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남매가 된 워쇼스키가의 두 사람의 인생작, 매트릭스. 안타깝게도 이 둘은 매트릭스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매트릭스가 워낙 역대급 작품인지라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모양새이다. 또한 키아누 리브스의 인생작이기도 한데, 뭐 키아누는 이후에도 좋은 작품을 찍었으니... 콘스탄틴이라던가 콘스탄틴이라던가...
매트릭스의 전개는 초반부터 당혹스럽게 한다. 평범하게 인생을 살아가던 네오가 집에 도아와 컴퓨터를 켜는데, 갑지기 화면에 누군가로부터의 메시지가 뜬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네오의 인생을 바꾸게 되는데, 그가 진짜 현실세계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된다.
장자의 유명한 말 중에는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 것인가, 나비가 나의 꿈을 꾸는 것인가.'라는 말이 있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고, 그로인해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이 이면의 내가 꿈꾸는 꿈일지도 모른다. 혹시 내가 간혹가다 기억하는 꿈들이 진짜 세곅 아닐까. 혹은 지금 이 순간이나 꿈도 아닌 제 3의 세계에 진짜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모양의 박제같은 것도 아닌, 뇌의 모양으로서만 말이다.
현실을 현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설마 엔트로피? 설마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질량이 아주 오래전부터 정해져있던 것일까? 이 질량을 넘어가거나, 기준에 못 미치게 되면 현실에서 벗어나 꿈을 꾸던지, 다른 세계로 가게 되는 것일까. 혹시 진짜 세계는 4차원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아닐까.
나는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지만 실제의 나는 엉뚱한 행동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들이 가상의 세계 혹은 나의 환상속에서 만들어진 존재일지도 모른다. 내가 굳게 믿으면서 소통하는 모든 것들이 나의 꿈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참 허무하다. 일생동안 내가 해왔던 일들과 만나온 사람들이 나의 꿈이었다니. 어쩌면 어떤 미치광이는 이를 깨닫고 미친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잠깐, 내가 인식하는 그 미치광이 역시 나의 환상 속 존재 아닌가. 현실에 어떻게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내 몸을 구성하는 물질들과 그 질량들이 나의 현실에 대한 대답을 해 줄 수 있을까? 질량들마저 내가 꿈꾸는 것이라면, 나는 꽤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꿈을 꾸는 것이다.
가짜 세계에서 산다고 해서 나쁠건 또 뭐가 있을까. 네오는 선택된 사람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진짜 세계로 넘어갔다. 물론 그쪽에서는 기계들이 인간을 에너지원으로 쓰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어쩌면 아일랜드처럼 인간이 인간을 이용하기 위해 가상 세게를 만들어 놓은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가짜 세계에서 산다고 해서 나쁠게 있을까? 진짜 세계에는 내가 상상해보지도 못한 엄청난 것들이 숨겨져 있을 것이니, 그걸 알지 못하여 억울할 것을 방지하기 위해 리얼월드로 가려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은 애당초 이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진실에 호기심을 가지고 알아내려는 존재이기 때문에 진짜를 욕망하는 것일까. 신은 환상속 그대인가, 리얼월드에 사는 진짜 인간인가. 항상 나는 글의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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