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6일 일요일

올림픽과 월드컵, 애국심 마케팅.

 내가 읽었던 책 중에는 한국축구의 역사를 보여주는 <축구는 한국이다>라는 말도 안되는 제목의 책이 있다. 저서는 강준만. 제목만 빼면 좋은 책이다. <축구, 그 빛과 그림자>와 <피버피치>와 함께 축구도서 3대장이라고 (나혼자서) 부르는 책이다.

 <축구는 한국이다>에는 한국축구의 역사와 함께, 그 시절 어떤 일이 함께 일어났었는지도 소개해준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월드컵 마케팅 파트였다. 월드컵 시즌이 되면 각 방송사들은 '월드컵 채널'을 지겹도록 강조하고, 기업들은 애국 마케팅을 시작한다. 바야흐로 기업이 이끄는 애국심의 시즌이다. 사람들이 이상하리만큼 과도하게 나라에 충성을 바치는 이 기간동안에는 다른 이슈나 뉴스는 오프 상태이다.

 이는 올림픽도 마찬가지이다. 인기가 많으면 많을 수록 더 많은 마케팅의 수단이 된다. 스포츠 스타들이 직접 광고에 나오기도 한다. 만일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라면 올림픽 폐막 후 3개월쯤은 어렵지 않게 유명세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기업체들은 그에게 돈을 쥐어주며 후광의 효과를 나눠가지려 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그가 나온 광고를 보고는 미소를 짓는다. 저 사람이 나를 자랑스럽게 했어. 마지막에 나오는 기업 로고는 긍정적인 생각에 미소를 짓고 있는 국민에게 강하게 어필한다. 금메달리스트가 즐겨 이용하는 애국 브랜드라고.

 본래의 스포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면 이는 펄쩍 뛸만한 일이다. 스포츠는 깨끗하고 투명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에 자본이 대거 투입된 것이다. 자본 없이는 스포츠를 계속해서 할 수 없는 현 시대의 상황은 기업들의 애국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에 큰 영향을 주었다. 과거 그리스 시대의 스포츠는 즐거움을 위한 활동이었지만, 현 시대의 스포츠는 자신의 인생의 향방을 결정짓는, 절체절명의 순간의 연속이 되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을 국민이 대신 가져가고, 선수는 댓가로 명성과 돈을 얻는다. 물론, 비인기 스포츠는 이렇게 하기가 어렵다.

 과학적이고 자본적인 스포츠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아마도 정치판과 큰 관련이 있을 것이다. 정치적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스포츠를 선택한다. 그리고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스포츠로 눈을 돌리게끔 한다. 이 때. 스포츠에는 많은 금액의 돈이 지원될 것이다. 지원을 받은 스포츠는 더욱더 성장하게 되고, 자연스레 모든 이의 눈은 그곳으로 향한다. 우리는 올림픽을 통해, 우리의 세금이 어떻게 쓰였는가를 확인한다. 금메달일수도 있고, 노메달일수도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