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3일 목요일

아니메 - 인문학으로 읽는 재패니메이션.

 모든 사람은 중2병을 겪는다. 중2병은 이제 개그의 소재를 넘어, 사춘기와 비슷한 성장통의 하나로 인식되어야 할 만큼 큰 개념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나 역시 중2병에 걸린 적이 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후, 기가막히게도 중2라는 엄청난 타이밍에 그 병에 걸리고 만 것이다. 나의 덕력이 폭발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내가 본 작품들이 결코 매니악하거나 비주류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에반게리온이야 이미 대중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 되었고, 건담은 말하면 입 아픈 대형 아니메 상품이다. 문제는 다른 작품들에 있었다. 아키라는 일부 매니악한 독자들만 아는 작품이고, 공각기동대나 어마금이나 어과초...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러했다. 나는 조금 깊게 빠져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즈음의 덕후들을 보며 '나는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하며 흐뭇한 안심의 미소를 짓게 된다는 사실이다. 취존이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은 애니메이션 하면 세 종류를 떠올릴 것이다. 하나는 뽀로로같은 아동 애니메이션. 아동용 애니메이션은 한국에서 만든 작품들이 많다. 한 번 히트를 치게 될 경우에는 떼돈을 벌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은 한국 만화 기업들이 아동용 아니메 시정을 노린다. 사실 아동용이 아닌 아니메는 아직까지 한국 주류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두번째는 디즈니나 픽사같은 미국 아니메. 픽사가 디즈니에 합병되었으니 그냥 디즈니 아니메이다. 어린시절 90년생들의 주말 아침을 책임졌던 티몬과 품바같은 작품들이다. 몬스터 주식회사나, 각종 공주들이 나오는 디즈니 아니메가 유명하다. 최근에는 겨울왕국이 빅 히트를 쳤다. 마지막으로는 일본 아니메, 즉 재패니메이션이 있다. 흔히 말하는 덕후쪽이 이쪽이다. 원피스나 블리치, 나루토같은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품부터 루리웹 유저들이 덕질할만한 비주류 작품까지, 그 범위가 넓다. 내가 소개하려는 책은 이 재패니메이션에 관한 책이다.

 재패니메이션에 관심이 있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캐치하고 싶은 사람들은 수잔 박사가 쓴 <아니메 - 인문학으로 읽는 재패니메이션>이란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아키라나 공각기동대, 에반게리온부터 시끌별 녀석들이나 옛날 마법소녀물들의 분석까지 폭 넓은 지식을 제공해준다. 그리고 좀 어렵다. 그렇지만 아니메를 보고 그냥 슥 지나갈만한 내용을 잘 잡아내어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자세히 알려주기 때문에 이쪽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꼭 봤으면 하는 책이다. 마법소녀들의 벼닌 장면에 담긴 섹슈얼리티부터 각 시퀀스의 연결장면에 숨겨진 의미, 극적으로 치닫는 아니메 엔딩의 의도 등 많은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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