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2부를 쓰려고 하니까 자신이 없다.
나의 축구 인생의 절반은 아스날이다. 아마 앞으로는 더 많은 시간을 아스날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1부에서는 내가 왜 축구에 빠졌는가에 대하여 간략하게 풀어보았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든지 스포츠카나, 스포츠, 섹스에는 눈이 돌아가기 마련이고, 나는 그 중 하나에 단단히 미쳐있었다.
만일 여자와 축구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나는 주저없이
그깟 공놀이를 포기할 것이지만...
아무튼 단단히 미쳐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전에 썼던 이야기 중에 내가 미처 생각나지 않아 못 쓴 이야기들도 있다.
정제되지 않은 채 막 쓴 글이라서 몇몇 기억이 숭숭 뚫려있는 상태였다. 이 블로그의 모토는 고라니와 의식의 흐름 기법이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축구에 빠지게 된 첫 번째 계기는 2002년 월드컵과 한국 A팀 때문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A팀에 관심이 없다. 언제부터 이랬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억지로 대표팀을 맡아 팀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최강희 감독이, 숱한 몰매를 맞듯이 물러나버린 것에 매우 실망을 느껴서 대표팀에 관심을 껐던 것 같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큰 착각을 하나 하고 있는데, 그것은 한국 대표팀이 강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상 한국 국대는 아시아에서만 나름 이름을 떨쳤을 뿐이지, 국제 대회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둔 적도 없다. 단순히 심판 버프를 많이 받은 2002년의 4강이나, 몇 해외파 선수들의 반짝 활약으로, 한국이 강팀이라는 이상한 의식이 스며들었다. 심지어는 최근 아시아에서도 그 용맹을 떨치고 있지 못하는 중인데...
조광래 감독이 팀을 개판으로 만든 후, 그 뒷수습을 맡아 팀을 본선에 올려놓은 영웅이 왜 욕을 먹으며 떠나야 했는지 나로서는 참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실은, 내가 축구를 알게 된 데에는 게임도 큰 몫을 했다는 사실이다.
2008년에 피파를 시작했다. 온라인이 아니라 오리진 게임이었다. 그 후 위닝으로 갈아타면서 다양한 리그의 많은 팀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팀의 선수들도 스쳐지나가듯이 조금씩 알아나갔다. 그러다가 FM과 피파를 다시 접하면서 지금의 클럽 지식이 생겨났다. 인상깊은 기억은, 피파08당시 이니에스타의 나이는 23살이었다. 능력치가 80쯤 되었는데, 23살에 80이면 좋은 유망주이겠거니 샀는데 왠걸, 거의 성장하지 않아 팔아버렸다. 지금의 이니에스타를 생각해보면 당시 피파가 그의 가치를 얼마나 낮춰 보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제 아스날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이전에 밝혔듯이 내가 아스날의 팬이 된 계기는 에두아르도의 2골 때문이었다. 그 후 가뭄에 콩 나듯 아스날 경기를 챙겨보았다. 아는 선수라고는 에두아르도와 파브레가스 뿐. 스스로 아스날 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맨유 베스트11은 알아도 아스날 베스트는 모르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중3 때 즈음에 갑자기 아스날에 통달하게 되었다.
내 친구 중에 이탈리안이 한 명 있는데 그 녀석은 밀란의 팬이다. 내가 중3 즈음에 아스날과 밀란이 챔스에서 맡붙은 적이 있는데, 아스날이 이겼다. 아마 그 소식을 녀석에게서 듣고 본격적인 덕질을 시작했던 것 같다.
내가 응원하기 시작한 당시, 아스날은 영광의 끝자락에 있었다. 암흑기의 시작이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모른다. 남들은 그깟 공놀이에 뭘 그렇게 일희일비하냐고 의아해 하겠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다.
롤러코스터처럼 올라갔다 내려가는 리그 순위 덕분에 시즌이 끝나면 폭삭 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어떻게 챔스는 매년 진출했었다. 참 특이하게도.
샤다라빠가 그랬던가. 팀이 연승할 때보다 연패할 때, 덕력이 상승한다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팀의 성적이 좋지 않아서 금방 떠나는 팬들도 있었지만, 나는 아스날에게서 동질감을 느꺘다. 안타까우면 더 응원하게 되는 그런 심리. 바로 그것이었다.
돈을 쓰지 않는 벵거를 원망하고, 크론케를 욕하고...그렇게 시간을 보낼때 맨유는 계속해서 우승을 차지했다. 꼴보기가 싫었다. 그래도 다음 시즌은 나아지겠거니 매번 생각했었는데....
파브레가스가 이적했다.
나스리? 나스리는 사실 별 관심이 없었다. 파브레가스가 떠난다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팀의 에이스가 떠난다. 에이스가 아니라 아스날의 전술 그 자체인 선수였다. 세스크가 떠나고나서 한동안은 팬질을 그만둘까도 고민했었다. 그러나 결국 그 시즌에 반 페르시가 터지면서 팀을 끌러올려주더니...
페르시가 이적했다.
그때부터는 오기가 생겼다. 니들이 나가서 얼마나 잘 되나 보자. 포돌스키와 지루, 카솔라가 영입되었다. 카솔라와 포돌스키의 영입은 충격이었다. 어떻게 이런 세계적인 선수들이 여기에 온걸까? 이미 내 의식에서도 '우리 팀은 좀 그래'라는 생각이 박혀있던 탓이었다. 덕분에 팀은 챔스권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결국 다음 시즌에 외질이 영입되었다.
여기서부터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은 리그 2위. 솔직히 리그는 포기했다. 맨시티가 너무 강하다. 대신에 FA컵이라도 우승하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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