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휴일임에도 학교에 나갔다. 동방에 가서 청소를 하기 위해서. 우선 첫번째로는 암실을 청소했다. 모든 것을 들어내 동방 밖으로 놓고서, 그 텅빈 암실에서, 우리는 물청소를 했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오랜만에 느껴보는 발바닥의 물 감촉에, 남자 네명은 해운대에 놀러온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청소는 뒷전이고 물놀이를 하다시피 했다. 그래도 청소는 했다. 놀거 다 놀고 청소를 하려니, 해운대는 어디가고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이 눈 앞에 펼쳐졌다. 둑을 풀어라. 그리고 우리는 마치 수나라의 군사들처럼 퐁퐁의 거품과 함께 쓸려 내려갔다. 그렇게 암실 청소가 끝났다.
랩실 청소를 하는 동안에는 친구와 함께 상도역에 있는 다이소에 용품을 사러 갔으므로 청소가 어땠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내가 청소 대신에 용품을 사러 가겠다고 지원한 것이 큰 착오였다는 것은 안다. 날은 더웠고 상도역은 멀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아스팔트 사막에서 우리는 여러번 마음의 고삐를 단단히 잡아야했다. 스쿠터를 훔쳐 상도역까지 달아났다가 다시 돌려줄까 생각도 해 보았고, 지나가는 여자를 붙잡아 대체 다이소가 어디있는 것인지 싹싹 빌면서 물어볼까 고민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가게를 찾은 뒤 나는 다시한번, 진열된 음식을 보고서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했다. 지갑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것이 정말 후회되었다.
그리고 동방에 돌아와 중국집에 배달을 시켰다. 나혼자 외로이 짬뽕을 시켜 먹었다. 이상하다. 내가 그 중국집 가게에 가서 먹은 짬뽕의 맛은 이렇지 않았는데. 배달오실 때 오토바이 기름과 함께 조미료라도 흘리면서 오셨나. 조금 실망했다. 배고프니 맛있게 느껴지긴 했었지만, 좀 아쉬웠다. 뭔가가... 제대로 된 음식은 어딜가야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오늘도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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