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2일 목요일

I never wanted this through our way



  I wasn't going to say "I'm okay"


  -----

  겨울이 온다. 이번에는 별 일 없기를...

2017년 10월 1일 일요일

돌리기 아쉬운, 내내 안타까워만 하는



  내 발걸음을 그댄 눈치챘나요.

사람이 잠을 자야 하는 이유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알폰스 엘릭은 금단의 연성을 시도한 댓가로 신체를 빼앗기고 만다. 대신 갑옷 속에 영혼을 고정시키는 방법으로 살아가게 되는데, 정상적인 신체가 없기 때문에 먹지도 자지도 못한다. 잠을 잘 수 없게된 그는 매일 밤을 멀쩡한 정신으로 지루하게 보내야 하는 고통을 겪는다...

  내가 새벽 알바를 시작한지 반년이 넘었다. 여전히 토, 일요일의 잠을 담보로 돈을 벌고 있는 중이다. 조용하고 서늘한 밤과 새벽을 보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잡생각들이 떠올라서 괴롭다. 꼭 행복하고 기분 좋은 망상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온통 암울.

  예전에는 단지 피로를 풀기 위해서 잠을 자야한다고만 생각했다. 오늘의 피곤함을 깨끗히 씻어내고 다시 힘찬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 물론 사람의 신체는 잠을 자야만 가장 정상적으로, 이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잠을 자야 하는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닌 것 같다. 밤에 잠을 자지 않으면 우울함이 찾아오기 때문에 자야하는 것이다. 

  뜬 눈으로 지새는 밤은 참 길다. 자고 일어나면 금방 햇살이 비추는데. 잠 없이 기다리는 햇살은 참 야속하게도 늘 늦는다. 거리가 어두워지고 밤이 녹아내리면 내 마음도 따라서 어두컴컴해지고 만다.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금새 내 머릿속 울림에 귀기울이고 있다. 들어봐야 좋은 것 하나도 없는데. 그런데도 듣게 된다. 하기야 내가 나한테 하는 말인데 내가 아니면 누가 듣겠어...

  끝맺음을 못하겠다. 길을 잃어버렸네.

우효



  올해 나온 곡 <민들레>.




  내가 우효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금요일>.


  요즘 우효의 노래를 열심히 듣고 있다. 처음 접했을 때는 나른하고 따스한 음악만 취급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나왔던 앨범들을 들어보면 참 다양한 색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나른하면서도 발랄하고 또 사람 우울하게 만드는 재주도 있는 뮤지션. 다양한 색을 음악에 펼쳐보일 줄 아는 만큼 음악에 대한 이해와 조예가 깊은 사람이지 않을까.

2017년 9월 24일 일요일

왠지 모를 이 떨림에



  마음이 터질 것만 같아.

  알 수 없는 이 설렘에
  뭐가 더 필요한데?

  -----

  떨림이라면 나도 매일 느끼는데.
  다른 종류의 가슴떨림이지만...
  음악이라도 신나는 거 들어야지.

굴레

  1.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나와 타인의 이해가 맞물리기 참 어렵다는 사실을 자주 느낀다. 나와 그 사람이 서로 반대되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나는 그를 존중하고 그도 역시 나를 존중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나의 견해나 느낌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주 없다고 봐도 좋다. 같은 이야기를 나누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 그 사이에는 얇은 간극이 있다. 간극은 말을 나누면 나눌수록 깊어진다. 그러나 옆으로 벌어지지는 않기에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일 수도 있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만, 적어도 반 정도는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2. 스스로 소심해졌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아무 말이나, 아무 생각이나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았는데. 철이 들거나 성숙해진 것과는 다르다. 해야 할 말도, 해야만 하는 말도 삼키고 산다. 나중에 벌어질 일들이 무섭다. 싸움을 기피하게 되고 심지어는 장난식으로 투닥거리는 것도 못하겠다. 심장이 확 줄어버리는 느낌이 든다. 그만하고 싶다. 무엇이 나를 겁쟁이로 만들었을까.

  3. 요즘 악몽을 자주 꾼다. 대부분 알바와 관련된 꿈이다. 야간 새벽 알바를 하고 있는데, 밤 11시부터 아침 8시까지 일을 한다. 알바와 관련된 악몽의 내용은 항상 무엇하나 틀림없이 다 똑같다. 내가 아르바이트 시간을 잊어버린 채로 놀다가 나중에야 사실을 깨닫고 식겁하는 내용이다. 밤에 알바를 하고 돌아와서 아침에 잠을 자기 때문에 바이오리듬이 깨져서 그런가. 글로 쓰면 별 것 아닌 것 같은데도, 악몽을 꿀 때마다 식은땀이 난다.

가을이 주머니에서

  찰칵, 낙엽을 꺼낸다
  아직 핏기 마르지 않은 부고 한 장
  그녀가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려 고양이, 라고 읽으며
  1280X960 파인더 밖을 내다보고 있을 때

  순식간에 지나가는 한 컷
  고양이가 껍질 벗긴 장어 한 마리를 훔쳐 물고 달아난다
  명산장어에서 한 칸 공터를 지나 오동도횟집까지
  햇살을 파닥이며 바람이 재빨리 불고 간다
  피복 벗겨진 고압선처럼
  몸에서 꺼낸 한 줄기, 그림자가 시뻘겋게 감전되는
  오후 1시 30분 저기 한 칸 빈 주머니에
  지- 지- 직 섬광이 지나갔던 걸까
  고요 속에 파들거리고 있는 그녀를 관통하여
  찰칵, 낙엽이 진다

  박유라

2017년 9월 17일 일요일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음악 취향



  기분이 그냥저냥 괜찮을 때 듣는 쪽. 그냥저냥 괜찮을 기분일 때가 제일 많기 때문에 가장 많이 듣는 장르이기도 하다. 프랭크 오션이나 로이 우즈의 스타일을 좋아해서 그 둘의 앨범을 가장 많이 듣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듣던 노래를 계속 들으면 질려서 가끔씩 다른 가수들을 찾는다. 시드도 그렇게 찾아 들었다. 음악도 패션도 전부 내 취향.




  아주 High한 기분일 때 듣는 쪽. 락 그룹 음악을 좋아하긴 하는데 자주 듣지는 않는다. 그래도 락은 거의 가려듣지 않아서 들을 밴드가 많다. 메탈만 아니면 다 잘 들어서 미국 펑크이건 브릿팝이건 마구잡이로 듣는 편이다. MCR이나 RHCP, 오아시스, 라헤나 더 킬러스 등등 유명한 밴드들이 많아서 들을 것도 많은 점이 좋다. 그러나 국내 밴드는 들어본지 얼마 되지도 않고, 많이 알지도 못해서 조금씩 알음알음 배워가는 중. 쏜애플보다는 잔나비를 더 좋아하지만 잔나비는 이미 전에 올렸으니까...




  차분할 때 듣는 쪽. 신나는 기분일 때는 못듣는 음악! 이유없이 신날 때 들었다가는 금방 제 기분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들으면 안된다. 그런 가수들이 있다. 프롬은 그래도 멜로디가 낭랑한 편이지만 루시드 폴 쪽으로 기울면 정말 각오를 해야한다. 그 정도로 조용한 음악은 나루토에서 가이가 저녁 코끼리를 쓰는 최후의 마음가짐으로 듣는다. 그러나 기분이 평온한 밤바다의 수면처럼 끊없이 파도가 밀고 들어올 때면 조용한 음악만한 친구가 없다.
  근데 이 노래 가사는 공감을 못하겠다. 내 의미가 왜 너한테만 있는 건가여.

2017년 9월 15일 금요일

여론에 대한 주저리.

  내가 글을 쓸만한 기분이 두 차례나 연달아 일어날줄은 몰랐다. 하나는 버스기사 사건이고 또 하나는 히딩크 감독 논란..

  그러나 버스기사 사건은 이미 어느정도 일단락 된듯 보이고, 히딩크 건은 아직도 헤메이는 것 같다. 너무 안타깝다.

