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비올라 전시회에 다녀왔다. 장소는 국제 갤러리. 마침 서울 시내 골목골목을 걷고 싶었는데 잘 된 참이었다. 그렇게 길이 꽉 막힐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서울 중심부의 골목길은 참 예쁘다. 광화문부터 종로, 안국역 근처, 인사동의 거리는 현대 서울의 정수를 담아놓은 것 같은 풍경이다. 어느정도 돈이 있는 사람들은 큰 길거리로 나서기에, 큰 길가에는 주로 비싼 용품이나 음식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있고, 돈이 부족한 젊은 사람들의 영은 건물의 뒷골목으로 향한다. 낮의 뒷골목은 각종 장신구나 개인 디자이너들이 만든 상품등이 전시되어 있고, 저녁에는 비교적 값싼 술집이나 음식점들이 눈에 뜨인다.
아무튼, 갤러리에 가가 전 카페 마마스에 들러 점심을 먹고(이상하게 빵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다... 밥은 조금만 먹어도 배부른데. 신기.) 개운한 느낌으로 갤러리에 당도했다. 1관은 전시 준비중이었고, 2관과 3관에서 빌 비올라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빌 비올라의 전시를 감상한 느낌은 대략 이러하다.
1. 작가는 시간을 물로써 표현한다. 빌 비올라는 스스로 시간을 물질로써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하는데, 사실 이 시간이란 것은 개인이 물질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남에게 설명하기가 참 난감하다. 가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시적인 물질을 빌려와 설명해야 한다. 빌 비올라는 그 물질로써 물을 선택한 듯 싶다. 남자의 몸과 그가 서 있는 바닥에 흥건하게 고여있는 물이 시간을 거슬러 불가해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리고 다른 작품에서는 줄에 매달린 남성이 시간을 거슬러 불가해적 모습을 보일때 물은 시간에 맞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여 시간이 물질임을 주장한다.
2. 넓은 대지에서 행동을 취하고 있는 남녀의 모습은 난해하다. 작가 본인은 대지의 웅장함과 함께, 사람을 작은 모습으로 표현함으로써 자연의 위대함을 나타냈다고 하는데, 내게는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대신 자연 속에서 걷는 듯한 행동을 취하는 사람이 아무리 걸어도 제자리걸음처럼 같은 자리를 맴돈다는 것으로써 인간의 유한성을 표현한 것 같다는, 개인적인 해석을 해보았다.
3. 마지막으로 남녀의 영적 사랑을 표혔했다는 작품. 여성을 비추는 카메라는 거시적에서 미시적으로, 남성을 비추는 카메라는 그와 반대로 움직인다. 결국 두 카메라는 같은 시점에서 만나는 남녀를 보여준다. 이 때 '불'이 둘의 매개가 되어 이어주는 역할을 돕는다.
예술은 어렵다. 그것도 머리 나쁜 트롤에게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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