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5일 수요일

일상

 은 공장일이지 뭐....

 이제 삼일째. 아직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니 충격적이다. 지하구덩이에서 곡괭이질을 하던 카이지의 심정을 이제 이해할 수 있다. 얼마나 지루하면서 피곤한지, 만일 누군가가 나에게 하루종일 공장일을 하거나, 조선미녀삼총사를 보는 것중에서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과감히 하루종일 조선미녀삼총사를 보는 걸 선택할 것이다.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런 쌈마이한 영화를 보느냐고 할 수 있지만, 공장에서 짱박혀 있다보면 자연스레 세상의 삼라만상에 대하여 억하심정이 생긴다. 그러나 이제 짜증은 나지 않는다. 적응이 된 모양이다. 하하. 짜증을 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이전에 소모임 선베님께서 나에게 해 주셨던 설명이 기억난다. 피피티를 만들어 보여주셨다. 짜증과 분노에 대한 내용이었다. 짜증은 혼자서, 커뮤니케이션 없이 하는 행동이지만, 분노는 상대방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라는 설명이었다. 우리는 짜증을 낼 때, 상대방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짜증을 내지는 않는다. 짜증은 일시적인 감정 소모이다. 짜증을 낸다고 해서 자신의 권익 따위를 위해 대항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잠시 감정을 풀기 위해 혼자서 하는 행위일 뿐이다. 그러나 분노는 다르다. 분노는 그것이 향하는 대상에게 직접적으로 표출함으로써, 대상과 내가 어떻게나마 소통하고 문제 해결을 향한 길을 모색하도록 한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분노로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그러하다. 분노라 하면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분노는 나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때때로 분노해야만 할 때가 있다. 이른바 참참못.

 하지만 세상 만사에 통달하신 분이라면 굳이 분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분노를 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걱정이 없는 사람이다. 엉덩국...의 만화 대사 중에 '나는 지금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굉장히 철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어떤 생각없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누구나 걱정 하나쯤은 가지고 살고 있으며, 항상 그 걱정에 전전긍긍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 생각이 없다는 건,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걱정에 대해 해결책을 모색하거나 원인을 알아보거나 하는 생각조차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즉, 엉덩국의 저 대사는 군자를 넘어선, 도인을 상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엉덩국이 이를 생각하고 저 대사를 썼는지는 모르겠다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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