  아니 세상에 원래 있던 감독을, 다른 사람의 인터뷰 몇 개만으로 퇴임시키자는 것이 말이 되는지... 그것도 소방수 역할로 투입되어서 겨우 경기치른 감독을 , 더 생각치도 않고 내쫓는 것이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자리를 너무 성스럽게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인지..
  정작 히딩크라는 사람도 오대영이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들으면서 지냈고, 2002월드컵 당시 리그까지 중단시키며 국가대표팀에 올인했다는 것을 모르는지...
  그들 중에 한국축구를 정말 아끼는 사람이 있는지.. 아니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 안되지 싶으면서도 너무 안타깝다. 버스기사 사건 지나간지 보름도 안되어서 또 여론에 휩쓸릴까봐 걱정....

2017년 9월 9일 토요일

Kick off, we gon make it.


 
  갖고 놀지 이건 메시의 개인기.
  아주 개 쩌는 재미 Visty boys yall ready.

2017년 9월 7일 목요일

오늘 듣기 좋은 노래




1과 2

  1. 스무살이 되어 술자리에 처음 나갔을 때부터 어제의 술자리에 참석했을 때까지 정말 많은 술병과 잔들이 오가고 매번 먹고 마시는 것도 달랐다. 어떤 건 맛있고 어떤 건 맛이 정말 없어서 입만 버렸을 때도 있었다. 술자리에 나가서 가장 안주삼을만한 건 사람들의 이야기만한 것이 없다.  정말 많은 물음과 대답들이 오가고 매번 농담삼아 말하는 것도 달랐다. 어떤 이야기는 달콤하고 어떤 건 맛이 정말 없어서 기분만 버렸을 때도 있었다. 스무살적 우리의 이야기 주제는 그야말로 무질서해서, 이런 말 저런 말 아무말이나 섞어서 소맥과 함께 들이마셨다. 취할 수록 말이 많아지고 섞을 재료도 많아진다. 조심성없이 아무렇게나 섞어 마셨다. 그러다가 군대를 다녀오고 졸업을 앞둔 사람들이나 취직을 한 사람들이나, 혹은 취직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신다. 사실 술자리가 생기기도 쉽지 않다. 어렵게 마주한 사람들은 몇 년 전 그 사람들과 같은 사람들임이 분명한데, 하는 이야기들은 어째 내가 모르는 것들이 한가득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무거운 얘기를 꺼내어 놓는다. 다른 사람들이 의식주를 걱정하며 얘기를 나눌 때 나는 멍청히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들은 열심히 내일과 다음 주와 미래를 이야기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지만, 그 이야기마저 알아들을 수 없는 나는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까.

  2. 4년동안 내가 배운 건 남들 눈치를 좀 더 잘보는 것. 눈치를 잘 보고, 남의 시선을 신경쓰는 건 확실히 늘어난 것 같다. 어릴 때 읽었던 교육용 도서에 이런 말이 있었다. 어른들은 용기가 없어서 애들처럼 행동하지 못한다는 것. 남의 시선을 견딜 용기가 없다는 말이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교육 도서에 적혀있는 말치고는 꽤나 무겁다.

다보탑을 줍다

  고개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을 주웠다
  국보 20호를 줍는 횡재를 했다
  석존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땅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을

  두 발 닿은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어깨 치고 지나간 행인 중에 석존이 계셨는가
  고개를 떨구면 세상은 아무데나 불국정토 되는가

  정신차려 다시 보면 빼알간 구리동전
  꺾어진 목고개로 주저앉고 싶을 때는
  쓸모 있는 듯 별 쓸모없는 10원짜리
  그렇게 살아왔다는가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유안진

2017년 9월 4일 월요일

Honey honey,



  I can see the stars all the way from here.
  Can't you see the glow on the window pane.

Alors, je veux parler bien la francais.

  Mais je ne peux pas encore que parler bien ca.

  사실 이 문장이 맞는지도 모르겠군.

  언어를 배운다는 건 재밌지만 참 힘들다.
  내가 뭐라고 괜한 욕심을 부려서 딴나라 언어를 두 가지씩이나 공부하고 있는건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과거의 나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힘든 건 미래의 나다.

짝사랑

  우연히 동승한 타인의 차
  안전벨트로 조여오는 침묵의 힘
  다리를 꼰 채 유리 속에 갇힌 상사
  밀고 밀리며
  스스로를 묶어내는, 살 떨리는 집중이여

  최영미

  -----

  살 떨리는 집중이여.
  설레면서도 기분 더러운 그것.

2017년 9월 2일 토요일

종소리

  한 번을 울어서
  여러 산 너머
  가루가루 울어서
  여러 산 너머
  돌아오지 말아라
  돌아오지 말아라
  어디 거기 앉아서
  둥근 괄호 열고
  둥근 괄호 닫고
  항아리 되어 있어라
  종소리들아

  서정춘

2017년 9월 1일 금요일

You already know



  I wanna stay in love.

  그래서 난 마음먹었지.
  I'm fallin' fallin'
  선택은 딱히 어렵지 않으니까.

I live my life as if it was the last



  Live my day as if there was no past.

  Doin' it all night, all summer,
  doin' ot the way i wanna.

  -----

  캐스터 오일을 샀다. 변비 치료와 탈모 치료제로... 많이 알려졌다는데 나는 어제 처음 들어봤는걸...
  요즘 아토피가 붉게 꽃핀 양쪽 눈썹의 끝자락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서 전체적인 모양이 우스워 졌는데, 거기 바르면 얘네들이 좀 빨리 자랄까 싶어서 구매했당. 꾸준히 몇 개월동안 발라야 한다고 하는데 귀찮겠지만 빨리 자라나주기만 한다면야.
  그나저나 천연 발모제가 있었다니.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기막힌 미용의 세계.

나도 왕년에는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식당엔 사내들 몇이서 밥 대신 소주를 들이켜며
  저마다의 왕년을 안주 삼고 있었습니다
  나도 왕년에는 소주에 밥 말아먹던 시절 있었나요
  사내들의 뒷덜미를 움켜쥔 그림자 흔들리고
  불빛에 베인 눈시울은 붉다 못해 황량했습니다
  쓰디쓴 왕년을 입 안에 털어넣으며
  사내들은 헐거운 삶을 더욱 풀어놓았구요
  쓰디쓴 밥알들을 입 안에 털어넣고
  왕년인 듯 오래오래 씹고 또 씹었습니다
  덧난 눈시울 쉽게 아물지 않았습니다

  강연호




  나흘째 술.
  그래도 오늘은 처음처럼 한 병 반을 마시고 끝냈다.

4X4






  좋은 앨범.

2017년 8월 29일 화요일

파도가 오갈 때마다


  우리의 땅은 조금씩 좁아져.

  꼭 끌어안지 않으면
  저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아.



  사실 이 노래보다 드라이플라워가 더 좋다.

  나는 이제 벽을 부수지 않는다
  따스하게 어루만질 뿐이다
  벽이 물렁물렁해질 때까지 어루만지다가
  마냥 조용히 웃을 뿐이다
  웃다가 벽 속으로 걸어갈 뿐이다
  벽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을 걸을 수 있고
  섬과 섬 사이로 작은 배들이 고요히 떠가는
  봄바다를 한없이 바라볼 수 있다

  나는 한때 벽 속에는 벽만 있는 줄 알았다
  나는 한때 벽 속의 벽까지 부수려고 망치를 들었다
  망치로 벽을 내리칠 때마다 오히려 내가
  벽이 되었다
  나와 함께 망치로 벽을 내리치던 벗들도
  결국 벽이 되었다
  부술수록 더욱 부서지지 않는
  무너뜨릴수록 더욱 무너지지 않는
  벽은 결국 벽으로 만들어지는 벽이다

  나는 이제 벽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벽을 타고 오르는 꽃이 될 뿐이다
  내리칠수록 벽이 되던 주먹을 펴
  따스하게 벽을 쓰다듬을 뿐이다
  벽이 빵이 될 때까지 쓰다듬다가
  물 한잔에 빵 한조각을 먹을 뿐이다
  그 빵을 들고 거리에 나가
  배고픈 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뿐이다

  정호승


  읽기는 쉽고 읽고 난 후에는 마음이 따뜻해지지만
  시에서 눈길을 떼어 현실을 바라보면 아쉽기만 할 뿐.
  내가 이런 사람으로 성장하면 좋을텐데 바람만 커질 뿐.

  그리고 빵이 먹고 싶어졌다.

널 만나지 않아도 좋아


  아니 아예 안 만나는 게 좋겠어.


