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8일 금요일

마른 사람의 섹슈얼리티?

 해외로 나가본적이 없는 한국 촌놈 고라니는 외국인들의 취향을 잘 모른다. 그러나 내가 사는 한국의 취향은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이 날씬한 사람을 바란다. 날씬하다 못해 마른 사람까지도 원한다. 왜 이렇게 다들 마른 사람을 원하다 못해 자신까지도 마르게 만드려 하는 것일까?

 한국에서 대부분의 옷들은 슬림핏으로 맞추어져 나온다. 슬림핏이 잘 팔리기 때문이다. 반면 빅 사이즈의 옷들은 근처 어디를 둘러봐도 찾기가 쉽지 않다. 빅 사이즈 뿐만 아니라 어느정도 큰 사이즈의 옷들은 대부분 찾기가 힘들다. 우리는 지금 말라야 사는 사회에 내던져졌다. 그리고 무서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그 사회에 적응해 나갔다. 당장 나부터도 살을 빼기 위해 온갖 몸부림을 치는 중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옷빨이 잘서거든.

 그러나 옷빨이 잘 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먹는 즐거움들과, 힘든 운동들을 견딘다는 것은 어째 매우 없어보이지 않는가. 한 청소년이 몇개월간 먹는 것도, 사는 것도 줄여가며 빡시게 알바를 하여 모은 돈으로 땅따먹기를 할 구슬을 사러 나가는 느낌이다. 많은 즐거움들을 포기해가면서까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려는 이 강박관념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아마도 타인의 관념과 생각에 대해 눈치를 보는, 우리의 본성에서 온 것일듯 하다.

 사실 근육질이 조금 섞인 날씬한 몸매를 보고 호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른 몸매...까지는 왜 호감을 갖는 건지 아직 이해를 못하겠다만, 날씬한 몸을 보고 호감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본성에서 나온다. 날씬한 몸을 가꾸기 위해서는 철저한 식단 뿐만 아니라 운동도 수반 되어야 하는데, 구석기사회에서부터 강한 남자를 대표하는 것은 바로 근육이었다. 그리고 근육은 운동을 함으로써 부각된다. 또한 사람이 보기에 좋은 비율은 옛날부터 존재해왔던 것이다. 근육과 비율은 인간의 본성 안에 내제되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날씬한 몸을 보고 호감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마른 몸은 어떤가?

 스키니한 몸을 가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많은 먹고 자는 즐거움들을 뒤로 할만한 어떤 거대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말라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그러나 수많은 즐거움을 잊으려 발버둥치는 것은 합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상한 일이다. 적당한 즐거움을 추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즐거움들을 외면하려고 하는 일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도 자본주의 사회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방송에 나오는 많은 광고와 모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강박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큰 사이즈의 옷은 일부러 찾기가 어렵게 하여 억지로 마른 몸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음모론일뿐이다. 어차피 사라질 몸뚱아리를 가꾸고 유지하는 데에는 대체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내가 얻은 답은,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라는 이유이다. 남들의 잣대 때문이다. 남들의 잣대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자신이 원하는 즐거움들을 포기해버리기 일쑤이다. 자신의 의사보다 타인의 의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꼭두각시 인형같은 삶을, 나는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면서도 방금 전에 또 운동을 했다...
나란 놈이란....

 근데 여자는 모르겠으나, 남자는 마른 사람이 보다 섹시해보이기는 한다. 몸의 선이 잘 드러나서 그런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게이인 것은 아니다.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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