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5년 4월 18일, 광화문에서 시위가 열렸다. 나는 갤러리에 가기 위해 그 현장을 지나게 되었는데, 내가 광화문을 지난것이 오후 1시 즈음이었다. 당시 세월호 유가족을 포함한 시위자들이 경복궁 정문 앞에 백여명 좀 안되게 있었고, 건너편 광화문에도 시위자들이 10명 남짓 있었다. 그리고 경복궁 인도를 따라 경찰버스가 죽 길을 막고 있었다. 광화문에 있던 시위자들이 경복궁 쪽으로 건너가 합류하려 하자, 이를 경찰들이 막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합류를 막기 위해 버스를 줄지어 세운 것으로 보였다. 그덕에 나를 포함한 시민들은 길을 건너가기가 매우 불편했다.
2. 고작 백여명 남짓한 시위자들을 막자고 그 거대한 버스를 한두대도 아니고, 몇대씩이나 동원하여 길을 틀어막아햐 했는지 의문이다. 물론 경찰은 이후 있을 시행법 반대와 세월호 인양 시위에서 교통불편을 해소하고, 다른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조취를 취한다고 한 것이지만, 글쎄. 이후 사건을 살펴보니 시위자들이 만명 가까이 모인 듯 했고, 경찰과 경찰버스는 그의 몇배나 되는 인원이 모였다. 교통은 물론이고 최루액과 물대포를 쏘는 마당에 시민안전을 운운하는 건 좀 웃기지않나.
3. 누군가는 이 시위를 보고 '변질'되었다고 하더라. 그러나 애초에 이 시위는 조용하고 엄숙한 세월호 추모제가 아니었다. 애당초 항의하려고 모인 것이다. 변질된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럴 목적이었다. 또한 조용하고 엄숙하게 시위를 하면 누가 알아주기라도 하는가. 애당초 세월호 침몰 후 유가족들과의 만남을 거부하고,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유가족들의 순수한 의견을 묵살하고 왜곡한 쪽이 어느쪽인지 생각해보면.... 누가 먼저 순수를 더럽혔는가? 또한 순수의 개념과 범위가 너무 애매하다. 어디까지가 순수한 시위이고, 어디서부터가 변질된 시위인가.
4. 그리고 그 사람 말마따나 시위가 조용해봤자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3번에서 이미 이야기한 것이지만, 다시 얘기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인원을 대거 모으지도 않고, 경찰과 대치할만한 상황을 만들지도 않은 채 한동안 얌전히 단식투쟁을 했다. 그 때 정부가 유가족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기나 했는지. 오히려 종북 빨갱이라며 특례입학 및 배상금 루머를 퍼뜨린 것은, 정부와 친한 언론 및 지지자들이 아니었나. 그럼 그 때 그 루머에 맞서 정부가 제대로 된 사실관계를 밝혀주기라도 했는가. 한 여당 의원은 유가족에게 대놓고 빨갱이라는 말을 내뱉기를 서슴치 않았는데... 얌전히 있어봐야 나아지지 않으며, 호구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비단 시위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통용되는 사실이다.
5. 누군가는 순수한 시위를 주장하는 것이 민주사회에 어긋나는 것이라 말한다. 민주사회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한다. 소수의 인원이 아닌 다수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 다수가 순수하게 한 맥락의 말을 가지고 한 가지의 뜻과 의견으로 모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가 불가능하다. 이는 왕권군주제에서는 가능하다. 왕 하나의 의견으로 끝을 보면 된다. 그러나 민주사회에서는 애초에 순수가 불가능하고, 그렇기에 순수는 민주사회와 대척점에 서 있다는 의견이다.
6. 이전까지 나는 시위와 진압에 대해 긴가민가 했었다. 시위자들의 말도 맞는 것 같고, 경찰의 말도 맞는 것 같았다. 경찰의 과도한 진압도 있었고, 시위자들의 폭력적인 행태도 있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둘 다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인과관계를 생각치 못하고 있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다시말해 꿈틀하려면 먼저 밟혀야 한다. 이 경우 분명 사건제공의 원인은 밟은 쪽이다. 누가 먼저 상대를 밟았는지, 과도한 행동을 취했는지 미처 생각치 못했었다. 그리고 이번 시위를 눈으로 직접 보면서 확신했다. 이번은 명백히 경찰이 밟은 쪽이었다. 강물을 우물에 전부 담을 수는 없다. 반드시 새어나오게 마련이고, 경찰은 새어나오면서 터지는 시위대의 감정적 행위를 유도했다.
7. 개중에 태극기를 태운 시위자가 있다고 한다. 유가족은 아니고, 시위꾼인 것으로 아는데, 상대편에 빌미를 제공한 이성적이지 못한 판단이었다. 이와 별개로 태극기를 태우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냐 묻는다면, 그것에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태극기를 태우는 것은 호와 불호로 나눌 문제이지, 올고 그름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국가는 국민으로써 이루어진다.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국가다. 국민은 국가의 부모이다. 그런데 국가가 국민을 거슬렀을때, 국민이 이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한 방법이 태극기를 불로 태운 것이었을 뿐이다. 태극기를 태웠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의도가 불순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태극기는 대한민국을 상징하고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므로.
8. 그러나 의경버스를 털어간것은 깊이 반성해야 할 문제이다. 시위를 하러 왔지, 도둑질을 하러 온 것은 아니지 않은가.
9. 의경이 미워서, 경찰이 미워서 그들에게 화를 푸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유가족과 시위대가 화를 내야 할 대상은 경찰보다는 정부쪽이다. 정부는 이 전 대통령 이래로 같은 방식을 쓰고 있다. 정부에 항의하는 사람들에 맞서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 이들끼리 싸우게 하는 방식이다. 의경과 경찰 아랫사람들에게 화를 푸는 것은 감정과 힘을 지나치게 소모하는 것이다. 소모하다보면 지치고, 지치게 되면 포기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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