  진짜 별 일 없는 하루였다. 놀랍게도 별 일 없는 하루였다.
  별 일 없다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별 볼 일 없다'가 나오는데
  내 생각에는 사전의 의미보다도 오늘 나의 하루가 더 정확한 뜻일 것 같다.

  실은 별 볼 일 없는 하루가 아니라, 별 볼 일 없는 몇 달이 지속되고 있다.
  뭘 해도 예전처럼 재밌지가 않아서
  뭘 해볼까 생각만 하며 헤메이다가 결국은 아무것도 안하고 맥주나 마신다.
  새로운 일을 만나도 감흥이 없고,
  그나마 사람 만나는 건 아직도 재미가 있는데
  그렇다고 매일 만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뭐.
 

2017년 8월 28일 월요일

그때 난 어떤 마음이었길래


  내 모든걸 주고도 웃을 수 있었나.



  들을 노래가 너무 많다.

살아 있어야 할 이유

  가슴의 피를 조금씩 식게 하고
  차가운 손으로 제 가슴을 문질러
  온갖 열망과 푸른 고집들 가라앉히며
  단 한 순간 타오르다 사라지는 이여

  스스로 떠난다는 것이
  저리도 눈부시고 환한 일이라고
  땅에 뒹굴면서도 말하는 이여

  한번은 제 슬픔의 무게에 물들고
  붉은 석양에 다시 물들며
  저물어가는 그대, 그러는 나는

  저물고 싶지를 않습니다
  모든 것이 떨어져내리는 시절이라 하지만
  푸르죽죽한 빛으로 오그라들면서
  이렇게 떨면서라도
  내 안의 물기 내어줄 수 없습니다

  눅눅한 유월의 독기를 견디며 피어나던
  그 여름 때늦은 진달래처럼

  나희덕


  오늘도 비가 왔다. 모든 것을 떨어져내릴듯한 기세로 많이도 오더라.
  사실 떨어지는 것은 제 몸일 뿐이지만...
  집 밖이 서늘한 촉촉함으로 채워지는 것을 보니
  이제는 비 대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 금방 오겠다.

  어느 사이트 게시판에 거의 매일 시를 모아 올려주시는 분이 있다.
  시를 쉽게 찾아 읽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분이다. 고마운 분..

  옛날에는 지루하기고 어려웠던 시가 요즘에야 겨우 읽힌다.
  옛날에는 시인이 뭐 대단한 감상을 갖고 세상을 사는 줄로 알았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인 것 같아서 이해하기 더 힘들었는데,
  다수의 간장게장 안티를 양산시켰던 '스며드는 것'을 쓴 안도현 시인이
  사실 간장게장을 아주 맛있게 먹다가 그 시를 썼다는 인터뷰를 한 걸 봤다.
  물론 지금도 잘 드시고 계신다고 하신다.
  환상이나 선입견은 타인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임을 또 한번 깨달은 후에는
  예전보다 시가 잘 읽힌다.

너와 함께 있는 여긴 바다보다


  반짝이는 푸른 은하수 같아.



  정규앨범은 언제 내실건가요....

2017년 8월 27일 일요일

감옥

  그는 오늘도 아내를 가두고 집을 나선다
  문단속 잘해, 아내는 건성 듣는다
  갇힌 줄도 모르고 노상 즐겁다
  라랄랄라 그릇을 씻고 청소를 하고
  걸레를 빨며 정오의 희망곡을 들으며
  하루가 지나간다 나이 들수록 해가 짧아지네
  아내는 제법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상추를 씻고 된장을 풀고 쌀을 안치는데
  고장 난 가로등이나 공원 의자 근처
  그는 집으로 들어가는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맨다
  그는 혼자 술을 마신다
  그는 오늘도 집 밖의 세상에 갇혀 운다

  강연호


  그러는 나는 저물고 싶지를 않습니다...

2017년 8월 22일 화요일

비가 오면


  만사가 귀찮기 때문에 일단은 가볍게 오늘 운동을 안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기분의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할 생각으로 노래를 찾아봤는데 사우스 카니발 노래는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다. 나는 이제 제주도 사투리보다 프랑스어가 더 가깝구나.

아침에 길을 나설 때면 빠른 템포로







  빠른 템포로 걷고 빠른 템포의 노래를 듣는다. 기운 넘치는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지하철에 타고서 사십여분을 써서 학교에 도착한다. 그러면 그 기운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인지 피곤함과 슬픈 마음만 들고 전부 하기 싫어지고 만다. 그 때부터 차분하고 느린 템포의 노래들이 등장하여 나의 남은 하루를 같이 보낸다. 날이 저물어 집으로 돌아올 때 들으면 효과가 더욱 좋은 노래들.

2017년 8월 21일 월요일

맥주 후기 쓰고나니까 삘 받아서 적는 술 후기

  1. 페로니 나스트로 아쭈로

  이태리에서 건너오신 맥주. Gs에 있길래 집어와서 마셔봤는데, 산 넘고 물 건너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는지 아니면 시차적응에 애를 먹고 계셨던 건지 맛이 영 신통치 않았다. 클라우드 비스무리했던 걸로 기억한다. 세리에에서 뛰던 탑클래스 선수가 은퇴를 조금 앞두고 비싼 연봉을 받고 중국이나 일본에서 뛰는 느낌. 그래도 맛이 없던 건 아니고, 기대에 못미치는 활약을 했을 뿐이다.

  2. 피츠

  유튜브를 볼 때 마다 높은 확률로 이 맥주를 고래고래 지르며 광고하는데, 오히려 역효과라고 생각한다. 그냥 깔끔해서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술이라 주로 여성층에서 많이 찾을 법하다고 느꼈는데, 광고에 시달린 이후로는 그냥 깔끔함이고 뭐고 집어치우고 잘 안찾게 되었다. 맥주는 깔끔한 편인데 광고는 너저분.

  3. 민들레대포, 대장부

  술다운 술. 다만 가격이 쪼끔 있는 만큼 좋은 안주와 먹으면 더 좋을 듯.

  4. 느린마을 막걸리

  사랑해요

  5. 제주 제스피 수제맥주

  사람들이 비싼 돈 주고 수제맥주 찾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6. 에비수 공장 맥주

  사람들이 비싼 돈 주고 수제맥주 찾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22

Martens belgian pilsner 후기

  5도짜리 보리차.

  신세계에서 유통을 맡길래 기대를 했더니 이렇게 통수를 칠수도 있구나. 역시 삼성은 통수치는 방법도 다르다. 대기업의 통수 노하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보리차 맛 맥주. 아니 맥주 맛 보리차라고 하는 게 맞나?

  내가 아는 마르텐스는 이 맥주 브랜드와, 이름이 비슷한 벨기에 국가대표 축구선수 메르텐스 뿐인데, 이 맥주는 차라리 후자에 가깝다. 내가 메르텐스 선수를 오래 지켜본 것도 아니고 그의 손맛을 찰지게 본 적도 없지만 그래도 이건 맥주보다는 축구선수 메르텐스에 훨씬 가깝지 않을까 한다. 맥주맛 아님.

  나폴리에서 상대수비를 농락하며 공격하는 메르텐스가 떠오르는 맛이다. 그도 보리차를 좋아할까? 확실한 것은 이 마르텐스 벨지안 필스너 맥주는 메르텐스 선수가 마시다 남긴 보리차 맛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다음부터는 호기심에 덥썩 신제품을 물어오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7년 8월 20일 일요일

약 먹기 싫다

  약을 먹을 수록 무기력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멍청이가 되는 것 같다던 누구의 말에는 온전히 공감하지 않지만, 이해는 간다. 나의 세포의 재생활동은 왜 바이러스의 활동보다 느린걸까. 왜 엔돌핀은 늘 한 발 늦게 등장해서 우울함을 제때 물리쳐주지 않는 것일까. 약을 안 먹어도 된다면 참 괜찮을텐데.

  세 끼 식사를 마치고 30분을 기다려 약봉지를 뜯는다. 입에 털어넣고 물을 집어넣어 넘기면 끝. 이렇게 간단한 과정이지만 무섭도록 규칙적이다. 식후 30분. 기억하지 못하면 시기를 놓쳐서 먹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간단한 것마저 규칙으로 나를 얽매이는데, 참 답답하기도 하고 짜증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기분이 좋지 못하다.

