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2일 일요일

양들의 침묵, 한니발 그리고 라이징

나는 다독하시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적부터 책을 많이 접해왔다.
초등학교때에는,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 어떤 도서 대출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일주일에 네권씩 책을 빌려 읽기도 했다. 방학때에는 10분을 걸어가면 있는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읽었다. 그러던 것이 중학교때 부터는 학교 도서관을 본격적으로 이용하면서 상당히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이전까지 그리 불편했던 것도 아니지만은.

나라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타국의 사정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에는 나이별에 따른 권장도서가 있다. 학교 도서관이나 교실에는 항상 권장도서 목록을 프린트한 종이가 붙어있었다. 자식 교육걱정에 그 마음 갈대같아지는 우리네 부모님들은 그런 것에 혹하여 아이들에게 일히기도 했다. 아마 요즘은 더할것이다. 치맛바람은 1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매일 거세지고 있으니까. 암튼, 그 권장도서에는 각 나이에 맞게 추천하는 책들이 적혀있었다. 아 이건 또 딴 이야기인데, 우리 학교에서 권하는 고등학생 권장도서의 수준은 정말 안쓰러움 그 자체였다. 아무리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기로서니, 중학교때 읽었을법한 도서를 추천하다니....애초에 나는 권장도서대로 읽는 것도 싫어한다. 무언가 틀에 짜여진대로 책을 읽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틀에 맞춰진대로 독서하는 것은 틀에 맞춰진 인간이 되는 과정 중 하나이다. 국가에 충성하고, 예의 바르고, 윗사람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르며, 분수에 맞게 사는 그런 틀. 그래서 나는 권장도서를 오히려 기피했다. 책을 읽다가 그것이 권장도서임을 알게 되면 집어치울 정도였으니까.

아 아무튼,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초등학교 권장도서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위에서 말한대로 고등학생 권장도서 수준이 이렇게나 떨어지는데, 하물며 초등학생은 어떨까? 라고 생각해봤는데 초등학생때는 사실 도서관에 비치된 책들을 아무거나 집어 읽어도 좋았던 시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아무거나 잡어 읽었다. 예쁜 겉표지에, 큰 글씨로 적혀있는 책들이었다. 그러다가 나는 서서히 서점에 있는 책들에 눈을 돌렸다. 그 때 읽은 책이 바로 한니발 시리즈이다. 양들의 침묵, 한니발 그리고 라이징. (사실 시리즈 한 권이 더 있는데 그건 아직도 읽어보질 않았다.) 나는 한니발을 정말로 좋아했다. 일단 책이 정말로 재미있게 쓰여졌다. 그리고 스탈링과 한니발이 벌이는 두뇌싸움(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한니발이 가지고 노는 수준.)과 긴장감이 흐르는 사건. 사람들의 이해 관게에서 나오는 다양한 반응들. 그래서 나는 이 시리즈를 네번정도 읽었다. 학교 돌아와서, 학원 돌아와서 그리고 그냥 집에 있을때도 읽었다. 당시 나는 학권이 밤 11시에 끝났다. 그 때는 학원규제도 없어서 학원들이 미쳐 날뛰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쳐 돌아온 나는 한니발을 읽고 졸리면 잠이 들었다. 지금은 왜 이걸 못하는지....

책의 내용만 보면 끔찍한 천재 살인마와 강하지만 여린 수사관이 펼치는 괴기한 살인극의 추리지만, 나에게는 어릴적 동심으로 이끌어주는 그런 책이다. 책의 리뷰라고 쓸 것도 없다. 그냥 읽으면 재밌는 책이다. 구태여 더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 실례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양들의 침묵 영화도 훌륭하다. 책과 비교를 하자면, 한니발 박사의 면모가 깊이 드러나있지는 않지만, 화면의 구성이나 효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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