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최근 연예계 최고의 이슈였던 장동민의 팟캐스트 방송을 예로 들어보면, 우선 장동민의 방송을 듣고 이 사람이 너무나 미워진 나머지, 네트 상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조직을 꾸려 계획을 세우고, 장동민이라는 사람에게 불리한 글을 꾸준히 그리고 널리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추후 역풍이 일어난 뒤, 해당 사람들은 부인하거나 침묵했지만 이미 캡쳐까지 나돌아다니는 일이, 모른척한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사람들은 서로 조직을 꾸렸다. 그리고 계획에 맞게 일을 했다. 이 사람들의 조직의 핵심이다. 그러나 핵심 이외에도 조직에 가담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조직이 올린 글을 다른 곳으로 퍼뜨린, 조직 외 사람들이다. 조직과 관련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조직원은 아니지만 그들을 거들었기 때문에. 조직원과 조직 외 사람들간의 차이는 직접 서로 소통을 하여 계획에 참여했느냐, 아니냐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 구분이 매우 모호하다고 생각한다.
3. 조직 외 사람들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생각해보면 이용당한 피해자이니까. 그러나 그들 스스로 다시 생각해볼진대, 본인이 이용당하기를 원하진 않았는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변명거리로 내세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4. 일련의 장동민 사건은 '장동민'이라는 사람의 과거에 대해 낱낱이 알려주면서 그 사람의 과거 행적과 (조금이나마)가치관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네티즌들은 위 사건을 접하면서 장동민에게 숱한 매질을 했다. 분명 방송은 누가 들었어도 여성비하적인 내용이 농축되어 들어 있었다. 옹꾸라를 들어온 사람들은 방송에서 계속 그런말만 하는 것은 아니라거나, 음성으로 듣는 것과 텍스트 상의 어감은 많이 다르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방송에서 계속 그런말만 하는 것이든, 어감이 다르던간에 그것은 분명한 여성비하였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매질을 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고 분위기가 진정되자, 그동안 분위기상 움츠려있던 네티즌들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그것은 장동민과는 별개로, 네티즌에 관한 문제였다. '과연 매질을 하는 것이 옳은 행동인가?'
5. 사실 네티즌에게는 권력이 없다. 검사처럼 누구를 기소할 힘도, 판사처럼 판결을 내릴 권리도 없다. 검사나 판사가 헌법의 수호 아래 권력을 가진다면, 네티즌들은 다수의 힘의 수호 아래서 '가짜권리(력)'를 갖는다. 그것은 실체가 없는 공허한 것으로써, 누가 부여한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여러사람의 고심 끝에 나온 철학적 결과물도 아니다. 정당성도 물론 없다. 가짜권리는 무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나온다. 사실 건달과 다를 바가 없다. 뜻이 맞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든 무시하면 그만이다. 아니, 무시를 넘어서 칼로 푹 찔러버리는 일도 대수다. 네티즌의 가짜권리는 건달의 사시미 칼과 다를 것이 없다. 그야말로 폭력 농축액이다.
6. 매질을 하는 것은 분명 옳은 행동이 아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분위기와 사람에 휩쓸려 매질을 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품은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그 분위기 상에서는 반대 의견을 제시해봤자 금세 묻히거나 욕을 먹을 뿐이었다. 장동민을 향한 사시미 칼이,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자 의견을 낸 한 네티즌의 배때지로 향한다. 네트 상에서는 하주 흔한 일이지만,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도 않는다. 어쟀거나 그렇게 매질을 시원하게 하고 나니, 이제야 시야가 맑게 개이면서 자신이 보지 못했던, 생각치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역풍이 일어났다.
7. 장동민은 팟캐스트 방송 이후 몇차례 사과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록 첫사과는 영 시원치 않은 것이었지만, 당시 팟캐스트가 '듣는 사람만 듣는' 마니아들을 위한 방송이었고, 그 마니아들이 받아들이고 넘어갔다면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더 많은 대중에게는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재차 다시 사과를 했다. 그러나 이는 매질이 끝난 뒤에야 알려지게 되었다. 매질을 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몰랐기 때문에, 사과를 한다고 장동민을 용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본인을 정당화하는 중이다. 허나 정당한 폭력따위는 없다. 또한 사과를 한 사람에게 무시라면 몰라도, 폭력을 행하는 것이 어찌 정당화 될 수 있는가?
8. 한 매체 편집장은 장동민이 했던 발언에 대해 '사람부터 되라'고 말했다. 그렇다. 장동민은 사람부터 되야 했다. 그래서 사과 후 팟캐스트 방송을 전부 삭제하고 광고도 전부 컷했으며, 유재석을 찾아가 새출발을 다짐했다. 그 후 그가 폭력적 언어로 누군가를 비하한 적은 없다. 적어도 사과 한 뒤에는 제정신을 차린듯 싶었다. 그게 몇 년 전 일이다. 안타깝게도 편집장은 사과를 했던 것에 대해서까진 조사를 하지 않고 글을 썼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편집장의 태도를 매우 존중한다. 장동민에 대해 비판을 하려면 적어도 이런식으로 했어야했다. 그냥 칼로 푸욱 찌르는게 아니라.
9. 이전에 걸그룹 '러블리즈'의 한 멤버에 대한 루머가 급속도로 퍼져 나간적이 있다. 결국 루머일 뿐, 사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멤버는 매우 큰 상처를 떠안아야 했다. 대중은 사실이 밝혀진 후 무엇을 했는가? 그 멤버에게 찾아가 울며 사죄라도 했을까? 답은 '아니'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울며 무릎꿇고 사죄해도 모를 판에 떳떳하다고 비판을 한다. 인간의 도리를 어겼다는 것이다. 그럼 네티즌들은 어땠는가? 집단 린치를 가한 사람들이 사실이 밝혀지자 모르쇠한다. 어차피 자신이 사실을 왜곡한 '조직'에 알게 모르게 관여했는지, 그 누구도 모른다. 대중은 절대 책임지지 않는다. 책임지려는 태도조차 보이지 않는 존재이다.
10. 최근에는 또 이상한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남자와 여자간의 싸움으로 붙은 것이다. 하기야 예상된 것이다. 옹꾸라 방송을 듣는 사람들 대부분은 남자였고, 위에서 언급한 '조직'은 여초 사이트에서 나온 것이었으니까. 게다가 애당초 '여성'비하 아니었는가. 그러나 이런 식의 싸움은 매우 무의미하다. 그 시간에 본인에 대한 반성이나 하는 것이 훨씬 이롭다. 옹꾸라 방송을 듣는다고 전부 꼴마초인 것은 아니며, 조직을 꾸려 계획적으로 사건을 과장하고 음해한 사람들이 여성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이 분들께 '너나 잘하세요..'라고 읖조려주고 싶다. 나도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잘해야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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