  사실 기분이 바로 그렇다. 답답하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하다가 금방 웃어넘기는 것. 어떤 날은 집에서 혼자 조용히 맥주를 마시며 개운한 행복을 느끼지만 또 어느 날에는 둘이서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가 그립기도 하고, 떠들썩한 목소리에 귀가 아팠던 날이 그립기도 하다. 혼자 조용히 집에 있고 싶은데 혹시 집 안에 누군가가 있다면 기력을 잃고 모든 것이 성가시다. 그러나 또 사람이 보고싶은 날에 혼자가 된다면 무신경해지는 것이다. 말 안 듣는 동물 하나를 마음 속에 키우는 것 같다.

  아마도 고양이 같은 모습일 거다. 변덕스러워서 맞추기 힘들고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쉽게 파악하기가 어려운 고양이가 살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개를 키워보고 싶다.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강아지가 있다면 고양이도 조금은 성질을 죽이고 살지 않을까 싶다. 순한 강아지라면...

  그러나 또 어느 날은 다시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가도 어떤 때는 고슴도치가 좋고, 아니면 좀 더 독특하게 라쿤이나 앵무새나 날다람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동물에 대한 나의 관심에도 변덕스러운 고양이가 개입을 하고야 만다. 이런 고양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약을 먹어야 한다. 싫지만 어쩔 수 없지. 엔돌핀은 항상 한 발 늦는 법이니까. 약 먹어야겠다.

 

2017년 8월 19일 토요일

그래서 니 목표는 뭔데?

https://m.soundcloud.com/esensofficial/downwithyou

  지금와선 잘 모르겠대. 일단 돈이나 벌재.


  가사들이 날 마구마구 쏘아보는 것 같다. 잡아먹힐 것 같아서 무섭다.

2017년 8월 16일 수요일

택시운전사 후기

  <택시운전사>를 보기 전 봤던 작품이 <군함도>였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진짜 뻔하게 흘러가는 전개를 보면서, 다행히 뜬금없는 전개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꼈으니까.

  1.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영화는 철저히 외부인의 시선만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했던 <화려한 휴가>와 극명하게 다른 점이다. 서울에서 온 택시운전사와 외국인 기자의 시선을 빌려 엿보는 그 날의 광주는, 사람사는 곳이 다 그렇듯 유머가 있고 눈물과 분노도 있다. 영화 초반에는 인간미가 풀풀 넘치는 광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여유는 오래가지 못하고...

  2. 처음 10만원이라는 거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던 택시운전사 '김만석'은 아주 전형적인 서민이자 전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줄거리나 연출이나 인물들이나 성격이나 이렇게 전형적일 수가 있을까... 심지어는 김만석이 얹혀살고 있는 집의 안주인마저 전형적이다. 그 당시의 시대를 잘 반영했다고 해야하는 것인지.. 암튼) (그러고보니 변호인의 '송우석'이랑 김만석이랑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모르겠네) 들뜬 마음으로 10만원짜리 귀한 손님을 스틸(..)한 김만석은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뒷좌석에 모시고 광주로 출발한다. 광주에 가까워질 수록 차량의 후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앞까지 다가서자 아예 출입금지 표지판이 붙어있고, 도로 곳곳에 균열이 생겨 그 사이로 잡초가 자라나고 있다. 사람이 산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풍경으로, 사람의 존재 뿐만 아니라 '인간성'까지 부정하는 음침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3. 주인공 김만석이 사우디에 가서 일했던 덕분에 영어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뭐 그렇다 치더라도, 그 시대의 지나가던 대학생이 영어를 술술 한다는 것은 좀 뜬금없었다. 영어를 띄엄띄엄하는 연기를 하려고 했던 것 같긴 한데... 어느 순간부터는 매우 유창한 영어실력을 뽐내고 있다. 팝송만 듣고 가사만 읽어도 이 정도라니... 억지스러움을 느끼면서도 허구한날 팝만 들으면서도 그 정도의 영어도 못하는 나 자신은 대체 뭘까, 하고 생각했다.

  4. 그러나 영화는 관객이 억지스러움을 인지하고 부조화를 느끼기 전에, 아주 전형적인 전개를 보여주면서 아, 그럴수도 있지, 하고 생각해버리게 만든다. 우리가 이미 예상한대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이 되려 매우 자연스러움을 더하는 것이다....

  5. 광주의 진상을 목격하면서 깨달음을 얻은 김만석은 힌츠페터를 돕기로 결심한다. 광주에서 벗어나기 전, 재밌는 연출이 하나 나오는데 바로 김만석과 위르겐 힌츠페터가 앉은 좌석 위치이다. 처음 광주로 갈 때만 해도 김만석에게 힌츠페터는 그저 '손님'이자 '10만원'이었다. 김만석이 백미러로 힌츠페터를 보면서 한국말로 마구 욕하는 모습만 봐도 어떤 마음가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뒷좌석에 앉은 힌츠페터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백미러'라는 수단을 통해서 쳐다본다. 이때만해도 둘 사이는 직접적인 교류관계나 동행자의 관계가 아니라 가운데에 벽을 둔 '남'이었다. 
  그러나 김만석이 힌츠페터를 태우고 광주를 탈출하기로 한 시점에서는 힌츠페터가 뒷좌석이 아니라 조수석에 타고 있다. 김만석과 힌츠페터는 거울이 아닌 눈과 눈을 맞대어 서로를 응시한다. 그리고 힌츠페터가 앉지 않아서 텅 비어버린 뒷좌석을 백미러로 보니, 인적이라고는 없는 쓸쓸하고 처참한 광주의 풍경이 비친다. 힌츠페터를 조수석에 태우는 것은 김만석이 그를 '손님'이 아닌 동행으로 인식했다는 것이고, 비로소 그의 눈에는 광주의 진짜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6. 그런데 이런 좋은 연출을 만들어놓고서는 왜 분노의 질주를 보여주는지...? 어디에선가 갑자기 나타난 택시운전사들이 이니셜D를 몸소 보여주는 모습은 너무 뜬금없었다. 아니 광주와 통하는 도로를 다 막아버렸는데 어디서들 나타나신거야.... 정점은 바로 유해진이 택시를 뒤로 질주하는 장면. 자연스러움을 다 해친 사족이었다고 생각한다.

  7. 송강호 연기 너무 잘한다. 송강호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연출은 진짜 반칙이다. 배우만 너무 믿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음악들



  1집을 대히트시키고 2집은 망하고...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그렇게 사라지는가 싶었던 케샤의 5년만의 컴백. 외모도 음악도 누구신지 몰라봤다.




  비트 진짜 맛깔나게 뽑는다. 재능이 출중한데다가 활동도 활발하다. 믹스테잎 앨범을 내고서도 부지런하게 싱글을 공개하는 중. 곡무원 캬...




  흥겨운 멜로디, 물 흐르듯 지나가는 랩핑.




  '라나 델 레이'해버린 라나 델 레이, 시선을 강탈해버리는 위켄드...

2017년 7월 30일 일요일

Apples and sweet mangos


  Peaches and limes.

  요즘 다이어트를 한다고 저녁을 닭가슴살과 과일, 채소따위로 하고 있다.
  나날이 성질이 더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He was gifted like olympic man in ninety man


  레지 스노 짱짱

군함도 후기

  1. 군함도에 대한 평가가 극으로 달리는 것과는 다르게, 기승전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나쁘지 않다. 군함도 내에서 벌어지는 수탈과 같은 민족을 배신한 나쁜 조선인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 영화 중반부까지는 고증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다. 군함도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카메라 테이크도 꽤 볼만했다. 영상미 하나는 잘 뽑은듯.

  2. 작품 중반부까지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황정민과 아역 김수안이 연기한 부녀. 아역의 연기가 일품이고 매너리즘 이야기가 무색하게 황정민의 연기 또한 영화에 너무도 잘 녹아들었다. 그러나 다른 캐릭터들의 힘은 약하다. 이정현과 소지섭의 연기는 영화와 고르게 맞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결말로 치달을수록 영화 속에서 자연스러워지긴 했다. 다만 자연스러워진 이후의 이야기가 너무 허무맹랑한 연애담이라서 문제..

