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하게 말하자면 몰입도가 좋은 모험, 성장, 고난 영화
인 줄 알았으나 훼이크다 X신들아!!!!!
라이프 오브 파이. 그리고 포스터.
제목만 들어보면 수학 영화일 것 같은데 포스터를 보면 호랑이와 소년의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일 것 같은 영화.
그러나 실상은 둘 다 전혀 아닌 영화이다. 아니, 후자는 조금 해당된다.
사실 이 영화는 볼 계획이 전혀 없던 영화였다. 그냥저냥 지나가는 말들로만 들어보고 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영화였다. 그런데 하이버리에서 이 영화의 소개글을 보고는 충동적으로 호기심에 휩싸였다. 안그래도 이전에 충동적인 감성에 휘말려 아무거나 게획을 세우고는 바로 그 다음날에 전부 취소시키는 일이 잦았는데 왜인지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영화 끝부분에 나오는 사건의 진상에 대해 흥미가 있었던 탓이다.
영화의 영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가 막히다. 영상미가 매우 훌륭한 작품이다. 초반에 파이의 동물원부터 시작하여 리차드 파커와 함께 표류한 여러 날들까지 사람을 감탄시키는 뛰어난 영상미를 뽐낸다. 그 아름다운 장면들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파이가 겪고 있는 고통들이 잊혀져버린다. 그것은 비단 관객뿐만 아니라 주인공 파이도 마찬가지이다. 아름다운 불빛을 내는 해파리가 떠 있는 바다에 손을 휘젓는 파이의 모습이 그러하다. 곧 다시 시련을 맞기는 했지만 말이다.
영화는 내내 파이와 리처드 파커의 관계를 세밀하게 드러낸다. 침몰하는 배에서 떠나 구명보트에 간신히 타게 된 리처드 파커는, 표류 초반에는 내내 파이와 대립 관계를 보이며 영화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가뜩이나 어릴때의 트라우마가 있는 파이는 리처드 파커를 더욱 두려워한다. 그래서 구명보트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있는 다른 보트를 만들어 그곳에서 생활하고는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황이 악화되면서 파이는 평소엔 하지도 못했을 용기있는 결심을 내린다. 파커와의 공존을 택한 것이다. 파이는 이후 파커를 조련하기 시작했고, 동물원장의 아들답게 훌륭히 호랑이를 조련시킨다.
파커가 조련된 이후부터 영화는 파이와 호랑이의 관계를 마치 거울을 마주보는 사이처럼 보여주고 있다. 파이와 파커는 같은 상황에서 매우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파이가 굶주리면 파커도 굶주리고, 파이가 섬을 찾아 신나면 파커도 미어캣들을 사냥하며 뛰놀고는 한다. 그리고 그들이 겨우 멕시코 해안에 당도했을 때, 파커는 그대로 파이의 곁을 떠나버린다.
딱 여기까지 영화를 봤다면 이 영화는 소년의 모험 이야기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파이는 이후 병원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야기는 매우 충격적이다. 단순히 호랑이와 소년의 모험으로 보였던 영화가 그 초반부터 아주 끔찍한 일화를 숨겨놓고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조금만 말해보자면, 파이와 함께 구명보트에 탑승했던 것들은 동물들이 아니라, 전부 사람들이었다.
파이는 영화 내내 신을 울부짖는다. 호랑이 그리고 신. 파이에게는 그 둘이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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