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2일 수요일

상도동 밤골마을 후기

 사진을 찍으러 가기 위해 내가 꼽은 장소들 중 가장 가까운 곳이다. 대학과도 가깝고 해서 동방에서 대기하다가 친구가 와서 같이 같다.

 달동네라기에 이전에 갔던 홍제 개미마을을 생각하고 갔다. 그런데 개미마을보다 길이 훨씬 많고 넓다. 오히려 밤골마을이 개미굴처럼 연결되어 있어, 개미마을이란 이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구불구불한 길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했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폐가는 심심치 않게 보인다. 마을 초입부터 폐가가 연달아 두 채가 있다. 청소년들의 탈선 행위 장소로 자주 이용된 과거가 있는 모양인지, 경고문과 함께 문을 봉쇄시켜버렸다. 그러나 좀 더 높은 계단을 올라가야 있는 퍠가들에는 그러한 경고문이 없었다. 마을 위쪽에 있는 퍠가까지는 아무래도 길도 어둡고 으스스한데다가 올라가기가 힘이 들었기 때문에 비행 청소년도, 경찰도 그곳까지 가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폐가 대부분이 완전히 허물어져 있는 터라 발 붙일 틈도 거의 없었다.

 퇴폐적인 분위기를 찍기 위해 간 곳이었는데, 예상보다 햇빛이 적게 들고 퇴폐적이기보다는 안쓰럽고 공포스런 분위기가 풍겼다. 두 롤의 필름을 가져가서는 한 롤만 겨우 찍고 돌아왔다. 나머지 한 롤은 나의 멍청한 실수로 인해 쓰이지도 못한채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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