  3. 중반부까지 부녀의 힘으로 이끌어오던 영화는 그러나 송중기의 등장으로 와장창. 송중기의 존재와 연기가 영화의 색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송중기가 맡은 캐릭터가 너무 진부한데다가, 뜬금없고, 허무맹랑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압축하여 폭발시켜 빅뱅을 만들어버린... 차라리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나 테이큰에 딱 어울리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이 캐릭터가 등장함으로써 영화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처럼 보였던 메시지는 흐리멍텅하게 녹아버렸다. 왜 막판에 호화로운 액션을 넣어야 했는지, 왜 슬로우모션을 그렇게 쓸데없는 곳마다 써야 했는지... 좀 착잡했다.

  4. 하기야 상업영화니까 이해는 된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고, 많은 관객을 끌어모을 심산으로 만든 영화니까 눈요깃거리를 반드시 넣어야겠지... 그렇지만 이 좋은 소재가 이렇게 쓰여버린 것은 참 아쉽다. 감독의 역량부족이라고 말하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도 이 영화가 얼마나 큰 흥행을 거두어야 하는지 알았을 것 아닌가. 이럴 수 밖에 없었겠지. 그렇지만...

  5. 그래도 류승완은 류승완인게, 비록 어이없이 액션신의 과정이 전개되기는 해도, 액션신 자체는 훌륭하다. 그러니까 보는 맛은 확실한 영화다. 보는 맛만큼은...!

  종종 <덩케르크>와 비교를 당하곤 하는데 둘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영화다. 배경만 좀 비슷하지... <덩케르크>와 <군함도>를 비교해서 어느 하나를 골라 보는 것보다는 그냥 둘 다 보고 비교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2017년 7월 28일 금요일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이상하게도 겨울만 되면 가슴이 콩닥거린다. 지난 겨울날들 중 어느 날에 좋은 일이 있었던가?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떠오르는 추억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겨울만 되면 가슴이 뛰는 걸까?
  겨울이 언제 시작되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도 아니다. 몇월의 몇일날 바로 겨울이 되는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나의 설렘은 정확히 어느 날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슬며시 고개를 치켜드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야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고 있음을 알게 되고, 겨울이 왔음을 실감한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굵직한 사건들은 겨울에 일어났다. 아무래도 내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도를 넘은 탓이다. 그덕에 좋은 일은 없었다. 늘 마음 졸이고 잘못을 되새겼던 기억들만...
  내가 느끼는 겨울은 노래로 치면 이렇다. 차분해보이는 것은 단지 겨울의 겉모습이고, 내 마음은 그 속에서 위험하게 흔들흔들거린다. 나대지 좀 말지.....
  그래도 나는 겨울이 좋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그만큼 가슴이 벅차오르는 게 좋다, 그만큼 행복한 날들은 또 없다. 잘못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 흥분이 눈처럼 녹아내린 봄날의 내가 할 것이다.

2017년 7월 26일 수요일

요즘 듣는 노래들


  이번 앨범 수록곡들 다 좋지만 이게 가장 듣기 편안함.



  역시 편안한 멜로디, 그리고 서정적인 가사.



  요즘은 이런 올드스쿨이 좋다. 그러고보니 이것도 편안한 멜로디...



  조금씩 끓어오르다가 마침내 100도가 되는 과정.



  현재 PBR&B 장르의 선두.



  오랜만에 듣고 있는 트레이 송즈. 점점 얼굴이 크리스 브라운이랑 닮는 것 같다...

최근에 본 영화 두 편

  1. 스파이더맨 홈커밍

  '홈커밍'이란 단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스파이더맨의 마블 복귀작. 십대 소년의 유쾌함과 힘을 가진 히어로의 고민과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하는 자아가 즐겁게 뒤섞인 작품. 원작 스파이더맨과 이전 스파이디 영화들에서 뽑아낸 오마주가 관객을 더욱 즐겁게 한다. 그러나 오마주를 모른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없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가벼움으로 인해 앞으로의 활약상을 그려내기가 어렵게 된 것은 아닐지 염려된다. 2018년에 개봉될 인피니티 워는 절대 가벼울 작품이 아닐 것인데... 아니면 그 전에 속편을 제작해서 흐름을 살짝 바꿀 수도 있고.


  2. 덩케르크

  짧은 러닝타임과 조용한 고동. 전장에서 벌어지는 휴머니즘을 훌륭하게 압축한 작품. 액션신이 거의 없지만 오히려 전쟁의 본질과 삶의 무게감이 깊게 느껴진다. 별다른 대사 없이 인물을 담아내는 카메라 워크와 테이크만으로 이루어진 감정묘사가 탁월하며, 날카로운 배경음악이 철수 당시의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준다. 고증도 매우 잘 이루어진 덕분에 역사를 알고 가면 더 재밌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형식 혹은 고요함을 바탕으로 둔 영화에 흥미가 없는 사람은 꼭 피해야 할 영화.... 영화관에서 보다가 자는 사람도 봤다. 또한 전쟁에 별 관심 없는 사람도 피하는게 좋을 듯.

2017년 5월 8일 월요일

난 엄마가 늘 베푼 사랑에 어색해



  그래서 그런건가.
  늘 어렵다니까.

페페가 죽다니...



  알트라이트에 희생당한 우리의 친구...
  세상 어디를 가나 문제가 되는 사람들은 성향이 비슷한 것 같아.

대선 투표를 하고 난 뒤 결과를 기다리며

 

  ... 그러나 그림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스스로 계몽된 군주만이, 동시에 공공의 평화를 확보 하기 위해 잘 훈련된 수많은 군대를 가지고 있는 군주만이 어떤 공화국도 감히 말할 수 없 었던 다음과 같은 것을 말할 수 있다. “너희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관해 너희들이 원하는 만큼 따져 보라. 그러나 복종하라!” 이렇게 하여 여기서 이상하고 예기치 않았던 일이 진행 된다.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고찰해 보면, 이러한 일의 진행 속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역설적이다. 시민적 자유의 정도를 한층 크게 하는 것은 국민의 정신의 자유에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정신의 자유에 넘을 수 없는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시민적 자유의 정도를 한층 적게 하는 것은 국민 각자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있는 여지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때 이런 딱딱한 껍질 밑으로부터 자연이 가장 조심 스럽게 보호하는 삭을, 곧 자유 사상에의 경향과 소명을 계발하게 되면, 이것은 점차 국민 의 성격에 반작용하게 되고(이에 의해 국민은 점점 행동의 자유를 발휘하게 된다), 마침내 는 이 반작용이 통치의 원리에까지 미치게 되어 정부는 이제야 기계 이상인 인간을 그의 품 위에 어울리게 대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1784년 9월 30일 프로이센의 쾨니히스베르크, I. Kant.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 중 마지막 부분.


  인간이라면 스스로의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지녀야하고, 이는 사유의 자유와 행동의 자유를 포괄하는 인간의 자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군주는 마땅히 이 자유를 인정하고 보호하며 침범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만일 군주가 그의 힘으로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있어서, 그로 인하여 이성의 공적 사용이 방해를 받는다면 그 군주는 시민의 이름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
  그러니 너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 나에게는 이 말이 자신의 에고를 알처럼 깨고 나와서 지성의 사용을 날개삼아 이성의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라는 말처럼 들린다.

2017년 4월 30일 일요일

세상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요즘 나의 속을 상하게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착각이다. 세상이 어느 날 갑자기 좋아지리라고 생각하는 착각. 완전무결한 누군가가 나타나서 우리를 구원에 이르게 인도해줄 것이라는 착각. 각자의 특성이 인정받는 시기에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과도한 긍정사회의 말로인 것 같기도 하고.

  세살은 어느 날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누리고 잇는 것들이 당연시 되기까지는 긴 세월이 걸렸다. 매 시대마다의 변화를 주도했던 계층도 각기 다르지만, 확실한 것은 단 한 사람만의 힘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신화난 위인전을 읽고 자란다. 다 큰 성인이 되고 나서는 불세출의 누군가가 이룬 업적이나 생애를 듣고 다니며 스펙을 쌓으려 노력한다. 혹은 그 사람을 롤 모델로 지정하고 닮기 위해 애쓴다.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그 사람이 이룬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개인이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더군다나 고도로 사회화된 현대에서 그게 가능할런지... 혼자서 성공한 것 같은 사람도 다른 사람들과 연대를 이루고 있고, 그 연대에서 발현된 힘이 그의 발 아래를 받혀준다.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우상화를 거부한다. 70년대 급속한 산업화가 일어났을 때, 당시 박정희 한 사람이 그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낡은 통념을 거부한다. 그것은 영웅 한 사람이 이룬 것이 아니다. 많은 영웅들의 땀과 피가 한강으로 흘러들어 만들어낸 건축이다.

