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3일 목요일

피노키오.

 어떤 만화를 보다가 궁금해졌다. 피노키오의 코는 거짓말을 할 때 늘어난다. 고로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피노키오의 코는 피노키오가 아는 상식 내에서의 거짓말을 할 때만 늘어나는 것일까?  만일 피노키오가 모르는 A라는 진리가 있을 경우, 피노키오가 A를 모르는 상태에서 그것은 B이다, 했을 경우에도 코가 늘어나게 되는 것일까.

 피노키오가 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고 가정하자. 문제를 술술 풀다가 어느 한 문제에서 막혔다. 답을 모르겠다. 객관식 문제이기 때문에 번호가 있다. 1번 아니면 2번이 정답이다. 머리를 싸매다가 도저히 모르겠어서 꼼수를 쓴다.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답은 1번."이라고 중얼거린다. 갑자기 코가 늘어난다. 피노키오는 웃으면서 2번 정답을 찍는다. 이것이 가능한가?

 거짓말이라는 것은 자신이 모르는 상식 밖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거짓말은 자신이 아는 사실을 틀리게 말했을 경우 이루어진다. 나는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것이 워드인 것을 안다. 그러나 남에게는 내가 손으로 글씨를 쓰고 있다고 말한다. 이 때에 거짓말의 행위는 이루어진다. 반면에 나는 내일 날씨가 맑을지, 흐릴지 알 수가 없다. 조심스럽게 내일 날씨는 맑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궃은 비가 내리고 있다. 이 경우, 거짓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사실에 대하여 잘못된 정보를 말할 것은 거짓말이라고 할 수 없다. 일단 나 스스로가 내가 모르는 사실에 대하여 참과 거짓의 판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거짓말의 핵심은 판단이다. 참과 거짓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보의 경우에는 거짓말의 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으나, 판단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루어질 수 없다.

 고로 피노키오는 그의 상식 밖에서의 문제에 대하여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고로 코도 늘어나지 않는다. 만일 피노키오가 그의 상식을 초월한 세상의 어떤 거짓이든지 말할 경우 늘어나는 코를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 피노키오는 몇 년이 지나지않아 우주를 이해한 현자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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