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5일 수요일

잠이 안와서 쓰는 영화 이야기 - 로빙화

 로빙화는 중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이 소개해주신 영화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나 때는 중3의 2학기는 그냥 꿀이었다. 기말고사가 성적에 안들어가기 때문. 때문에 할 일 없는 학생들은 멍하니 있기도 하고, 뭘 다운받아 가져와 보기도 하고 그랬다. 그 때, 우리의 잉여로움을 보다 못한 성생님께서 틀어주신 영화가 바로 중국영화인 로빙화.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고 예상하기 쉬워서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줄거리로 보는 영화가 아니다. 도시에서 어느 시골마을로 전근을 온 미술 선생님의 철학이 이 영화의 줄거리를 대신한다.
 시골마을에는 한 남매가 살고 있었는데, 그 동생이 초등학생으로, 이 미술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 어느 미술시간, 이 아이가 그려온 그림이 선생님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냥 보기에는 초등학생 수준의 단순한 그림이지만 선생님은 이 그림이 매우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여, 학교에서 한 명 밖에 출품하지 못하는, 그림경시대회에 그림을 보내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선생님들은 그런 단순하고 유치한 그림보다는, 실사에 가깝게 그린 다른 학생의 그림을 출품시켜버린다. 여기서 선생님은 자신의 철학이 담긴 말을 꺼낸다.
 "그렇게 사실적으로 그릴거면 사진을 찍죠, 왜 그림을 그립니까?"
 결국 미술 선생님은 화를 참지 못하고 다른 선생을 폭행하여 학교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미술 선생님이 떠나기 전에 아이의 그림을 세계그림경시대회에 출품해놓았었는데, 그 그림은 결국 대상을 받는다. 그러나 그림의 주인은 병세악화로 세상을 떠난 뒤였고, 대신 그의 누나와 아버지가 눈물로 소감을 말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그렇게 사실적으로 그릴거면 사진을 찍지, 왜 그림을 그립니까?

 멋있는 말이다.
 나는 나의 철학을 무언가에 주입시키지 못하고 그저 보이는 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