  그런데 왜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마저 세상이 하루아침에 변하기를 원하는지, 참 속상하다. 우리는 인내하고 인내하면서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일이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또 실제로 그런 내일을 만들기 위해 인내해야 한다. 나는 오늘이 어제보다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예전에는 누릴 수 없던 것들이 이제는 생활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섰다. 그렇기 때문에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확신을 갖는다. 비록 내가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사라질지라도, 다음 세대들은 우리가 노력하여 이룩한 결과들 속에서 행복을 누리며 살 것이라고 확신한다.

  술 마시고 쓰는데 3분 걸렸다..

2017년 3월 28일 화요일

성의 담론과 이해 강의 짧은 글

  개인적인 견해로는 개인의 성 정체성 확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이나 가정에서 배우게 되는 기초적인 학습들이나 각종 미디어에서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말들은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큰 흐름에 쉽게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큰 흐름이란 대다수의 시민들이 공유하는 가치관의 공통분모로서, 보통 상식으로 통한다. 역대 가장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은 타인의 반응에 민감하고, 비난을 피하거나 소외를 면하기 위해서 대중이 용납하고 제작한 틀 안에서 의사를 표현하고자 한다. 각각의 의사표현은 모여서 기류를 형성하고 끊임없이 재창조되면서 문화로 발전한다. 문화는 백지 위 찍힌 인감도장처럼 다시 개인의 자아확립에 자국을 남긴다. 다시 말해서, 범 사회적으로 형성된 문화적인 분위기와 그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많은 담론들이 개개인의 자아 정체성 확립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의 분위기를 체감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태어나고 자란 가정에서, 다른 누구는 학교교육을 통해서, 혹은 개인적인 사고경험을 통해서 사회문화를 느낄 수 있다. 나는 주로 미디어, 특히 인터넷을 통해 문화를 습득하고는 했다. 어릴 때부터 붙잡고 살았던 컴퓨터 속 인터넷 세상이 나의 성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 속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모인 군집 또한 무수히 많다. 제각기 군집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다. 어떤 집단은 굉장히 보수적이어서 남성우월주의적 시각으로 쓴 글이 많은 반면에 다른 어떤 곳은 성 담론에 대하여 상당한 진보를 이루어서 그들이 속한 군집에서라도 평등을 추구하기도 한다. 나는 주로 진보적인 입장의 집단에서 활동하며 지내왔기에 그들이 이야기하는 여성과 남성의 공존, 현실적인 국내의 차별문제와 해결방안 등을 습득하고는 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바가 다양한 이라는 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누구 하나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지 못해서 토론과 토의가 계속되는 성별이라는 화두. 나의 교사 노릇까지 했던 인터넷에서는 진보적인 시각이 대세였다. 나는 그것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페미니스트나 동성애를 위시한 독특한 사랑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고 소중하다. 어떤 사상을 갖고 무슨 방식으로 표현을 하던지 본래 각각의 사람 자체는 공평하게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다. 안타깝게도 요즘 네트 상에서의 성에 대한 담론이 주로 남성과 여성의 성 대결로 변질되는 것 같지만 서로는 서로를 찍어 눌러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해야 할 대상이다. 나는 자라오면서 남자는 ~해야 하고 여자는 ~여야 한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손에 꼽는다. 물론 어른들로부터 물려진 구시대의 낡은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있기는 하지만 성 평등은 이제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를 유지시키면서 모든 사람들의 만족과 타협을 이끌어내는 정책 및 입법활동 혹은 캠페인이 이루어지느냐, 아니면 양자간의 성 대결로 시간과 체력을 소모하다가 황금 같은 기회를 저버리느냐 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편견을 벗어 던지고 새로이 올바른 성 정체성과 평등 확립에 힘을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


어제 술을 거른 이유. 이걸 써야해서...

2017년 3월 19일 일요일

2017년 3월 17일 금요일

전역 후 최근 테크트리

  1. 어떻게 전역을 하긴 했다. 같이 전역한 동기들은 부대로 돌아갈 일이 없어서 좋긴 한데 실감이 안난다고 한다. 실감, 이란 게 뭘까... 동기들끼리 전역날 제천으로 가서 소주에 순대국밥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실감이란 것이 뭔지... 실감이 들어야 하는건가?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실감을 했을까? 실감이라는 건 실제로 느끼는 것인데, 전역했다는 현실을 온몸으로, 실제로 느낀다는 것이 무얼까. 뭐 그런 생각들이 얼핏 들었지만 소주 네 잔만에 마음 속 깊은 수면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왠지 무거운 질문이 되어있을 것 같아. 물 먹은 사체처럼....
  '이제 실감이 나니?'

  2. 아무튼 전역하면 기분은 좋더라. 그래서 전역에 취해 규칙적인 생활패턴을 망각하고 막 살아보기 일쑤다. 내가 복학을 미뤘더라면 부지런히 막 살아보지 않았을런지. 다행스럽게도 돈이 아까워서라도 학교에 가야하는 상황과, 학점과 미래가 주는 압박에 일찍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동기놈들은 나와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사실 그건 나도 그렇다. 달라진게 없네, 21개월동안... 그 많은 시간들을 우리는 어디에 써버린걸까. 그런 기분도 들고.

  3. 이상하게 우울한 느낌으로 글이 마쳐지는데 사실 지금 나는 굉장히 홀가분하다. 다행히 하던 알바도 있어서 돈 걱정은 덜었고, 학교도 부지런히 다니면서 부지런히 놀고 있는데, 이게 문제다. 내가 2월말에 피트니스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여름때까지, 정확히는 원지촬영 때까지는 몸을 만들어 놓겠다고 다짐을 했더랬다. 왜 원지촬영 전까지냐면, 원촬 때는 신나게 퍼마실것이 분명하니까 미리 몸을 만들어 놓으려고, 쉽게 말하면 술을 마시기 위해 몸을 만들어두자는 생각이었다. 전역대기를 위해 부대에 복귀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그럭저럭 규칙적이고 바른 식습관을 들이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대 복귀 전날 치킨과 피자를 동시에 먹는 사치스럽고도 파렴치한 행동을 벌인 이후, 동기와 외출을 나가서 소주에 맥주를 연달아 스트레이트로 마시고(그런데 어떻게 다음날에 멀쩡했는지 신기하다), 전역한 날에는 동아리에서 마시고... 이틀에 한번 꼴로 술을 먹고 있는 셈이다. 엥? 이거 완전 입대직전 모습 아니냐? 살이 제일 올랐을 때 패턴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 무섭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맥주를 마시고 있다. 크로넨버그1664블랑. 이번 학기에 생활프랑스어 교양수업을 듣고 있는데, 지금 마시고 있는 맥주도 프랑스산이다. 프랑스 발음으로는 크호넨부흐 블랑. 프랑스어는 r때문에 발음하기 힘들다... 그래도 맥주는 맛있다. 역시 음식은 쁘항스야!

  4. 야 이거 쓰고보니 진짜 잡소리구만.....

  5. 다음엔 칸트 관련 글을 써봐야겠다. 파고들수록 재미있는 양반이다.

2017년 3월 9일 목요일

Running late alarm wasn't on



  It's 12:45 gotta be there at 1.

광고와 설득을 읽다가

  광고와 설득, 이라는 책은 책 제목과 같은 주제의 논문들 중 몇 가지를 추려서 실어낸 책이다. 그래서 한 챕터의 길이가 짧고 책도 작고 얇다. 논문 몇 가지를 모은 것 뿐이니까. 소비자들을 설득시키기 위한 광고 방법들과 고려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꽤 재밌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점도 많고.

