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를 완독한 것은 이제 작년이 되어버린 2013년도 12월의 일이지만,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때는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0년 여름 무렵이다. 당시의 나는 정말로 글을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지만 끈질기게 글을 찾아 읽는 소양이 부족해졌다. 반면 고1의 나는 모든 책을 읽어보겠다는 마음으로 도서부에 입부할 만큼 책을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글쓰는 일도 좋아했었던터라 단편소설도 몇 개 지어보고는 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책은 읽는 것과 쓰는 것이 다르구나.
아무튼 2010년 국어 선생님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한 <황금 물고기>는 얼마 안가서 내려놓아야 했다. 정확한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보다 내용과 필체가 가벼운 책을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당시의 내가 일본과 서양 소설 특유의 유머러스한 책에 빠졌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때문에 <황금 물고기>는 내 기억으로는 아마 주인공 라일라가 공주님들(이라고 라일라가 불렀던 여인들)이 있던 숙박소에 머물렀던 것에서 책을 놓은 걸로 안다. 나는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이 책을 다 읽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은 순간 그 3년이라는 시간동안 이어져 온 이야기를 끝내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라일라'라고 하는 소녀가 유괴되어 '랄라 아스마'라고 하는 노인에게 팔려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이후 라일라는 랄라 아스마의 집을 떠나 여러 곳을 떠돌게 된다. 때로는 쫓기기도 하고, 때로는 아늑함과 편안함을 느끼며 행복해하기도 한다. 그녀의 여행지는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서 모로코로, 스페인을 거쳐 프랑스 파리와 니스 그리고 미국까지 가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정체성이 깃들어있는 고향의 땅에 돌아오게 된다. 이것이 간략한 줄거리의 내용이다.
책을 읽어보면 라일라라고 하는 소녀의 기구한 인생과 함께, 그녀의 삶에서 오는 드라마틱한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라일라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코드인 '음악'이라는 것이 그러하다. 음악은 그녀를 유혹하는 치명적 매개로 등장한다. 그러나 음악이 그녀를 해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과의 만남을 연결하는 중재자로써 혹은 그녀의 삶을 보다 빛나게 해주는 존재로써 등장한다. 또한 그 음악과 함께 만나는 사람들은 전부 개성있고 하나씩 장기가 있는 사람들이지만, 다들 한 가지씩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라일라는 그들과 관계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때로는 스스로 길을 개척해나아간다. 그 길의 끝은 그녀의 조상이 숨쉬는 땅이었다.
이러한 라일라의 인생을 르 클레지오는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덤덤하면서도 라일라가 껵은 일들과 그녀의 심리를 미세한 부분까지 써 내려간다. 나는 문학동네의 번역본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글쎄 원어로 읽었으면 더 감미로웠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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