인인 택시기사의 발언에는 엄격한 것이 꽤나 불편하다. 물론 예전에 잘못을 했더라도 지금 타인의 행동에 불쾌를 느끼고 따질 수 있다. 허나 누가 그런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겠는가?

  3번은 무례한 행동이었다. 곽정은은 트윗 직후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과 비난을 받았다. 개중에는 나름 적절하게 비판한 것도 있을 테지만, 아마 대부분은 화를 참지 못한 욕설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니 그녀가 피곤해져서 '설득시킬 필요가 없다'라며 일축한 것이 이해는 간다. 그러나 적어도 적절한 의견을 내세운 사람들까지 싸그리 묶어 '수준'을 운운해서는 안되었다. 또한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제시한다면, 먼저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는지 검토해야 한다. 아니면 더 상세하게 자신이 불쾌를 느낀 이유를 논리적으로 전달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녀는 말을 번복하지도, 더 설득력있게 글을 쓰지도 않았다.

  최근의 트윗을 보니 더 이상 언급할 생각이 없는 듯 하다. 곽정은이 리트윗한 최지은이라는 분의 트윗은 '여성이 불쾌를 겪은 일에 유별나다며 비웃는 것은 보다 많은 여성이 불쾌한 일을 겪게 만들 것이다.'라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 무엇이 올바른 생각이고, 무엇이 유별난 생각인지부터 판단할 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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