  그런데 책을 읽다가 의문이 들었다. 유명인이 나오는 광고가 왜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책에서는 유명인이 자기 얼굴에 먹칠하기 싫어할 것을 소비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설마 이상한 제품을 광고하겠어? 라는 생각을 가지고 해당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간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대부업체 광고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광고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본인의 이미지가 떨어지게 되는 것은? 이를테면 드라마 <미생>에 출연해서 광고효과를 한껏 올린 임시완이 회사원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노사정대타협 광고를 찍어서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던 일이라던지. 과연 소비자들이, 유명인이 스스로의 명예를 깎아내리고 싶지 않아서 나쁜 제품을 광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제품을 구매할까? 많은 돈만 지불한다면 누구든지 광고모델로 세울 수 있는 현 세상에서?

  나는 차라리 유명인의 후광효과가 더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광고하는 제품을 쓰면 마치 그 사람과 함께하는 것 같거나, 나도 좀 더 프로페셔널해진 것같은 느낌이 든다거나, 아니면 그냥 그저 그 사람이 좋아서 제품을 구매한다거나. 실제로 아이돌이 광고하는 제품들을 사면 브로마이드까지 주는 경우가 많다. 브로마이드를 얻기 위해서 제품을 사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그러니까, 유명인의 오점 여부를 걱정하는 것보다 유명인의 매력을 보고 광고에 설득당하는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라는 생각.

  졸려서 글을 못쓰겠다. 추후 수정을 하시든지 말든지.....

2017년 3월 7일 화요일

넌 내 나쁜 점을 찾네



  알아, 알아 난.


  원래는 <광고와 설득>을 읽고 감상문을 쓰려고 했는데
  맥주 한 캔에 기분이 업되어서 아무래도 지금은 안쓰는 게 나을 것 같다.

2017년 3월 2일 목요일

Alls my life I has to fight, nigga




  Nigga, we gon' be alright.
  Do you hear me, do you feel me?
  We gon' be alright.

  우린 괜찮을거야.

평소엔 잘 내키지 않는데도



  밖에 나간채로 침대에 누웠어.

한대음 한대음 신나는 노래

  이번에는 EBS에서 한국대중음악상 중계를 해줬다던데, 그래미도 그렇고 아카데미도 그렇고 시상식을 보면 지루할 뿐인 나는 역시 한대음 시상식 중계까지 패스했다. 그래도 나중에 찾아보니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이번 시상식은 한 번 봤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들고.

  1. 넉살. 솔직히 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리스너들이 넉살이 상 하나정도는 받지 않을까 생각했으리라. 그런데 뭐 결과가 나왔다시피, 최우수 랩/힙합 음악상은 비와이 'Forever'에게 밀렸고, 최우수 랩/힙합 앨범상은 화지 'ZISSOU'에게 내줬다. 음악상 시상자는 넉살이 속한 비스메이저의 수장인 딥플로우였는데, 지난번 자신이 그랬듯이 이번에는 넉살이 후보에 올라서 비스메이저의 식구들을 모두 데려왔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콩 볶아먹는 홍진호를 연상케하듯 뭐.... 딥플로우는 시상식에서는 '넉살아 괜찮아'라고 했고 나중에 페이스북으로 자신이 받은 상을 인증하여 넉살을 조롱했으며, 넉살은 시상식에선 웃었지만 딥플로우의 페북을 보고는 대단하다며 결국 욕을 했다. 이 형들은 참 귀엽게들 노신다.

  2. 비와이의 'Forever'가 이렇게나 사랑받을 줄 몰랐다. 대중적인 인기도 그렇고 한대음에서의 수상도 그렇고. 어느 대머리 아저씨의 말처럼 모든 시상에는 위원들의 기호가 포함되어 있다지만, 그래도 이정도씩이나? 나는 Forever를 쇼미더머니5를 생방으로 봤는데, 처음 봤을때는 혁신적으로 느껴졌다. 대단한 무대였고. 하지만 대중적인 입맛에 잘 맞는 비트에 화려하고 빠른 래핑이라는 게, 너무 반칙이지 않나. 나에게는 조미료를 크게 세 스푼 정도는 넣은 김치찌개같은 노래였다. 당시에는 혁신적이라고 느껴졌는데, 그건 내가 그 때 너무 몰랐던 것이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고. 아무튼 그래서 넉살이 아쉽다는 그런 주절거림.

  3. 이센스가 출소 후에 공식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비추었다. 작년에는 올해의 앨범 부분 수상자였지만(그리고 당연히, 감옥에 있어서 직접 수상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시상자로 참석했다. 이 사람은 멀쩡한 정신상태임에도 취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술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이 클럽 공연을 보러갔다가, 당시 공연자였던 이센스가 본인 노래만큼 꽐라가 되어서 토하고 난리였다는 증언을 본 적이 있다. 출소 이후에 정신을 차렸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말이 감명깊었다. '그냥 잘 살았으면 좋겠다.' 다른 어떤 멋진 말도 아니고 그냥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담담한 말이 왜 이렇게 감동적일까. '양화대교'를 말 한마디로 압축해놓은 것 같은 말이었다.

  4. 올해의 앨범 수상은 조동진의 '나무가 되어'. 내가 생각한 팝 음악과는 거리가 아주아주 먼 앨범이다. 하지만 앨범 안에 여러 장르들을 녹여 혼합한 용광로같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앨범이었다. 사실 내 취향과는 거리가 굉장히 멀어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예술은 어렵구나.

  5. 이번 한대음 시상식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역시 이랑의 트로피 경매일 것이다. 이랑이 상을 받자마자 즉각 경매로 현찰 50만원에 상을 팔았는데, 이건 아티스트적 사고가 아니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상을 받고나서 바로 팔아버린 것이 마음에 안든다는 사람들도 물론 많다. 하지만 이랑은 상을 팔아버린 이유에 대해서 미리 충분한 설명을 마쳤다. 상금을 주는 것도 아니고, 한대음이 어마무시한 영향력을 가진 시상식도 아니니, 상은 그저 명예의 껍질을 뒤집어 쓴 장식용 악세서리에 불과하지 않나. 상을 준 사람들의 정성이나 의중은 고려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상은 원래 이랑이 노래 잘 만들어서 받은 정당한 댓가고, 이랑이 받은 그 순간부터 이랑이 상의 주인인 것이니 뭘 하든 그녀의 마음이었던 것. 나는 뭐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퍼포먼스가 참 재밌었고, 50만원을 10초만에 벌어드린 그녀가 부럽기도 했다.

  6. 그런데 왜 트위터를 해서.... 인터넷 전반에 퍼진 성별갈등이 오프라인에까지 등장할 만큼 격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예전에 일뭐 사이트가 활동했던 것을 거의 베끼듯 똑같이 활동하는 모양새라서 많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런식이면 자기들만의 리그가 될 뿐인데. 뭘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매초를 낭비하시는지 가엽기도 하고... 아무튼 이랑이 본인의 트위터에 그쪽 세계의 언어와 사상을 참 담백하게, 그것도 반복을 통한 강조의 효과를 주면서까지 표현을 했기에 논란이 되는 중이다. 이랑이라는 아티스트가 대중적으로 유명한 사람은 아니기에 크게 논란이 되는 것 같진 않다. 내가 그녀의 트위터를 보면서 느낀 건... 참 속 좁다는 것. 하기야 논란의 중심이 되는 입장에서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졌겠지만, 왜 수상 논란을 젠더 논란으로 바꾸었는지 모르겠고, 자신을 칭찬하는 글들만 RT를 하는 것도 그렇고... RT한 글들 수준은 아쉽고.. 진짜 예전 ㅇㅂ 전성기때랑 어쩜 그렇게 똑같이 닮아있는지. 혹시 ㅇㅂ운영자가 2호점을 차린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든다.

  오늘의 술은 오비 프리미어. 술을 마시고 쓴 주저리가 길었다.

Black dust in orbit,




  cascades down like a parachute.

  요즘 제일 즐겨듣는 노래. 이미 유명해질대로 유명해진 Gallant지만...
  확실히 알앤비가 대세가 된 것 같다. 노래 잘 뽑는 가수들도 많고.

2017년 2월 28일 화요일

홉고블린...

http://fatpig.tistory.com/entry/HobGoblin-%ED%99%89%EA%B3%A0%EB%B8%94%EB%A6%B0-52


  이분 블로그는 정말 유익하다.

