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3일 월요일

안타깝게도 인생에는 나쁜 일이 너무 많다.

 살다보면 정말 별 일이 다 있다. 길을 가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일은 기본이고, 주위에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 챙피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알바를 하다가 진상 손님을 만나기도 하고, A는 기본으로 나올 것이라 철석같이 밑었던 과목에서 B가 나오기도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고, 믿었던 친구가 바로 그 사람의 연인이다. 주식으로 돈을 날린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일들이 우스워 보일 것이다. 우습다 못해 허무해 보여서는, 차가운 물속으로 육신을 던지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인생에는 나쁜 일이 너무나 많다.

 물론 좋은 일도 많다. 그러나 좋은 일들은 금방 머리 속에서 증발해버리고는 한다. 아주 사소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생사 새옹지마. 좋은 일은 불행을 달고 따라온다. 희소식에 기뻐하는 동안에 이미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시퍼런 칼날이 박혀 들어온다. 불행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피를 흘리고 있을 때이다.

 살아가는 것은 좀체 쉬운 법이 없다. 무언가 목적을 하나를 달성하려고 하면 곧장 내 앞으로 장애물이 버티고 선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손을 뻗어보지만, 좋은 음식은 값비싼 댓가를 치러야만 입에 넣을 수 있다. 좋은 곳으로 떠나고 싶지만, 금전이 부족하다. 그럼 이 모든 불행은 돈 때문인가,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막상 그것을 하려고 하면 두려움이 앞선다. 정말 해도 되는 것일까? 혹시 큰 리스크가 나에게 닥치지는 않을까? 쉽게 발을 뻗어 들어가지 못한다.

 왜 겁을 지레 먹는가? 하면 간단하다. 세상이 무섭기 때문이다. 가진 것은 없는데다가 잊을만하면 다시 뒤통수를 치는 세상은 참 무섭다. 술술 잘 풀리는 일들 앞에 쥐도 새도 모르게 덫을 놓아버리는 세상은 약삭빠르기도 하다. 그래서 얄밉다. 그리고 겁이 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나쁜 일들에 겁을 먹고 얌전히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은 말리지 않는다. 얌전히 살아가는 사람은 확실히,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한 인생을 살기 쉽다. 대신, 실패하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평생 열등감에 사로잡혀 살게 된다. 나는 저놈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난 이꼴인가? 하는 물음이 계속 가슴속에서 피어날 것이고, 결국에는 열등감을 주체 못하여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비윤리적인 사람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얌전히 산다는 것이 열심히 살았다는 걸 의미하지 않음을, 평생 모를 것이다.

 나쁜 일들에 충분히 겁을 먹을 수 있다. 요는 겁을 먹으면서도 어떻게 발걸음을 내딛느냐이다. 발걸음을 내딛는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자신을 확실하게 신뢰할 때에 온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이 길이 나와 맞는 길인지 확신을 가졌을 때 발을 내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가? 나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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