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분명 지난글에서 '초속 5센티미터나 봐야겠다'라고 써놓고 신나게 룰루랄라 영화를 봐놓고는 왜 아직까지 리뷰를 안쓴것일까. 안타깝게도 지금 내 기억속엔 당시 영화를 보았던 감상의 단편이 얼마 없다. 이래서 바로 써야하는데. 멍청이. 영화를 분석하면서 봤던 게 아니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려고 했던거라 분석해둔 글 같은 것도 없다. 그냥 단편적인 느낌밖에 생각이 안난다.
영화는 그 내부에서 3편으로 나누어진다. 나이로 따지면 유년기, 청소년기, 성인기, 연애기로 따지면 연애초기, 중기, 말기이다. (사실 말이좋아 연애 중기, 말기이지 실상은 권태기나 다름없다.) 1편의 내용은 그 유명한 대사가 나오면서 전개된다. 두 초등학생이 벚꽃잎이 떨어지는 속도를 이야기하면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초등학생이 수학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낭만을 뿜어낸다는 것이, 참 대견하다. 아무튼 1편의 전개는 그 낭만적인 대사가 표현하듯, 귀엽고 예쁜 사랑의 이야기이다. 신카이 마코토는 아름답고 예쁜 1편의 사랑을 화사한 봄의 색깔과 새벽 어스름의 청아한 파란빛으로 감싼다. 관객은 그 색깔로 하여금 이 두 학생의 사랑을 머릿속에 좀 더 깊이 각인시킬 수 있다. 분홍과 파랑. 1편의 사랑은 이 두 색깔이다.
2편에서부터는 바로 내리막을 걷는데, 1편과의 연계가 부족한 부분이 드러난다. 여자애야, 남자애가 편지를 보내다가 뚝 끊어버렸으니 관계에 소홀해질 수도 있지만, 남자애가 편지를 갑자기 끊어버린 이유는 나오지 않기 때문. 때문에 남자의 태도에 거센 답답함이 밀려온다. 이유를 알 수 없으니. 게다가 이런 남자의 성격은 문자를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는 행동에서 더욱 강조된다. 이를 더욱 애처롭게 하는 것은 남자 곁에서 맴돌며 그를 짝사랑하고 있는 여동급생. 고백을 하려 하지만 남자의 시선에 자신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포기해버리고 만다. 궁금증은 증대된다. 남자는 주변의 여자애를 보지도 않으면서 왜 그녀에게 편지나 문자를 보내지 않는 것일까? 단편적으로만 보면 남자의 행동이 답답한데서 그칠 수 있지만, 더욱 깊숙히 들어가보면 나름의 이유를 추리하기 시작한다. 2편에서 나오는 우주가 바로 남자의 마음상태를 대변하는 부분. 그녀와 함께 우주를 바라보고는 있지만 그녀와 닿지는 않는다. 거리가 멀어지면 사랑도 멀어진다는 말을 대변하듯이 2편의 찝찝한 여운을 남기고 끝난다.
3편은 엇갈리는 둘을 보여준다. 남자는 졸업 후 다른 여자와도 연애를 해보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나. 그 내면만은 무언가 텅 비어버린 채 인형처럼 살고 있다. 반면 여자는 이미 남자를 잊고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건설한 상태. 이 둘의 엇갈림은 그 옛날 둘이 어렸던 시절 함께 벚꽃을 보고 돌아가던 기찻길에서 이루어진다. 기찻길은 1편에서나 3편에서나 헤어짐의 길이다. 1편에서는 여자애가 '다음에 또 보러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는 그대로 기차가 지나가버려 모습을 가린다. 3편에서는 서로 엇갈려 걷다가 뒤를 돌아본 순간 열차가 지나가버려서 결국 재회하지 못한다.
생각이 나지않아서 주섬주섬 억지로 기억을 모아가며 쓴거라 글이 좋지 않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라는 느낌이었다. 한때의 실수로 헤어졌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감정이입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의 전개에 나사가 하나 빠져있다. 영화 자체의 훌륭함보다는 스토리와 그림이 잘 맞아떨어져 입소문을 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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