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5일 화요일
양우석, 변호인.
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한지 한참이 지나서야 <변호인>을 보게 되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감정에 불을 붙이는 영화다. 과거의 잘못된 역사가 화를 돋우고, 피해자들과 그의 가족들의 억울함이 눈가를 적시게 한다. 감정이 격하게 역류되어 마침내는 쏟아질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에 대해 평을 하자면,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앙상블이 훌륭하다. 송강호부터 임시완까지 맡은 역에 대한 연기를 잘 소화해내어, 당시 81년도 부림사건의 현장에 함께한 느낌이 들었다. 송강호는 실제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말들을 감칠나게 잘 인용하며 연기했다. 가족들 앞에서 고뇌하는 표정과, 하나하나씩 원하던 것들을 이루어갈 때의 표정. 법정에서의 격한 분노의 표정. 굵직하면서도 소소한 것들을 잘 담아낸 연기를 보여주었다. <범죄와의 전쟁>이후 또다시 악역을 연기한 곽도원은 언제나 옳은 연기를 보여준다. 악역을 맡았을 때에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능청맞게 말하는 대사와 날카로운 표정 연기는 송우석과 대비를 이루며 시너지 효과를 내었다. 다른 배우들도 좋은 연기를 펼쳤지만 이 두 배우가 특히나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었다.
사회적 뜨거운 감자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은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오랜시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26년>처럼 민감한 영화 소재로 이슈를 만들었으나 영화자체의 부족함으로 인해 크게 성공하지 못한 영화도 있고, <지슬>처럼 작품성이 훌륭하지만 몇 안되는 적은 수의 영화관에서만 상영하여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영화도 있다. 그러니 <변호인>은 정말 예외적으로 히트한 영화이다. 뜨겁고 민감한 소재를 사용하여 영화 개봉 전에도 화제를 몰고 왔다가, 영화 개봉 후에는 영화자체의 탄탄함으로 인하여 지속적인 흥행에 성공하였다.
부림사건 이후,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당시 군사독재정부의 앞잡이를 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활개를 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수장은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며 좋은 말년을 보내는 중이다. 변호인은 마침내 국가의 수장이 되었으나, 정치 장난 놀음의 피해자가 되어 비극적인 끝마침을 했다. 2014년 대한민국은 아직도 부림사건의 연장선에 있다. 정부는 국민을 잡아먹으려 하지만, 국민은 사소한 일들에 신경을 쓰느라 짐승의 발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도 다행스럽게 느꼈던 것은, 이런 영화가 천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는 사실이었다. 누구나 어디서든 촛불을 들 수 있다. 자신의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따끔하게 지적할 수도 있다. 변호인의 정신을 이어받은 영혼들이 여기저기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지금 이러한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는 것이 없다고, 오히려 군사독재시절로 돌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 때는 생각도 할 수 없던 일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30년전 우리는 아무 책이나 읽을 수도, 아무런 글귀나 쓸 수도 없었으나 지금은 어떤가. 포기하지 않고 걸어나가면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30년 후의 대한민국은 더 나아질 것이다.
마지막은 <변호인>과 함께 화제가 되었던 곽도원의 무대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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