  나도 얼마전에 홉고블린을 마셔봤다. 대형마트에서 3개 교차묶음으로 만원하길래, 멋모르고 집었던 병이 이거였다. 맥주병 디자인이 느낌이 괜찮아서 가져왔는데 참 놀랄만한 발견이었다. 너무 맛있었기 때문이지...

  홉고블린과 같이 사왔던 미국 맥주 두 놈도 괜찮았지만 클래스가 영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자꾸만 영롱한 고블린의 큰 눈과 삐죽한 턱과 위협적인 매부리코가 매일 떠올랐다. 이래서 마물이 위험한거구나, 나는 RPG같은 거 바람의 나라밖에 안해봤는데... 게다가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니까 도토리 주는 다람쥐나 있지 고블린 같은 건 없는데.. 그래서 마물을 접한 적도, 당연히 경험해본 적조차 없는 나에게 악랄한 마력의 무서움을 깨닫게 해준 맥주였다.

  하지만 지난 번 화요일에 술을 몇 병 마시고는 이제 스스로에게 일주일에 딱 한 번만 음주를  허락하겠다고 크게 결심한 후로는 마실 수가 없었다. 적어도 다음 화요일까지는 참고 기다려야 했고, 실제로 참고 기다렸으며, 그동안 우리 엄마 아빠는 나 빼고 충북 진천군 덕산면 덕산양조장에서 제조하는 덕산막걸리 한 통 남은걸 다 비우셔서 나를 분노하고 좌절케 했다. 이름부터 맛있어 보였는데... '덕산 막걸리'.....

  아무튼 그래서 쭉 참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화요일이 되었고, 운동을 마친 후 신나는 마음으로 홈플러스로 갔다. 지난번에도 홈플러스에서 샀으니까 당연히 있겠지 뭐ㅎ 이런 마음으로.




  근데 없음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업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할 고블린 놈들은 그새 용사가 와서 다 때려부쉈는지 종적을 감춘채 행방을 알 길이 없고, 대신 다른 상품들이 상품 진열대를 대신 채우고 있었다. 새로 들어온 맥주들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만, 그 맥주들이 괜히 미웠다. 맛없는 버드와이저도 미웠고, 호주에서 왔다는 캥거루가 그려진 맥주도 미웠고, 제초제가 검출되어서 인기가 꺾였는지 세일을 하는 크롬바커도 미웠고, 생각보다는 별로였던 인디카 페일에일과 듀벨, 에델바이스, 다섯 개 사면 세일인데 두 개 진열된ㅋ 산 미구엘도 미웠다. 새뮤얼 아담스 빼고 다 나가줬으면 좋겠어....

  그래서 마트와 주변을 배회하다가 캔에 담긴 홉고블린을 발견해서 캔맥주라도 샀다. 뭔가 캔맥주로 사는 게 억울해서 홉고블린이 아니라 홉고블린 골드를 구매했다. 추천받은 코젤 다크 500ml까지 구매완료. 아 낮에 기네스 마시는 게 아니었다. 기네스랑 감자탕이랑은 안어울렸어. 애 때문에 합의이혼도 안하고 입 닫고 사는 부부를 보는 듯한...그런 조화.

Hello stranger



  It seems so good to see you back again.

  <문라이트> 삽입곡. 케빈에게 샤이론을 떠올린 노래.

Barry Jenkins, Moonlight



  2월 개봉 예정 영화표를 보다가 바로 꽂혀서 보았던 영화. 사실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더 보고 싶어서 개봉관을 열심히 찾아봤지만 해당 작품을 보려면 이수까지 지하철을 타고 사오십분은 가야해서 반쯤은 포기했다. 그런데 운이 참 좋게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영화관에서 아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게 아닌가! 또한 <문라이트>를 선개봉하여 이동진 평론가의 해설까지 곁들여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주저없이 카드를 꺼내서 예매를 마치고,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남은 이틀의 기간이 내게 참 설레었던 순간이었다. 고작 영화 한 편에 뭐 그렇게 설렜느냐고 생각하겠지만, 그래 그렇다, 나도 왜 그렇게 설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색다른 작품을 남들보다 먼저 접한다는 것에서 나온 기대감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영화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아니 슬펐다고 해야할까. 영화가 보여준 서정적인 감정들은 아름다웠지만 그 감정을 요리한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은 전혀, 아름답지가 않다. 슬픔의 미학을 제대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해야 하나.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영화가 그만큼 훌륭했고, 내 언어감각이 그만큼 못하다.

  1. 영화는 3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주인공 '샤이론'의 어린시절을 보여주는 '리틀', 청소년기를 보여주는 '샤이론', 그리고 성인이 된 '블랙'. 차례로 세 파트의 리듬을 따라가다 보면 샤이론의 성장과 함께 커지는 그의 성적혼란이 매우 뚜렷하게 부각된다.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대사들을 따라가다 보면 작품의 주제가 '인종'과 '성정체성' 두 가지인 것 같지만 실상 작품의 끝까지 관통하는 주제는 '성정체성' 하나뿐이다. 물론 흑인들의 게토와 아웃사이더가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크게 부각되진 않는다. 마약과 주인공의 어머니가 등장할 때만 잠시 모습을 보일 뿐.

  2. 하지만 인종문제가 '흑인'과 '성정체성'의 신선한 결합을 엮어내기도 했다. 그동안 동성애자와 관련한 작품은 꾸준하게 등장했지만 그것이 흑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경우를 나는 본 적이 없다. 성의 혼란에 거친 흑인 게토의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샤이론이 겪는 고통은 가중된다. 이것이 동성애를 주제로 하는 다른 영화와 문라이트의 차이점이다. 사랑의 혼란 뿐만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환경의 냄새도 풍기는 것. 특히 마약냄시, 뒷골목냄시...

  3. 인상깊은 연출이 참 많았는데, 영화 제목처럼 푸르스름한 달빛이 샤이론을 종종 내리쬐고는 한다. 샤이론이 달빛을 받을 때는 그의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건이 벌어지는 때이고, 그 때만큼은 샤이론이 현실에서 벗어나 허무맹랑한 꿈을 꾼 것 같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와 천장을 바라보니 달빛대신 죽은 벌레들이 들어있는 낡은 형광들이 그를 비춘다. 또한 달빛을 닮은 푸른 형광등이 등장하는 순간에는 샤이론의 성격이 바뀌기도 한다. 소심하고 마른 소년에서, 큰 덩치를 가진 대범한 남자로, 얼음물과 함께.

  4. 하지만 역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3부에서 '블랙'이 된 샤이론이 케빈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씬. 케빈의 연락을 받고 가게를 찾은 샤이론. 그가 가게문을 열자 울리는 종소리가 마치 복싱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들린다. '지금 이 순간부터 경기시작!'이라고 선언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샤이론과 케빈의 재회는 경기의 긴장간만큼이나 아슬아슬하다. 샤이론이 찾아온 목적을 뻔히 아는 듯하면서도 속편한 이야기를 하는 케빈. 그러나 케빈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결국 가게에서의 대화를 통해 장소가 케빈의 집으로 옮겨지는 변화에도 긴장감과 감정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 샤이론의 마지막 고백은 조용하게 일어난 작은 빅뱅이다. 케빈에 대한 솔직하고 절절한 자기고백을 보면서, 나까지도 참 서러웠다.

  5. 이동진 평론가가 <문라이트>에 대해서 평해놓은 글이 있다. 글을 보면서 많은 공감을 느꼈다. 검색은 구글.

  6. 그리고 <문라이트>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라라랜드>를 제치고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해프닝이 일어났으니...


  아카데미 측의 실수로 시상번복이 일어난 것. <라라랜드> 스태프들에게는 안됐지만 상황은 재밌다.

2017년 2월 27일 월요일

파도소리가 밀려와, 잠들기 직전 내 귀엔 소리가 들려와



  16년도 힙합 앨범 중 가장 재밌게 들었던 넉살의 <작은 것들의 신> 앨범 중 2번 트랙.
  Make it slow는 아니지만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익살맞은 구석들이 있다.
  진지함과 익살스러움 그 중간에서 피어난 앨범.

2017년 2월 25일 토요일

You just can't stand the way




  that I walk out from the wreckage.

  한 해를 꼬박 군에 있었던 2016년에도 영화는 봤다, 대견하게도!
  원래는 영화리뷰를 쓰려고 했지만 피곤해서 음악만...

  근데 이 노래 제목이 참 멋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